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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스케일링 미루는 남편을 설득한 유치한 방법

우리애들 못난 어미를 닮은 탓에 치아교정하느라고 고생이 심했습니다. 치과에 주기적으로 다니다보니 치아에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울친정엄마가 좀 이른 연세에 털니신세를 져야했고, 시동생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풍치를 방치했다가 치아가 빠지는 것을 보면서 제가 더 예민해진 탓도 있을 것입니다.
음식물이 좀 낀다 싶으면 충치가 생겼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점검차 치과에 갑니다. 맘씨좋은 의사선생님은 꼼꼼하게 봐주시고, 치료할 게 없으면 진료비를 받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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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치아건강을 위해 스케일링을 자주 하십니까?
일반적으로 6개월, 혹은 1년에 한번은 해줘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사람마다 다른가 봅니다. 제가 스케일링을 6개월 전인, 금년 5월에 영화 '박쥐'를 본 후 찝찝함에서 벗어나고자 스케일링을 하려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선생님께서는 안해도 되겠다고 하시면서 양치질을 잘하고 있음에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년이 아니라 거의 3년동안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 영화휴유증때문에 꼭 하고 싶은 마음이었던지라, 6만원이라는 비용이 아깝긴 했지만 안할수가 없었습니다. 제 입안에 피가 고여있는 듯한 착각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이후, 바쁜 울남편도 챙기게 되었습니다. 꼽아보니 울남편은 저보다 더 오랜기간 스케일링을 하지 않은 것 같아서 치과에 다녀올 것을 권했습니다. 불편하지도 않은데 왜 굳이 치과에 가라고 하느냐며 스케일링을 하면 도리어 역효과가 난다면서 회피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보, 스케일링뿐만 아니라 잇몸건강을 위해서라도 한번 가봐."
아무리 사정해도 다녀올 생각은 않고 도리어
"애들이 치과에 갔다준 돈만 해도 엄청난데 왜 나까지 환자만들려고 그래."
"삼촌처럼 무심하게 두었다가 더 큰 비용 치르게 될까봐 겁나서 그러지^^"
"스케일링한다고 뭐 예방되냐?"
"될수도 있지. 의사선생님이 점검을 하시니까."

자신만 지나치게 너무 챙겨도 옆에서 보기가 좀 언짢겠지만, 울남편처럼 너무 자신만만해하며 안챙기는 것도 옆에서 보기엔 걱정거리입니다. 담배도 안피우고, 술도 거의 안하다시피 하니까 스케일링을 자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시기가 많이 지난 것 같기에 꼭 점검받게 하고 싶었던 저는,
"여보, 스케일링하고 오면 당신이 좋아하는 뽀뽀 맘대로 할수 있게 해줄께.^^"
"뭐 지금도 안하려고 하면서..."
"찝찝해서 안하지. 스케일링하고 오면 언제든지 오케이 해줄께.^^"
"정말?"
"대신에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돼."
"스케일링했다는 증거가 어딨어?"
"카드로 하면 영수증이라도 있잖아.^^"
"꼭 그렇게 해야 돼? 내가 당신보다 양치 더 잘하기 때문에 난 치석제거할 것도 없을거야. 당신이 별나서 그렇지."
"내가 별나서 그렇다치고... 꼭 치과에 갔다와요."
"당신처럼 할게 없다고 하면?"
"글쎄... 그럴리가 없겠지만 만약에 안해도 된다고 하면 간호사한테 괜찮다는 쪽지라도 써달라고 해.ㅋㅋㅋ"
"너무한다. 내가 애냐? 그렇게까지 해야 돼. 차라리 뽀뽀 안하고 말지."
"뽀뽀를 하고 안하고가 문제가 아니라, 꼭 치과에 가는게 문제야. 꼭 가봐요."
"에구 내가 당신 남편이야 애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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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화가 있은 후 한참이 지나 잊고 있던 어느날, 남편이 영수증을 내밀면서 미소를 짓습니다.
 "이게 뭐야?"
 "당신이 원하는 거^^"
ㅎㅎㅎ 스케일링 받았다는 영수증이었습니다. 기념으로 남편이 원하는 뽀뽀에 응해주었습니다.  

6만원이라는 비용이 서민가계에는 부담이 되는 금액이긴 하지만, 풍치로 고생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쳐서 치아가 빠지는 바람에, 더 많은 비용을 치루며 고생한 애들 삼촌을 떠올릴 때면 오복중의 하나인 치아의 소중함에 비하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가족은, 칫솔모가 작은 어린이용 칫솔을 사용합니다. 제 경우, 스케일링하는 시기가 일반적으로 권하는 시기보다 길어질 정도로 치석이 안생긴 이유가, 작은 칫솔모로 안쪽까지 닦는 것과, 잇몸건강을 위해 치아뿐만 아니라 잇몸도 함께 닦아주는 양치법이 효과를 본 덕(?)인가 봅니다.
치아건강을 위한 스케일링을 6개월, 혹은 1년에 한번은 하라고 권하지만, 치아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스케일링 받는 기간도 달라짐을 알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6개월보다 더 좁은 간격으로 스케일링을 해야하는 사람을 치과에서 보면서 저 스스로 뿌듯했습니다.

제 남편 스케일링 하게끔 설득한 방법은 유치했지만, 귀엽게 봐주느라 응해준 남편이 고마웠습니다. 부부가 함께 같은 날 스케일링 받으면 참 좋을텐데... 각자의 일때문에 시간내기가 쉽지 않은, 우리부부의 유치한 삶의 일부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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