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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군인아찌가 되어가고 있는 아들의 편지 후기

열흘전 자대배치를 받은 아들, 훈련병이었던 2008년 1월 12과 13일에 걸쳐 쓴 편지를 보냈다고 했는데... 지난 금요일(2월1일)에 도착하였습니다. 단체로 거두어서 함께 보내는 군사우편인지라 도착하기까지 참 오래 걸렸습니다^^
내용은 자대배치를 앞둔 훈련병시절에 쓴 것으로 이 편지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배치를 받은 아들과 전화통화로 안부를 확인한 후라 우리가족은... 아들에게는 참 미안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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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시절, 세번의 편지중 가장 길고 깔끔하게, 그리고 알뜰하게 사용한 아들의 편지를 보며 흐뭇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으나 결론적으로는 웃음을 짓게 했습니다.
앞에서 밝혔듯이 아들에게는 정말로 미안하지만^^
아들이 처한 환경을 아는지라 그 심정은 이해가 되나 정말 어처구니 없는 대목에서 우리 가족은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주말에 종교행사로 절이나 교회, 성당에 가면 초코파이도 줘요. 처음 몇번은 교회에 갔는데 교회는 제일 멀리 있는데다가 초코파이도 한개만 주기 때문에 이제 성당으로 바꿨어요. 성당은 가깝고 초코파이도 세개나 줘서 좋긴한데 분위기도 무겁고 형식도 너무 갖추고 무엇보다 성경, 찬송가, 기도같은게 조금씩 달라서 썩 내키진 않네요.
저희 가족은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들이 슬금슬금 사춘기시절부터 교회에 나가지 않았기에 군대가면 종교생활은 제대로 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건만... 남편曰
 "초코파이 적게 준다고 성당으로 갔다니... 어린애같은 면이 있군그래. 우와 정말 웃기는 녀석이네. 허허허"
 "종교없던 사람도 간식받을려고 절이나 성당, 뭐 교회로 간다고 그러더니 우리아들도 어쩔수없는 군인아찌가 되어가는구나. 그치ㅋㅋㅋ"
초코파이개수와 거리를 문제삼아 성당으로 나가긴 했지만 분위기가 낯설어서 내키지 않는다는 고백으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우리가족에게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울아들 군대보내면서 제일 걱정했던 것이,
첫째:피지 않는 담배배울까봐...
둘째:총각딱지 뗀다고 엉뚱한 행동할까봐...
요거 두가지는 아들의 여친도 염려한 사항이라네요^^

그리고 제일 바랐던 일이 있다면 자대배치 받아 모범적인 종교인을 선임으로 만나서 체험을 통한 신앙인이 되는 것인데... 교회와 성당을 놓고 저울질했다는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안타까우면서도 여느 군인아찌들처럼 느껴져서 웃음이 났던 것입니다. 결코 웃을 일은 아닌데 왜그리 웃음이 나던지..

간식으로 건빵이 나올때면 초등학교시절에 아빠가 아주 가끔 사다주시던 건빵이 생각나고, 남들은 군대가면 달콤한게 땡긴다고 하던데 저는 신게 자꾸 먹고 싶어요. 귤이나 다른 과일들... 가끔 과일이 나오기는 하는데 그게 처음에는 배를 하나 통째로 주면서 둘이서 나눠먹어라 해요. 그래서 숟가락뒷부분으로 배를 반으로 가른다음 속을 숟가락으로 파먹었어요. 다시 생각해봐도 못할 짓이죠. 다음에는 사과가 나와서 그나마 반으로 쪼개서 껍질째 먹었고, 한번은 단감을 취침직전에 나줘주면서 먹으라길래 씻어서 서로 한입씩 껍질째 먹었어요. 아빠가 깍아주시던(남편이 과일을 잘 깎아요^^) 과일들이 생각나더군요.
과일을 잘 먹지 않아서 챙겨줘야 겨우 먹던 녀석이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양보하지 않고 이런식으로나마 나눠서 자신의 몫을 챙겨먹었다는 말에 다소 처량한 느낌이 들면서도 우리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평소의 녀석이 하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기에... 건빵과 과일을 대하면서 아빠를 떠올렸다는 대목에서 남편은 만족한 미소를 흘립니다.

OO한테(여친) 편지는 꽤 자주와요. 편지지는 엄마가 보내신 것보다 더 이뻐요.ㅋㅋ
제가 보낸 편지지와 아들의 여친이 보낸 편지지를 비교하여 경쟁시키는 것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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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제가 보낸 소포는 받았는지? 못받았는지? 소식이 없습니다.
자대배치를 받은 후에는 편지보다는 전화로 안부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편지를 쓰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을 울아들...
군대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남들과 같은 체험을 통해서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생각을 아주 아주 많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효율적인 군에 대한 지적을 아주 쪼꿈하면서 고생한 부분도 있었지만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멘트를 날렸습니다.

군대가면 당분간은 100%효자가 된다는 선배들의 말이 실감납니다. 요주기가 제대 후 짧게 끝나서 허무한게 문제라지만요. 후후후^^
우리 아들, 군인아저씨 티를 팍팍내면서 쓴 편지를 읽은 후기였습니다.
이젠 걱정보다는 군인아찌로 점점 변하고 있는 아들을 느끼는 것이 즐거움이 되고 있는 아주 나쁜 엄마가 된 저를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