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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수업시간에 잠을 청하는 학생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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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말, 현재 고등학생이며 초등시절에 우리공부방에서 저의 도움을 받았던 아이가 다녀갔습니다.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아이들을 떠나보내며
"얘들아 짜증나고 하소연하고 싶을때 놀러와서 나한테 다 털어내."
라고 하지만 아이들도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으면 좀처럼 다녀가기 힘든데, 이 아이는 엄마심부름으로 잠깐 다니러왔다가
"학교생활은 어때?"
하고 가볍게 물었던 저의 안부에 오랜시간 머물다 가면서, 학교생활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쏟아놓고 갔는데... 그중에서도 아이가 가장 답답한 심정으로 쏟아낸 불만을 옮기고자 합니다.

국.공립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은 몇년근무를 기준으로 이동이 되십니다. 담당과목에 따라서 실업고에만 근무하시는 분도 계시고, 실업고와 인문고, 중고교를 다 왔다갔다 하시는 분도 계신데, 여러곳을 다니시는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글에 앞서 이해를 구하고자 함은, 실업고와 인문고를 차별하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니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글은 어쩔수없이 그런 느낌을 풍기게 될것 같으니 또한 양해를 구합니다.

실업고생이던 인문고생이던 저희때와는 달리 대부분의 아이들은 대학교로 진학하기 때문에 실력차 이야기를 하면 화를 내실 분이 계시겠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실력차가 남을 부인할수 없습니다. 1차 인문고에서 떨어진 아이들이 실업고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런 인식이 있습니다.
인문고에 계시던 선생님이 실업고로 전근을 가서 보니 아이들이 공부할 생각을 안하는 분위기에 놀랐다는 고백도 하시고, 어느새 아이들에게 적응되어 열정적으로 가르칠 마음도 사라졌고 적당히 아이들 비위맞추면서 나날을 보내다가 인문고로 다시 발령받아 오면, 또 다른 분위기에 적응해야하는 고충이 있답니다. 그래서 이분은 실업고에 머물면서 나태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인문고생이 원하는 명쾌한 강의를 위해 수업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자신의 변화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분도 계십니다.

어느 한 선생님은 주요과목을 담당하신 분으로 실업고에서 인문고로 오셨습니다. 수업중 아이들의 질문을 받고 설명을 하던 중 설명이 막혔고 선생님의 당황해하는 기색을 아이들이 모를리 없습니다. 위기를 모면하고자 다음시간에 다시 설명하겠다고 하고선 대충 얼버무리고 다음날 그문제를 해결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로 이같은 일이 발생하고... 비슷하게 몇번 반복되니까 아이들은 실력없는 선생님임을 눈치채게 되었고, 급기야 테스트하기 위해서 그 시간에는 질문이 더 많아졌고 선생님을 난처하게 만들었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도 노력하여 실력이 나아져서 자신들을 이끌어주기를 바랐던 것인데...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니까 선생님 수업을 포기하고 차라리 잠이나 자자라는 식으로 한명 두명.. 책상에 엎드리게 되었답니다.
이 정도되면 선생님도 눈치채고 분발하리라 여겼건만 오히려 아이들 탓만 했다는데......
수업시간에 가끔 순찰(?)하시던 교감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책상에 엎드려자는 모습을 지적하시려고 선생님을 불러 이유를 물었겠지요. 그런데 선생님은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답변을 했고, 아이들은 교감선생님의 훈계를 들었습니다.
"제군들이 선생님의 설명을 알아듣지 못함은, 예습이 부족했기 때문이니 집에서 공부를 미리 좀 해 오는게 좋겠습니다."
어이상실??? 중요한 시기에 오죽하면 책상에 엎드려 자는 쪽을 택하게 되었는지 사정이야기를 교감선생님께 하소연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계속해서 너희들이 더 열심히 하라는 것으로 아이들만 나무란 것입니다. 이에 아이들은 아예 그 선생님 수업은 더 무시하게 되었고, 주요과목으로 포기할 수없는 상황이었기에 학원이나 과외수업을 받지 않던 아이들까지도 이 길을 알아보고 있노라며, 자신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서 너무 안일한 학교나 선생님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불만이었습니다.

대개는 학원이나 과외로 늦은 시간까지 선행학습을 받느라 학교에서는 피곤해서 잠자는 곳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이런 사정으로 아이들이 잠이냐 수업이냐 사이에서 잠을 청하게 되는 변명을 대신해 주면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는 학생만 탓할수 없는 이런 교육현실이 갑갑합니다.

어떤 선생님의 경우, EBS나 인터넷 강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생들의 말을 막는 분도 계신답니다.
왜냐구요? 인강에 나오시는 선생님의 실력뿐만 아니라, 강의내용이 월등하기 때문에 비교당하는 게 싫어서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선생님의 솔직함에서 변화를 기대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시장원리에만 적용해서 선생님끼리 비교한다고 속상해하실지 모르나 부족한 부분은 스스로 노력하여 변화를 감행하는 것도 학생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자신감을 기르는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구시대적 사고방식으로 무조건 나를 따르라 하기에는 무리일수 밖에 없음은, 요즘은 좋은 정보가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무조건 선생님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실력도 있고 인품도 좋으신 분은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늘 존경받습니다. 학생들 사이에 변하지 않는 유행어는
'성격이 안좋을라면 실력이라도 있던지, 실력이 없으면 인품이라도 좋던지...'
저랑 대화를 나눈 아이도 더 이상 학교선생님을 의지할수 없음에 한숨을 내쉬면서 과외선생님을 물색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