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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미실이 덕만을 보며 가장 부러워한 것?

MBC 선덕여왕(월, 화)
오후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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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만이가 미실에게 단 한마디로 기죽인 게 무엇일까요?
...
이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필요하다고 돈으로 살수도 없으며
자신이 원한다고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더구나 그토록 되고 싶었던 왕후가 되지 못한 미실에게는
언제나 큰 난관일 수 밖에 없었던 것.
이것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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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앞에서도 당당하고 도도했으며 표독스럽기까지 했던 미실의 속내는 언제나 이것이 불만이었을 것입니다. 여유있는 포스로 모든 권력을 다 장악할 것처럼 호령하고, 최고 권력자인 왕을 모신 여자로 많은 남성들에게 총애를 받았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왕후의 꿈이 번번히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걸림돌이 된 이것을 처음으로 부러움의 대상으로 고백하는 그녀에게서 안쓰러움과 불쌍함이 느껴졌던 그것!

그리고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사라진 듯하지만 그래도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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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 답이 있습니다. 미실과 덕만의 대면장면.
미실이 떨고 있는 덕만의 손을 잡으며
 "아직도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느냐?"
며 안쓰럽다는 듯이 여유를 부리며 물어보는 미실이었는데
 "성골의 몸에 어디 감히 손을 대느냐."
예상치 못한 덕만의 이 한마디는 미실은 크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미실의 성격상 속에서 불이 났을 것이며 엄청나게 분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신분입니다. 원하지 않지만 태어나면서 이미 정해져 버리는 것... 요즘은 사라졌다고 하지만 돈과 명예에 따라서 비교대상이 되는 탄력성이 있지만 예전에는 절대로 변하지 못하는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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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미실은 자신의 속내를 설원공앞에서 덕만이가 "부럽습니다"로 드러냅니다.
첫째 그 발상 이 부럽습니다. - 서라벌 왕궁에서 나고 자란 미실은 할 수 없는 생각입니다.
둘째 젊음이 부럽습니다.- 훗날 제사와 정치와 격물이 분리되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준비하기에 미실은 너무 늙었습니다.
세번째는 왜 저는 성골로 태어나지 못했을까요.-제가 쉽게 왕후의 꿈을 이루었다면 그 다음의 꿈을 꿀 수 있었을 텐데, 이 미실은 다음 꿈을 꿀 기회가 없었습니다.
당당한 카리스마로 상대방을 압도하던 미실이 울먹이더군요. 눈망울이 촉촉해짐을 느끼며 저도 짠해졌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닌 신분의 벽, 이 한계에 대한 원망인지 한탄인지 안쓰러웠습니다.

미실의 모계혈통은 대원신통의 색공지신(세대 계승을 위해 왕이나 왕족을 색(色事)으로 섬기던 신하)이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대대로 왕에게 색을 바치는 집안의 여자로 태어난 것입니다. 이 방면으로는 명문가의 집안이라고 할수 있지만 왕족의 신분인 성골과 진골보다는 못한 계급입니다.
신라 시대는 여성이 남편을 여러 명 둘 수 있는 게 공식적으로 인정된 사회일 뿐 아니라, 근친상간도 가능했던 사회였습니다. 특히나 왕족사이에서는. 현재의 개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서 미실은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왕을 모시는 여자도 될수 있었고, 또한 여러명의 왕을 모시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미실은 왕후가 되고 싶어했습니다만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사연도 알고 보면 신분의 벽이란 난관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는 복잡하게 얽힌 그들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도 다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그런 시대였다고 볼수 있습니다. 요즘 사회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근친상간으로 혈통을 보존한 사회라고 합니다. 사촌남매지간에도 결혼이 가능한 사회였으니까요.

조선시대때 왕의 후궁은 미혼의 여자였지만, 신라시대때는 남편이 있어도 후궁이 될수 있는 그런 사회였으니 미색을 겸비한 미실이 후궁이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드라마상에서 미실의 남편을 들춰보면 진흥왕, 세종, 설원랑... 그리고 진지왕과도 관계를 가졌으나 진지왕은 미실을 정식 후궁으로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미실은 진흥왕의 후궁에 머무르며 진지왕과는 불륜관계?였던 셈이지요.

요즘의 속된 표현을 빌리면 자기 몸을 팔아 권력을 얻은 여인이라 할 수 있지요. 더구나 미실의 혈통이 오늘날의 기생과 같은 삶이었으니까요. 원하는 혈통으로 태어나지 못했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 신분의 한계에 부딪히면서도 지금의 단계에 오르기까지 마음고생이 심했을 미실을 생각하면 참 대단한 여장부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더구나 왕후기 되겠다는 욕망뒤에는, 자식에게는 자신과 같은 신분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녀는 왕후가 되기 위해 진흥왕의 아들인 동륜과 금륜과 정을 나누고, 동륜이 죽자, 금륜이 왕이 되어서 왕후가 되게 해달라는 약속을 지키라고 합니다.(미실이 왕의 아이를 낳으면 왕후가 되게 해달라고 했거든요)
그러나 왕후자리는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폐위시키고 동륜의 아들을 왕위에 앉힙니다. 그럼에도 왕후는 자신이 되지 못하고 마야부인이 왕후가 됩니다. 그리고 문노와 같이 죽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마야부인이 아이를 갖게 된 것을 알자 유리잔을 연주하면서 저주를 걸고... 이후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벌이고...그러나 미실은 끝내 왕후가 되지 못하는 여인으로 남습니다. 참 불쌍한 생각도 듭니다.

현재의 사회는 그나마 신분사회가 아니기 망정이지... 그 시대에 제가 살고 있다고 상상만 해도 아찔한 슬픔이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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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만은 미실을 "대단합니다"로 인정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배울게 많은 사람이라고 하면서 "미실새주께서 오래사시길 바랍니다"라고 인사하는 젊음의 도전정신과 진정으로 그에게서 배움을 얻고자 하는 진솔함이 묻어났습니다.

이제 새로운 경쟁상대로 덕만이 나타나는 바람에, 미실은 왕후의 꿈이 아니라 자신이 그동안 누렸던 권력을 유지하기에도 바쁘게 생겼습니다. 왕권강화와 백성에게 희망을 주고자하는 덕만과 신권이 밀려서 자신의 입지가 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해야한 위기에 처한 미실, 이 두여인의 팽팽한 두뇌싸움의 설전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