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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촛불같은 애처로운 사랑 '불꽃처럼 나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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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느껴진 제목에 끌려서 또다시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이번달에는 도서구입비를 영화관람으로 탕진(?)했으니 다음달에는 좀 자숙해야 할 듯 합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란 제목에서 풍기듯... 열정적인 사랑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열정은 열정이로되,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인내하고 희생한 열정으로 맘속에 품은 여인을 지키고자 온몸을 던져 불꽃처럼 붉은 피가 낭자한 처절한 열정이었음이, 울나라 역사와 더불어 못내 안타까웠고 슬펐으며 살짝 지루하기도 했던 영화입니다.


♡ 대범한 여인 민자영.
그녀의 외출. 이미 왕비로 간택되어 혼례를 앞둔 숙녀가 경호원도 없이 홀로 외출을 시도합니다. 그것도 집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로... 사공과 단둘이서.
'감히 누가 나를 헤치라.'
자신감이었는지... 그 시절의 상황으로 봤을 때 양반집 규수가, 아니 왕비가 될 규수가 참 과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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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위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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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런 호젓한 장소에 둘이 머물다니^^
아무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뜨거운 사연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서로가 조심스레 애틋한 감정임을 느낄수 있는 행동은 취했던 걸로 보아, 이 두사람은 그전부터 가끔 봐온 사이였으며 고백하지 않았지만 서로 사모하는 마음임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요즘과 달리 조선시대는 숙녀가 맨발을 함부로 보이지 않았던 예법이었을 뿐만 아니라 눈에 들어간 티를 제거하기 위해서 혀를 갖다대는 행동은 아무에게나 아무나 할수 있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헤어지는 길에 댕기까지 풀어주는 과감한 마음을 전하였던 것으로 보아 비록 말로 고백하지 않았지만, 사랑의 불꽃을 피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 대학시절 미팅에서 소지품으로 파트너 고르기 한 후에 소지품을 맘에 들지 않는 남학생에게 주기 싫었던 기억으로 볼때에 자영은 이미 이 남자를 맘에 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어차피 신분의 차이로 이루어질수 없는 사이였고, 자영(명성황후/수애)은 왕비가 될 몸이었기에 귀하게 지켜드릴 수 밖에 없는 처지의 요한(무명/조승우)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걸 깨닫고 그녀의 호위무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대원이대감(흥선대원군/천호진)을 찾아가 테스트를 받습니다.
이미 만들어놓긴 했으나 시험하지 못했던 방탄조끼같은 것을 입히고 총알받이 테스트를 했는데 잘 견디어냈습니다. 대원이대감이 의미있는 대사를 던집니다.
"총알은 막았지만 아쉬움이 크구나. 소원을 들어주어라."
무명(요한/조승우)이 못마땅했나 본데... 또 한명의 사내가 못마땅함을 드러냅니다.
"위험하옵니다."
대원이대감을 모신 뇌전(최재웅)도 무명과 비슷한 또래의 남정네로써 자영의 우아한 자태에 반한 질투심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저 혼자의 상상으로 영화를 즐기고자 한 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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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로 간택된 후에 대원이대감의 명으로 자영을 엄호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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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의 냉철한 모습이 멋져보인 이유는, 냉철함속에 숨겨둔 절제된 열정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뇌전에 비해 무명은 약간 가벼운 듯한 느낌이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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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을 외롭게 만든 고종(김영민)의 태도가 불분명함이, 아버지(흥선대원군)와 아내(명성황후)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는 듯한 우유부단함을 보이며 동시에 아내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함이 저는 영 못마땅했습니다.
그러다가 호위무사 무명이 바깥을 지키고 있는데 합궁을 하는 임금님의 불타는 질투심 같은 것을 표출하는 베드신이 펼쳐지는데 소리가 요란하더군요. 사실 그렇게 요란할 것까지 없지 싶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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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는 외국의 열강들이 조선을 서로 넘보던 시기였으며, 어린아들(고종/김영민)을 대신해서 대원군(천호진)이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간섭이 심했던 때입니다. 완강한 고집으로 쇄국정책을 펼치던 시아버지의 바지춤에 싸인 듯한 파파보이 같은 남편이 답답했기에 자영 스스로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수도 있었을 것이며, 서양의 새로운 문물에 호기심을 보이며 외교를 펼치고자 했던 자영은 시아버지의 정책과 맞서게 되면서, 고부갈등이 아니라 시부갈등이 꽤 심했습니다.

조선 최초로 초콜렛을 맛본 여인이며, 직접 서양의 드레스를 입어 선보였던 국모며, 와인의 깊은 맛을 즐겼던 황후호기심과 열린 마음이 영화에서 단지 호기심으로만 비췄던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조금이나마 정치와 연관지어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그 당시 울나라 내시들의 각나라별 언어습득에 놀랐습니다. 외국의 부인들과 담소를 나누는 황후의 말이 끝나자 마자 외국부인들 옆에 서 있던 내시들이 통역을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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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를 원하는 며느리(명성황후)가 얼마나 미웠기에, 아니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듦을 염려한 대원군은 사돈집을 헤칠 생각까지 하게 되고... 며느리와의 갈등에서 패하고 돌아서는데 일등공신이 뜻밖에도 홀몸으로 나서서 방패역할을 한 호위무사 무명이었다는 점이 너무 어처구니없는 설정이긴 했습니다.
청나라와 맞섰다는 역사적 사실과는 너무나 다른... 뭐 그러니까 영화로서의 재미를 부가하려고 했겠지만 지나치게 과장된 장면에서 헛웃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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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 어울린 배역이었습니다. 고집불통 시아버지(흥선대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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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에 최초로 전깃불이 들어오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펼치는 공연으로, 남자들이 단체로 북을 칩니다. 지금껏 보아온 사극의 경우 대개는 여인들이 춤을 선뵈는데 비해 신선함이 돋보였습니다만, 뮤지컬 '바람의 나라'(뮤지컬로 본 '바람의 나라')에서 본 군무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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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깃불이 들어와 환하게 비친 연회장에 느닷없이 두검술사가 공중에서 날아와 대결을 벌입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아무리 옛무술인들이 공중을 잠깐씩 날아다닌다고는 하나, 거짓말같은 장면에 실망하면서 무술영화를 싫어하는 저로써는 짜증이 났던 장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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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배경을 CG로 사용한 이와 같은 장면에서는 인터넷 게임을 보는 듯해서 확 깨더군요.
욕심을 부린 감독의 고민에 비해 전 개인적으로 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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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나비처럼"
이 표현은 황후에게도 호위무사에게도 다 해당되는 표현으로 여겨졌습니다. 둘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불꽃같고 나비같은 사랑은 보이지 않지만, 은근히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특히나 무명의 촛불같은 사랑은 확실히 볼수 있었으며 애잔합니다.
그리고 나비는 얼토당토않은 장소에 나타나 제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습니다. 자유를 꿈꾸며 날개짓을 하고파하는 황후의 속마음으로 해석하면서도, 우리의 황후가 끝까지 우아함을 지켜내는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배우 수애의 단아함이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첨으로 서양드레스를 입어본 자영은 이렇게 말합니다.
"몸매를 다 드러내는 드레스군요. 한복은 자유롭습니다. 많은 비밀을 숨길수 있습니다."
드러내지 않았지만 은근하게 살포시 내려앉는 듯한 나비를 연상시키듯 조용조용 조심스레 자신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사랑이 조심스럽기만 해서 더 애달프게 느껴졌지만 다소 지루함을 느꼈던 영화입니다.

* 사랑은 사랑이지만, 은근한 사랑으로 선조들의 은근과 끈기를 잘 보여주는 사랑이었습니다.

명성황후는 사랑인지 믿음인지 알듯모를듯한 느낌으로 기대게 되고, 무명은 그녀를 위해 늘 위험을 감수하다 끝내 그녀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처절하게 죽어가면서도 쓰러지지 않으려는 결의로 발등에 칼을 꽂아 자신을 고정시키는 충성과 사랑을 보입니다.

이 영화에서 긴장감을 준 장면은 액션신도 아니고 느낌으로 대변하는 감성신도 아니고 엉뚱하게도 최상궁(이용녀)으로 나오는 황후를 돌보는 상궁의 목소리에 엄청 놀랐습니다. 남자가 여장한 상궁처럼 키도 큰 사람이 목소리까지 기가 막힐 정도로 중성적이라 식겁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감정이입에 방해가 되더니만 급기야는 그 상궁이 입을 열려고 하면 저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더군요. 요즘 애들이 하는 속된 표현을 빌리면 '정말 목소리 쩝니다.' 무척이나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관객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제 옆에 앉은 관객의 반응도 저랑 비슷했나 봅니다. 아휴~~ 가 연발되었습니다.

은은한 사랑입니다.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할 이루지 못할 이런 사랑이 더 애달프지만, 마음속에 감춘 불꽃으로 말미암아 뭔가 화끈하고 열정적인 사랑의 표현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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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의 모습이 담긴 초상화, 프랑스에서 발견!
"후의 그림자... 한시도 후의 곁을 떠나지 않았지요..."
초상화와 함께 발견된 프랑스 선교사 '이사벨'의 노트에서

일본군이 쏜 총에 맞아 죽음을 맞으면서 마지막으로 무명의 주검에 기대며 '요한'이라 나즈막히 불러보는 민자영의 그림자는, 끝까지 함께한 호위무사 무명이었습니다.
무명의 촛불같은 애처로운 사랑을 가엾게 여기며 영화관을 나서면서 아낙은 잠시 헛꿈을 꾸었던 야그를 남편에게 했습니다.
"나도 이런 사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 마눌 가을바람 솔솔 들어가고 있나 본데... 나 말고 또? 우째 수상하네.^^"
제가 수상한가요? 아닙니다. 가을이란 계절이 참 수상합니다.
가을이면 저도 모르게 또 다른 저를 바라보게 되는... 이런 이상야릇한 기분은 언제쯤 멈출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