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선배언니가 맏며느리로 시집을 가서 홀로 계신 시어머니, 미혼인 시동생, 시누이와 함께 살다가 시동생과 시누이를 혼인시킨 후 시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한 세월이 30년...
결혼으로 남편과 부부가 되었지만 언니가 남편밥상을 차려본 것이 몇번 안될 정도로 남편밥상은 시어머니가 직접 챙긴답니다.
혼인시키기 전 시동생 시누이와 함께 살때는 대가족인 탓에 못 느끼고 지나쳤는데, 혼인으로 분가를 시키고 나니까 남편의 출퇴근을 지켜보시던 시어머니께서 손수 남편의 밥상을 챙기시더랍니다. 선배언니가
"어머니 제가 할께요."
"내비둬라 아범 밥상은 내가 차리마."
몇번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그 세월이 지금까지 쭈욱 이어지고 있는데 좀 지나치다고 생각되었던 점은, 남편이 늦게 귀가할 때에는 식사도 하지 않으시고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어머니 오늘은 아범이 좀 늦나보네요. 먼저 식사하세요."
"나는 괜찮다. 애들하고 얼른 밥먹어라."
시어머니는 큰아들인 언니의 남편한테만 그렇게 한답니다. 시동생한테는 그러지 않으시는 시어머니의 이같은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고... 그렇다고 남편이 마마보이도 아니고, 이렇게 아들한테 잘하시는 분이 손자한테는 무관심하니 언니입장에서는 더 이해하기가 힘들었답니다.
언니는 스스로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남편의 밥상을 챙기는 일에서 관심을 접고 시어머니의 몫으로 넘기고 체념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럼에두 불구하고 가끔 늦은 저녁으로 모자지간에 함께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왠지모를 소외감을 느끼게 되더라는 언니에게 심경에 변화가 왔습니다.
공교롭게도 남편이 하는 일마다 실패하여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서 언니가 일을 하게 되었고, 남편을 잘 챙기시는 시어머니로 인해 점점 관심이 줄어들게 되면서 부부간의 정도 조금씩 퇴색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한지붕에 살면서도 두가족이 사는 것처럼 되어버렸답니다.
학교다니는 아이들은 이른 시간에 밥먹고 등교하고 남편은 늦게 일어나 시어머니와 식사하고, 저녁에 퇴근한 남편은 또 시어머니가 차린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예의상(?) 시어머니가 차린 밥상에서 함께 식사를 할 수 없었던 언니는 밤중에 하교하는 아이들을 기다리다 대충 혼자서 끼니를 떼우고...
아빠와 아이들이 마주할 시간도 별로 없었지만 할머니가 나서서 밥상을 차리고 아빠를 차지하니까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또 엄마(언니)와 친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지금에와서 보고 있으면 시어머니와 남편, 언니와 아들둘... 세대별 母子:母子로 나뉘어져 있더라며 한숨을 내쉬며 새로운 걱정을 하고 있는 언니...
장성한 아들들이 결혼을 하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것입니다.
언니는 아들이 결혼하면 분가시킨다고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한집에 머물수가 있는데 그때까지도 시어머니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며느리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이며, 또 며느리가 언니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걱정거리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니, 요즘 젊은이들은 현명하니까 눈치로 사태파악을 스스로 할거야. 그건 그때가서 풀면 되고... 그런데 형부하고는 부부사이가 좋아?"
잠시 주저하던 언니
"뭐 별로.... 무늬만 부부야."
"무늬만 부부?"
"......"
남편의 밥상을 시어머니께서 챙기는것 때문에 부부사이가 나빠질리는 없을테고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의 출퇴근에 맞춰서 아들밥상을 손수 챙기시는 시어머니로 인해 밀려난 듯한 기분은 솔직히 느끼며 살았다는 언니, 더구나 아들에게서 태어난 손자도 나몰라라하고 큰아들만 챙기는 시어머니의 행동이 부부간의 불협화음을 만든 원인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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