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에는 인문고가 3개 있는데, 평준화가 아니며 중학교 성적으로 학교가 결정됩니다.
1차→ 2차→ 3차 인문고로 나뉘어져, 1차 인문고로 진학할 수 있는 경우는 2차 3차는 당연히 선택할 수 있는데, 오히려 1차로 진학할 우수한 아이들을 데려가려 학교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도 하고, 대입시 고교시절 내신의 유리한 점을 이용하여 수시모집에 응하기가 수월하다는 잇점까지 있어서, 엄청 우수한 아이가 아닐 경우에는 고교진학을 앞두고 갈등을 합니다.
우리딸도 3년전에 겪었던 일입니다. ☞ 고교선택에 갈등하는 중학교 3학년 아이들
큰애를 지켜본 저로써는, 둘째인 딸이 스트레스를 덜 받기를 원하며 넉넉한 성적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2차 인문고진학도 괜찮다는 뜻을 비추었습니다만, 곰곰히 생각한 우리딸은 1차인문고로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여고 3학년이 되어 내신성적으로 따져보게 된 대입 수시모집 기간을 맞이한 시점입니다.
어제 늦은 시간에 하교한 딸이 아주 우울한 표정으로 들어서면서 제게 묻습니다.
"엄마, 담임선생님께서 저보고 수시쓰라는데요..."
"너 내신관리 안해서 수능으로 간다고 했잖아."
"예, 그런데 선생님께서 제가 가고자 하는 과가 경쟁률이 세니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이곳에 있는 대학수시라도 응해보라고 권하시던데요..."
"딸, 그정도 밖에 안돼? 엄마는 네가 서울은 못가더라도 수도권에는 갈수 있을 줄 알았는데..."
"......"
평범한 아이들에겐 지방에서 서울진출이 어렵기에 단계를 낮추어 수도권이라도 될 줄 알았더니 대답없는 것으로 보아 가능하지 않은가 봅니다.
"그래서 넌 쓸거야?"
"썩 내키지 않는데 선생님께서 보험 들어둔 셈치고 쓰라고 하시면서 부모님과 상의해보라고 하셨어요."
"네 생각이 중요하지. 선생님은 단지 정보와 의견을 준 것일테고..."
"국립대는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까 감히 꿈도 못꾸고, 사립대는 알아보지도 않았어요."
"사립대도 괜찮으니까 다시 상담해."
"그래도 돼요?"
아이고 우리딸 집안사정 너무 봐주려하니까 도리어 제가 미안해집니다.
"뒷바라지 해주면 되잖아. 졸업후 취업잘된다는 이유로 네 적성에도 맞지 않는 과를 선택해서 진학하겠다니 오히려 그게 더 걱정이야. 지금까지도 재미없는 공부를 했는데 대학가서도 또 재미없는 공부하게 될까봐서... 오빠처럼 너도 네가 좋아서 공부할 수 있는 과로 진학했으면 좋겠구만은."
행복을 느낄수 있을 만큼만 공부하겠다며 선포하고 고교시절에 사춘기를 겪은 큰아이와의 갈등으로 지쳤던 저는, 둘째인 딸에게는 엄청 후한 엄마로 변했을 뿐만 아니라, 딸은 어릴적부터 간섭받는 것을 싫어하면서 스스로 알아서 잘했기에 믿고 지켜보았는데 막상 수시에 응하려고 뚜껑을 열어본 결과를 듣노라니 실망스러웠고, 3년전 여고진학을 두고 갈등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 있었습니다.
☞고교간 실력차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만 내신등급을 이용하여 수시에 응모할시는 1차인문고로 진학할 수 있었던 아이가 2차나 3차로 가서 고교시절을 보낸 것이 유리했음을 확실하게 드러냄을 보고 어이가 좀 없었습니다.
진학시부터 유리한 위치였던 딸의 친구는 1차인문고 아이들보다는 덜 공부하는 무리속에서 내신이 좋을수밖에 없었으며, 이번에 그 내신으로 대학수시를 쓰는데 우리딸보다 훨씬 선택의 폭이 넓음을 보고, 짐작은 했지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실정이니 특목고나 외고같은 경우 특별대우를 못받으면 억울해할 아이들의 불리함이 안타까울 수 밖에 없습니다. 수시응모 후, 면접으로 어느고교 출신인지 대학에서 가늠하겠지만, 은근히 평준화? 공평성?을 내세우며 다함께 통털어서 내신등급으로 판단하자는 논리는 얼토당토 않음을 실감하며, 선생님께서 보험삼아 쓰라는 대학교 수시모집에 응할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딸~! 사립으로도 알아보고, 얼마남지 않은 수능에서 대박내서 이까짓 억울한 심정을 다 물리치면 되잖아."
"진짜로 제가 바라는 사항입니다.^^"
자식은 부모를 잘 만나야하고, 부모는 좋은 환경에서 자식을 잘 키워야 합니다.
남들보다 명석한 두뇌의 유전자, 그리고 경제적 난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부모를 둔 딸이었다면, 노력에 비해 낮은 성적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될것이고, 대학등록금의 부담을 느끼며 국립대니 사립대니 따지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에, 좋은 유전인자도 좋은 경제적 여건도 아닌 부모가 된 점이 정말 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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