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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배우에 대한 예의로 보게 된 영화 '내사랑내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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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개봉에 앞서 배우 김명민씨가 영화촬영을 위해서 20Kg이상의 살빼기 투혼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어 궁금증을 자아냈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루게릭병 환자역을 맡은 김명민씨의 앙상한 모습이 눈물겨울 정도로 안쓰럽게 여겨지면서,
'혹시라도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라도 한다면...'
더 안쓰럽고 가엾게 여겨질 것 같은 걱정이 밀려오면서, 꼭 봐야한다는 의무감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우울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피하고 싶은 소재였으나, 변신을 꾀하는 김명민씨의 투철한 배우정신에 감탄하며... 솔직히 예의상 꼭 봐야만 할 것 같아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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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좀 의외였고 펼쳐지는 이야기도 제 상상과는 많이 달라서 좀 당황스러웠던 영화입니다.
종우(김명민)와 지수(하지원)의 만남은, 이미 루게릭병 환자가 된 종우가 홀어머니를 떠나보내면서 장례지도사인 지수의 손을 빌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 둘은 어릴 적 고향마을에서 보아온 동네 오빠 동생이었음을 확인합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친 종우가 지수에게
"우리 사귈래?"
"하는거 봐서."
이 둘의 연애는 시작됩니다. 참 빠른 결정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아는 사이였다고 하더라도... 아니 장례지도사라는 독특한 직업으로 말미암아 두번이나 돌싱(돌아온 싱글/이혼)한 여인의 외로움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도 아니면 어릴적 짝사랑하던 사이였다면...?
구세대인 아낙의 잣대로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이 둘은 하루가 급했는지 우쨌던 연인사이로 발전하고, 교회에 가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 후 부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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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지만, 예견된 죽음을 준비하며 사는 종우가,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후, 국화꽃을 내밀면서 프로포즈하는 용기나, 짧더라도 함께함이 좋다는 지수의 용기가 참 대단해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아무리 죽음을 준비했다고는 하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어렵기만 합니다.
각오하고 시작한 사랑이었지만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야 함은 참으로 안타까울수 밖에 없음이 매우 슬프지만, 이 영화는 잔잔한 다큐멘터리 형식을 띠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했던 영화입니다. 속시원하게 빵하고 울음을 터뜨릴 만한 장면을 최대한 절제한 감독의 탓인지? 아니면 이미 슬픈 영화라고 각오하고 보는 관객입장이었던 탓인지? 상상했던 것만큼 슬프지 않았으며 뭔가 나올듯한 기대감은 끝내 애잔함으로 일관되어 약간 실망감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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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영화를 통해서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좀 달라졌으면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역할과 더불어 시한부인생을 사는 종우를 사랑하는 애교있는 지수의 연기가 꽤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배우 김명민씨의 투혼은 이미 많이 알려졌기에 생략.

시체를 닦는 손이라고 협오하는 남자에 의해 상처받은 딸이 종우를 사랑하게 된 심정을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수의 아버지는 묵묵히 딸을 바라봅니다. 일일이 표현하지 않아도 부모의 심정이 느껴져서 다들 안쓰럽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돌아가신 분을 정성스럽게 닦아 옷을 입히고, 화장을 곱게 시키면서 비록 대답없는 혼잣말이지만 거울까지 비춰주는 지수를 통해, 시체앞에서 두렵다는 느낌보다는 정성과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장례지도사란 직업이 밝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저 개인적으로는 수의를 입힌 후 발과 손을 가지런히 묶는 단계는 갑갑하게 여겨졌으므로, 저의 죽음후에는 묶는 것을 하지 않도록 유언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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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10여년 전 친정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불과 몇년 전, 막내동생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며 젊은 장례지도사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현장을 직접 본 경험을 통하여, 그분들의 도움을 참 고맙게 여겼던 아낙으로써, 상조회사에 보험처럼 구좌를 들고 있습니다.
막내동생의 경우는, 친정엄마가 결혼을 대비한 것이었는데 갑작스런 죽음으로 모든 가족이 상실감에 빠졌을 때 상조회사에서 결혼대신에 장례로 도움을 줘서 유용했기에, 친정엄마는 자진하여 친정오빠와 올케에게 당신의 장례를 대비하여 상조회사에 구좌를 준비했을 정도로, 장례일을 도와주시는 분께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죽음 후 사용할 관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모여드신 어르신들이 관심을 가지면서도 체험해보라고 애교스럽게 권하는 지수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폭행을 가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는데... 죽음이란 체험은 재수없는 행위로 여기며 이성을 잃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만약에... 란 가정하에 가상의 죽음을 체험해보았습니다. 비록 삶의 새로운 각오나, 종교적 의식으로 치룬 형식이긴 했으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살아갈 날의 후회를 덜남기기 위해 한번쯤 미리 체험하는 형식도 나쁘지 않다고 여겨졌습니다.
어릴 적에는 빨강파랑의 초롱에 촛불이 커져있는 장의사라고 쓰인 가게앞을 지나치는 것도 무서워서 일부러 빙돌아 먼길을 다녔는데 말이죠. 성인이 된 후 친지나 가족의 죽음을 접하면서 이분들의 손길이 존경스럽게 여겨지는데... 영화에서는 좋지 않게 그려지고 있어서 씁쓸했습니다. 누구나 한번은 죽고 이분들의 도움을 받게 될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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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체지만, 정신은 맑고 생각은 할 수 있기에 고통이 더 심해보였습니다. 변호사가 꿈이었던 종우가 즐겨보는 책은 법전이었고, 사랑하는 남편이 환자이긴 했어도 과감하게 정사신을 벌이고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애교있는 아내... 이 둘이 이렇게 병원침상에 나란히 누워있는 장면을 보면서 4년전 제남편이 아파서 병원신세지던 때가 생각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객혈로 2박 3일간 정신이 가물가물했던 남편의 풀린 눈동자나 표정을 종우에게서도 볼수 있었고, 옆에서 바라보는 지수의 시선이 그때의 제모습 같아서 많이 아팠습니다.
저는 월요일만 되면 수술이 가능하다는 희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힘들어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보 살아만 있어줘 내가 잘해줄께.'
간절한 기도가 있었고, 울남편은
 '그래 내가 병원만 나가면 당신 소원을 들어줄께.'
했던 다짐이 이루어진 오늘을 살고 있음을 다시금 감사하도록 일깨워주었지만, 영화는 주인공인 종우의 죽음으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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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우의 병원생활에, 같은 병은 아니지만 함께 사용하는 병실에 누워있는 비슷한 환우들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들도 종우처럼 남의 도움이 없으면 움직일수 없는 환자들로, 울남편 병원생활의 모습과는 다르긴 했어도 서로간에 의지가 되는 공통점을 느끼며 잠시 코끝이 찡했습니다.
종우 외에도 혼수상태에 빠진 춘자, 9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할아버지, 피겨스케이터였던 소녀 진희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반항심이 반발하고, 식물인간 상태의 형... 그들을 돌보는 남편, 아내, 엄마, 동생 등 가족들이 같은 병실에 머물며 갈등하는 장면이 잠깐 보입니다. 이들의 보인 짧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찡했음은 다른 처지이긴 했으나 병원생활을 했던 남편을 돌보았던 저로써 보호자의 심정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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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특별했다면, 이미 알려져 화제가 되었던 배우 김명민씨의 살인적 체중감량소식에, 영화를 보기전부터 감동을 받았다는 것으로 말미암아, 영화를 보면서는 오히려 감동이 덜했다는 것과, 여인의 직업이 독특했다는 것, 그리고 모르고 살다가 이별을 맞는 것이 아니고, 이미 이별을 예견하고 시작한 사랑이었다는 것입니다.

종우가 내던진 가슴 아픈 한마디
"나를 갖고 시체놀이 하지마."
자신도 지수에게도 뼈아픈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그를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받는 여인으로 남는데 최선을 다했음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여주인공 하지원의 활약은 해운대와 달리 애교스런 변신으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 영화입니다.

저는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솔직히 이 영화는 김명민이라는 배우에 대한 관객의 예의로 본 영화입니다. 자신이 맡은 배역에 충실하기 위해서 힘든 감량을 시도했듯이 관객입장에서도 예의를 지켜야만 할 것 같은 책임과 의무감을 동시에 느꼈던 것입니다.
안그래도 가을이 주는 계절의 착잡함으로 힘든 시기에, 우울한 영화는 외면하고픈데... 연기에 몰입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배우 김명민에 감동받아 안볼수 없었던 영화였습니다. 안보면 왠지 미안할 것 같은 마음에...
하지만 영화는 뭔가 덜 채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고 뭔지모를 아쉬움이 남는 가운데, 이쁘고 아름답게 보였던 것은 그들의 용기였습니다. 건강한 사람도 건강하지 않은 사람도 사랑을 선택한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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