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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아들의 안부를 통해 느끼는 군대환경과 나의 반성

입대하여 5주 신병교육이 지난 1월 18일에 끝나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휴일로 크리스마스와 신정이 끼여서 1월 22일로 자대배치를 받게 되었다고 전화로 알려준 아들, 다시 22일 되어 자대배치로 이동시켜줄 차를 기다리는 동안 집으로 안부전화하라는 명령? 배려?에 힘입어 또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아들, 힘든 과정 잘 견뎌서 기특하네^^"
 "힘든거 없었어요. 대학생활하고 비슷하게 느껴졌는데요 뭘..."
 "정말? 너만 그렇게 느낀거니? 네 주변의 다른 사람들 생각은 어땠어?"
 "뭐 별로... 힘들어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잉? 사실일까? 아니면 줄을 지어 차례대로 전화하도록 지시한 높은 계급의 군인이 지키고 서 있어서 그런 대답을 했을까? 그런 상황도 아니면 엄마가 걱정할까봐서 힘든 것이 없다고 하는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아들에게 무척 미안해할 만큼 가슴한켠이 아파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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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대하러 나서기 전, 아들모습)

사연인즉, 사춘기를 고교시절에 겪으면서 학습에 소홀해지고 게임과 환타지소설에 빠진 듯한 아들의 행동을 너무 미워했고, 또한 집에서 못하게 하는 게임을 하기위해 주말에 들락거리는 피시방의 그 특유한 찌든 내음에 절인 듯한 교복을 스스로 빨아입도록 외면하였으며 피시방에 들락거리는 아들의 행동을 고친답시고 교통비도 안주고 40분거리를 걸어다니게 했고(3학년때는 15분만에 도착), 남자이기에 밤을 무서워하면 안된다고 야밤에 야자마치고 돌아오는 길도 그냥 걸어서 하교하도록 내버려둘 만큼......
사춘기를 겪는 아들을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엄마인 내가 아들보다도 더 심하게 사춘기를 겪는 심정으로 공부에 반란을 일으킨 아들을 원망했던 그 3년간의 세월... 되돌아보면 아들에게 엄청 미안하고 부끄러운 저의 자화상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제 친구들은 혀를 끌끌차면서 옛날 동화책에 나오는 계모보다도 못한 엄마라고 저를 혼냈습니다. 제 자신도 제가 계모보다 못한 어미라고 자책합니다. 이런 제가 '헬리콥터엄마 이야기'를 대하면서 더 많은 반성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남편의 말이
 "그시절 당신이 너무 예민해 있어서 말은 못했지만 우리아들 참 불쌍한 세월을 잘 견뎠어. 아마도 그때의 단련이 군생활에 도움이 될 정도로 당신이 엄마라 하기에는 부족하고(?)...ㅋㅋㅋ 못된 새엄마라도 그보다는 낫겠다."
할 정도로 저는 아들의 스트레스보다도 내 아픔(기대를 너무 했던 첫아이에 대한 배신감)을 더 어루만지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이 당시, 남편이 개입할 수 없을 정도로 제가 무척이나 예민해있었다네요.)

그리고 대학교를 집과 많이 떨어진 곳으로 선택하여 가는 바람에 자취생활로 떠난 아들에게 먹거리나 다른 일반적인 내용에도 관심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아들의 판단이 독립적, 자립적이도록 다가서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았지요. 환경따라 울아들 그렇게 혼자의 세상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간혹, 어미의 매몰찬(?) 무관심으로 인해서 소외감을 느끼며 잘못된 길로 빠질까봐서 염려는 되었으나 감사하게도 아들은 의젓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다혈질인 어미를 오히려 보담으며 지낸 탓인지... 군생활의 어려움쯤이야 잘 견디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어려움이 없으니 걱정말라는 안부... 절대로 거짓이 아닐만큼 최근의 군대는 그야말로 너무 좋아졌다고 아들도 놀라며 선임들에 대해 칭찬까지 합니다.
지독한 엄마에게서 벗어난 울아들이 어디서건 잘 견디어 내리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입대한 아들과의 통화를 통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정말로 별어려움이나 힘든일없이 담담하게 잘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팍팍 받게 되어 우리가족들 생각이 잘못되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군생활이 편해졌다는 것일까? 엄마의 혹독한(?) 외면으로 단련된 탓일까? 의문이 마구마구 생길 정도입니다.^^

1월 22일 저녁무렵,
드디어 자대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또 왔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을까요? 남편의 군생활과 비교해 볼때 너무너무 좋아졌다고 우리 부부는 감탄을 합니다. 세상과 격리된 군대생활을 하던 때는 그야말로 아주 옛날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어 대학생활 하던 때보다 더 자주 안부가 오네^^ 군대보내면 애들이 효자된다더니...'
이런 생각을 하는데 아들이 분대장을 바꿉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제 막 들어온 이병 OOO을 맡게 된 분대장 병장 OOO입니다."
로 시작하여 잘 돌볼테니 걱정은 전혀 안해도 된다는 것과 군생활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아들이 사용하게 될 개인용품으로 필요한 물품을 집에서 보내실 때는 우체국소포를 이용해야하고, 면회는 언제부터 되고 등등... 듣노라니 그야말로 홀로 대학생활을 하던 때보다 훨씬 안심이 되는 환경임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아들은 저에 대한 서러움이나 원망이 없다고 하는데 제가 아들보기에 미안해지고 마음한켠에 아픔을 느끼기에 녀석이 군대에 있는 기간을 빌어 나누게 될 안부를 통해서 사춘기시절 잘해주지 못했던 저를 반성하면서 앞으로 부드러운 엄마가 되고자 노력중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