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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임신한 아내부탁, 무심하게 흘리면 서운함 평생간다

다함께 차차차
KBS1 (월~금) 오후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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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진경(박한별)이가 저녁식사를 앞두고, 갑자기 족발이 먹고싶다고 남편한테 사다줄것을 부탁합니다. 이런 아내의 마음을 이해못한 초보남편(?)은, 저녁식사를 마친 후 사다주겠으니 기다리라고 합니다.
같은 여자라도 경험있는 여인들은 이 기분을 알지만, 겪어보지 못한 여성이거나 더구나 남자인 경우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것입니다. 임신한 것이 무슨 벼슬도 아닌데 뭐그리 유세를 떠냐고... 혹은 변덕을 부리느냐고 귀찮게 여기지만 당사자도 갑갑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뱃속의 아이핑계를 댈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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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먹고싶다는 아내의 부탁에 그나마 귀를 기울인 남편은, 아내가 특정한 곳을 지목한 그곳의 족발이 아니라 빨리 배달되는 근처의 족발을 주문하려고 합니다. 이에 아내는 남편의 전화기를 빼앗으며 옥신각신합니다.
아내는 아무거나가 아닌,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고싶다는 것이고, 남편은 빠른 배달을 해주겠다는 뜻이 맞물려 다툼이 되었습니다.

 아내입장  남편입장
지금 당장 족발이 먹고싶다 저녁식사후 사다줄테니 기다려라
꼭 그곳의 족발을 먹어야겠다 당장 먹고 싶으면 비슷한 족발이니 근처에서 배달시켜 주겠다
남편이 무심한 것 같아 서운하다...? 아내의 느닷없는 부탁이 귀찮다...?

결혼하여 자식 낳아본 부부라면 한두번쯤 겪는 일이지요.
그리고 금방 변하는 아내의 변덕을 도저히 헤아릴 수 없다는 푸념도 분명 했을테구요^^
반대로, 남편이 귀찮아하면서 먹거리해결을 안해준 경우의 아내심정은 서운함을 느꼈을테구요.
어떤 남편은 자신의 사랑을 테스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도 하지만, 실제로 아내의 먹성이 변덕을 부리는 아주 예민한 시기입니다. 가끔 테스트하는 아내가 있을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금방 먹고싶었다가도 몇분 후 먹고싶다는 기분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진짜로!!!

족발먹고 싶다고 해서 사왔더니 구역질하면서 먹지도 않고 떡볶이가 먹고싶다하고 갑자기 제철과일도 아닌 엉뚱한 과일타령을 하지를 않나 누가 해준 음식이 먹고싶다며 밤에 잠도 안자는 등...
임신한 당사자도 왜그리 변덕을 부리는지 자신도 모를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되는 상황이니, 남편이 이런 아내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평소에 먹어본 익숙했던 맛이 그리워서 부탁한 진경이 기분을 헤아리지 못한 남편에게 화가 나서
"내가 먹고 싶은 족발 내가 사다 먹을께."
하고는 나가버립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저였던지라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극중의 예비아빠는 입덧하다 굶어죽었다는 말은 들어 본적이 없다며 항변하지만, 입덧할 때 먹고 싶은 것 안사다주면 평생 원망듣는다는 말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우리집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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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이 밤에 혼자 나가서 장충동인지? 어디인지에서 먹었던 족발을 사들고 친정으로 갔습니다. 혼자서 맛나게 먹고는 있지만 이런 딸의 모습을 바라보는 친정가족의 마음이 편할리 없습니다. 자연스레 사위에게 서운한 마음이 듭니다.
서운한 마음?
이건 친정엄마뿐만 아니라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부탁 안들어줬던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평생으로 이어질 것이란 감정은 남편도 아내도 모릅니다만 나중에 깨닫게 됩니다. 평생이란 것을!

울남편, 사람은 좋은데 가끔 어떤 면에서는 좀 무심한 편입니다.
저는 드라마 속의 진경이가 겪은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며, 밥먹을 동안만 기다려달라던 진경의 남편마음이 그래도 이뻐보였던 이유는, 우리남편과 비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결혼과 더불어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첫아이를 가졌습니다. 여름밤 갑자기 포장마차에서 파는 김밥과 어묵이 먹고싶었습니다. 시내지리도 익숙치 않았던 때라 남편에게 동행해 줄것을 부탁했습니다만 울남편 피곤함을 핑계로, 더 이상의 대꾸도 없이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습니다.
참 서러웠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시아버지가 그러는게 아니라며 아들을 내쳐서 아내를 바로 따라 나서게라도 했지만 울남편 주변에서는 그렇게 인도해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저의 친정이 가까운 것도 아니었고 아는 사람이나 친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맞선으로 결혼한 사이라 지금처럼 편안한 상태도 아니었고... 무작정 길을 나섰지요. 하지만 포장마차는 찾을 수 없었고, 분식집도 찾지 못해 김밥이고 어묵은 고사하고, 눈앞에 보인 제과점에 들어가 빵을 사들고 오면서 얼마나 울었던지... 이후 다시는 남편한테 부탁하지 않았습니다. 밤에 생각나는 음식이 있더라도 될수 있으면 참았다가 낮에 혼자서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고향이 아니었던지라 익숙한 맛이 아니었기에 이런 증세는 곧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뱃속의 아이도 이런 상황을 파악했던 거 같습니다. 이후 특별나게 먹고싶은게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구토증세의 입덧은 초기에 끝나지 않았고 7,8개월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고통이 아주 심했습니다.
첫째아이때 못한 예비아빠의 책무소홀을 둘째아이는 미리 알았는지? 신기하게도 특별나게 먹고싶은게 없었습니다. 이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엄마의 영향이 아주 크게 작용한 탓일 거라고 여겨진다고 남편한테 말하며 서운함과 원망의 뜻을 비추곤 했었지요.
이후 울남편, 드라마 혹은 지인들과의 담소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에는 한마디도 끼어들 수 없는 죄인아닌 죄인이 되었고, 저 또한 그때의 서운함이 평생토록 이어지고 있음을 가끔 느끼며, 그 당시 무심했던 남편의 태도를 기억함이 괴롭습니다.

비록 드라마지만 이런 장면을 보게 되면 제가 지난 시절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게 되므로, 우리부부의 심경이 서로 불편할 것을 알기에 외면하게 되는데, 어제는 남편이 그대로 보고 있었습니다.
특히 시아버지가 며느리의 심정을 알고서 예비아빠가 되는 아들의 등을 떠밀어 바로 따라가게 만드는 장면과, 장모가 딸이 먹고싶다고 하는 것을 바로 사주지 않아서 서운해하며 사위를 나무라는 장면을 보면서 울남편, 제대로 느끼고 반성하는 기회라도 가졌기를 바랍니다.
성품이 여리고 온순해서 무엇이던 다 잘 들어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우리남편의 약점이 되었습니다.

임신한 아내의 부탁을 무심하게 흘리면 그 서운한 감정이 이토록 오래도록 이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아내의 부탁은 다양할수도 있지만, 특히나 먹거리에 대한 부탁에는 아이의 변덕과 함께 누리는 함정이 있기에 뱃속의 아이밖에 모를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생각보다 더 길어지는 서운함의 상처가 남더라는 제 고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