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에 한번 정도 안부전화를 하던 아들의 전화가 최근에는 평상시 저녁에도 이어져서 의아했는데... 드디어 아들의 불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힘들지 않냐고 물으면 빙그레 웃으며 남들이 하는 군생활이니 남들하고 똑같이 평범하게 하는 거라며 괜찮다고만 하던 녀석이었기에 대견스럽게 여겼던 아들입니다.
병장되기 전, 상병되자마자 일찌감치 분대장이 되었던 녀석이라 나름 눈치껏 잘 하고 있음을 느끼며, 또래에 비해 의젓한 아들이라고 칭찬을 하면, 녀석은 스스로 착하기까지 하니까 염려하지 마라고 안심시키던 아들은 금년 11월 초 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회에 있는 우리입장에서는 2년이란 세월이 짧은 것같지만 국방부시계는 어찌도 그렇게 느린지... 아들입장에서는 무척 긴 시간일 수 밖에 없었기에 전역할 날과 말년휴가에 촛점을 맞춘 상황인데... 최근에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국내에서 신종플루환자가 사망한 일이 발생함으로 말미암아, 각 지역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군의 특성상 위생관리 차원에서 외출과 휴가를 엄격하게 제제하기에 이르게 되는 상황이 올까봐서 무척 불안한 심정을 호소했습니다.
"엄마, 요즘 그곳은 신종플루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심각합니까?"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는 사람도 환자로, 사망자로 발생하는 바람에 걱정이지만, 개인 스스로 손을 자주 씻는 예방책하고, 열나는 증세로 의심되면 병원이나 보건소가서 검사받아야 한다고 뉴스를 통해서 접하지, 일상생활이 달라진다던가 뭐 그런 것은 없어."
"우리 부대는 꽤 심해요. 열만 조금 나도 일단 격리시키고... 휴가갔다오거나 신병들 오면 일일이 건강 체크하고... 한달전부터 새로 짓기 시작한 취사장과 식당공사로 인해 우린 다른 부대꺼 함께 사용하는데 마스크끼고 다니는 실정입니다."
"밥먹으러 가는데 마스크를 착용한다구?....""
"예, 식당으로 이동하는 길에 하필이면 열나는 군인들을 격리시켜놓은 곳을 지나야하므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명령에 따르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그런 것은 필요하겠구나. 그러면 격리된 군인들은 어떻게 되는데?"
"열이 떨어지면 복귀시키고 더 심해지면 병원으로 보낸대요. 하필이면 제가 전역을 앞둔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져서 휴가 못나가게 될까봐 불안해요."
"휴가야 때되면 나오면 되지 뭔 상관이래?"
"휴가갔다 오는 군인들 중에 신종플루에 걸려 들어오는 사람이 발생할까봐 외출, 휴가금지령이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아들~ 만약에 휴가금지령이 떨어지면 전역은 어떻게 되는데?"
"전역은 날짜되면 시켜주겠지만 말년휴가없이 군대서 보내야하고... 만약에 신종플루환자가 군부대내에 발생하면 전역이 미루어지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니..."
"아들~ 그런 걱정은 하지마. 전역이 미루어지는 일은 없을거야. 엄마가 가서 내아들 내가 책임질테니 제대시켜라고 떼를 써서라도 데려올께.^^"
"ㅎㅎㅎ 엄마, 정말 그럴수 있어요^^"
"그런다니까^^"
우리 母子는 잠깐 웃었습니다.
"아들, 그런 걱정하지 말고 우짜던둥 깨끗하게 손씻기 잘하고 조심히 잘 지내. 손씻기 교육도 받았겠네."
"예"
"말년휴가도 때되면 나올수 있을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래서 볼멘소리를 했구나. 말년휴가 못나오고 전역못할까봐서^^"
"예. 부대서 하는 교육 듣다보면 엄청 심각해서 사회는 어떤지 궁금했어요. 그러다보니 신병들어오는 것도 싫어지더라구요.ㅎㅎㅎ"
"부대서야 많은 사람을 관리해야하니까 심각하게 교육시켜야겠지. 아들, 우리 나라 상황이 그래서 그런거니까 불만스럽더라도 내색하지 말고 지내는 거 알쥐^^"
"예. 안녕히 계세요. 끊을께요."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우리 나라에 턱없이 부족함을 군에서 강조하면서 철저한 위생관리를 위해 바짝 군기를 잡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더구나 기온이 떨어지면 신종플루확산이 더 심해질지 모른다는 설명에 이어서 휴가나 전역이 미뤄질지도 모른다고 엄포를 놓으니까, 불안하면서도 짜증나서 제게 드러낸 아들의 불만이었습니다.
괜찮으리라 안심시켰지만, 사회에 점점 번지고 있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걱정이 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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