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과의 사랑을 확인한 솔약국집 큰아들 진풍이, 가정선생님을 큰며느리로 맞이할 것에 들떠있던 엄마의 뜻을 거스리는 바람에 엄마가 충격을 받아 자리에 눕게 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결심과, 죄송한 마음으로 석고대죄를 하며 모자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부모닮은 자식인데 누굴 탓하겠습니까^^ 이들 모자의 고집대결이 안쓰러웠습니다.
어르신 말씀이라면 무조건 순종하던 장남이 처음으로 자신의 뜻을 내세우며 강하게 나오자, 당황스러웠던 엄마는 어찌할바를 몰라 식음을 전폐하고, 이에 큰아들도 똑같이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엄마와 장남의 뜻하지 않은 대치로 말미암아 집안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서로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면서 눈치보느라 쩔쩔매는 상황을 맞이하는 솔약국집에 닥친 위기가 동네사람들에게 알려질까봐서 할아버지는 전전긍긍합니다.
저는 큰애가 아들인 엄마로, 또한 친정엄마가 장남인 오빠의 결혼상대자에 대해 꽤 신경을 많이 썼다는 사실을 다 경험한 저로써 솔약국집 네아들을 둔 엄마의 태도를 어느정도 이해하면서도 꼬집어 보려합니다.
* 자식이 내 뜻을 몰라준다고 한탄이나 원망을 하는 엄마.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자식덕을 보겠다고 키운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자식이 원하는 대로 키운 것도 아마 아닐테지요. 첫아이로 말미암아 처음 엄마가 되었으니 아이와 관련된 모든 일이 생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이런저런 경험은 첫아이로 인해서 겪게 되었고 터득하느라 어려움도 많았을 것이지만 이는 세월과 환경탓이지 어찌 아이탓을 할 수 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엄마들 이런 말로 자식에게 올가미를 씌우며 순종하지 않는 자식이 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담주기를 서슴치 않습니다.
선풍엄마세대보다는 젊은 엄마로써, 저는 제 아들이 장남이기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기보다는 저를 엄마로 만들어 준 첫아이라서 더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딸이 첫째였다면 그 딸에게 쏟는 정성이 각별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되어가지고 생색을 내다니... 당연히 부모로써 자식을 양육해야하는게 맞지 않습니까. 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성장과정에서 아이는 한번은 꼭 반항하는 시기(사춘기)가 있습니다. 우리도 자라면서 사춘기를 겪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자식이 겪는 사춘기도 인정하고 지켜볼 줄 알아야합니다. 울아들처럼 고교시절에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진풍이는 아마도 생애 처음 자신의 의사를 강하게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늘 예스맨이었던 아들이었기에 더 충격이 컸을 것이나 옥희여사님이 훌훌 털고 일어나 기분좋게 큰아들의 뜻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진풍이의 성품이라면, 굳이 머리 싸매고 눕지 않아도, 단식하지 않아도 엄마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는 아들입니다. 그 아들에게 부담을 주지 마십시오.
* 어른이 생각하는 행복이 자식의 행복이라 착각하는 엄마.
'아무려면 부모가 너의 불행을 바라겠니'
라는 생각으로 부모가 설계해 놓은 대로 따르기를 바라는 것도 부모욕심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무리 내 뱃속으로 낳은 자식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줘야 할 대상인데, 소유물처럼 내 욕심껏 내마음대로 하려는 엄마의 지나친 간섭과 사랑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진풍이는 성인으로써 남은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일인데 부모님 마음에 들면 만사형통이라는 생각은 억지스럽습니다.
부끄럽지만 저 이제사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울아들 사춘기때 저랑 참 많은 갈등을 겪으며 저를 성숙한 엄마로 발돋음시킨 결과입니다.^^
울오빠 장남으로써 결혼연령이 되었을 즈음에 배우자로 데려오는 아가씨를 보며 엄마가 불만을 나타내니까 동생을 붙잡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내가 둘째나 셋째였더라면 아마도 배우자 고르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엄마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을 안 울오빠는, 진풍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배우자와 인연을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쿨한척 결혼을 허락해야만 했습니다.
상식이하로 아주 잘못된 길로 가는 것도 아니고 평생에 단 한번, 자신의 뜻대로 하겠노라고 용기낸 큰아들의 반항이라 할지라도 엄마에겐 충격일 수 밖에 없을 것임을 저는 이해합니다.
착하고 순종적이던 아들이었으니까 자신의 믿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진풍이는 이제사 자신의 알껍질을 깨고 나오는 고통을 겪었고 이를 지켜보면서 엄마도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겪는 것입니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표현이 모순적으로 여겨짐은, 자식이 부모를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신도 생각이 있으니까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것인데, 부모는 과민반응을 일으키며 자식을 죄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듯한 인상을 풍깁니다.
'열손가락 물어서 안아픈 손가락이 있냐?'
는 식으로 모든 자식을 골고루 사랑함을 나타내는 표현이긴 하지만, 솔직히 더 아픔을 느끼는 손가락이 있습니다. 둘째 셋째 몰래 큰아들 큰딸에게 쏠리는 엄마의 관심과 애정이 자식을 힘들게 함을 오빠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제가 자녀를 키운 엄마이기에 또한 엄마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옥희여사만의 각별한 장남사랑인양 너무 티내는 것이 좀 거슬렸습니다.
* 결혼은 아들이 하는데, 아들배우자를 고르는 엄마.
당사자는 아들인데, 엄마가 결혼하는 것처럼 배우자 선택에 많은 관여를 하는 엄마들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아들이 갈등을 빚는 구조속에 아버지는 아무런 역할을 할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엄마의 강한의지만 부각되는 가정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편안해보이면서도 불쌍해보입니다.
자식농사가 보람이긴 하지만, 엄마인생의 보상처럼 착각하고 살지는 않는지...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옥희여사와 진풍이 벌이는 대립을 보며 제 자신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져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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