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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상병휴가 나온 아들의 변화, 밥을 기피하는 이유

조금전에 군에 있는 아들의 안부전화를 받고보니 지난달 휴가를 다녀갔던 아들의 변화가 문득 생각납니다.
일병휴가때와는 다른 변화를 보인 점을 나열해보면,

* 말투
아들 자신도 모르게 툭 튀어나오는 군인말투를 무척 싫어하던 아들의 말투가 변해있었습니다. 일병휴가때 군기 바짝 들어서 군인말투로 변해 있을 줄 알았던 아들말투는 그당시 별로 변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겨우 한두마디 좀 변했음을 느끼긴 했으나 우리와 말을 나누다가 금방 입대전 말투로 회복되었는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대부분 "~요"로 끝나던 말이 어느새 "~습니다"로 대부분 바뀌어져 있었고, 밥을 먹기 전 인사나 다 먹은 후 인사를 입재전에는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였었는데
"감사히 먹겠습니다. 감사히 먹었습니다."
로 인사한 후, 곧바로 스스로에게 투덜대는 아들... 아들 스스로 자신의 말을 지적하지 않았다면 저는 못느끼고 지나칠 말이었고, 무슨 말을 하다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때는
"시정하겠습니다."
해놓고는
"아~ 나 어쩌죠? 이제 군생활보다 제대할 시기가 더 짧게 남았는데 이 군인말투가 자꾸 튀어나와서^^"
하고 씨익~^^ 웃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친구들 만나면 조심해야겠습니다. 아니 또...^^"
"네 스스로 의식해 군인말투니 사회말투니 해서 그렇지 엄마는 잘 모르겠는데...^^"
"약간 딱딱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어 또..."
"제대하면 곧바로 회복될텐데 왜 자꾸 의식하고 그래?"
"휴가때만이라도 군인이란 걸 잊고 싶어서 그렇습... 그래요^^"
"허긴... 일병휴가때는 못 느꼈는지... 이번에는 말이 좀 변하긴 했네^^"

아들은 병장이 되었고 금년에 제대를 합니다. 사회말투로 회복해야하는데 어느새 군인말투로 변해버린 자신의 말이 거슬린 아들의 변화는 이것뿐만 아니라 또 있었는데

속옷과 체육복
메리야스 색상이 바뀌었습니다. 카키색 혹은 갈색 런닝셔츠와 팬티였던 아들의 속옷이 흰색으로 바뀌었기에 물었더니, 일병때까지 입었던 카키색과 갈색은 보급품으로 나라에서 지급되는 것이고, 상병부터는 사제품을 구입해서 입어도 되는 것이 계급에 따른 특권(?)이라며 우쭐해하더군요^^
아줌마시각을 지닌 제가, 보급품은 공짜라서 더 좋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보급품에서는 자신의 치수에 맞는 것을 고르기가 쉽지 않아, 몸에 맞는 옷을 입는게 아니라 몸을 옷에 맞춰야하는 불편함을 겪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체육복을 입는 차림새에 따른 특권도 있는데, 상의를 밖으로 내어 입으면 상병이상이라는 계급에 따른 무언의 뿌듯함을 느끼는 시기라고 전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군대에서는 하루라도 먼저 입대한 순서에 따라 변하는 계급장에 따른 미묘한 차이에서 느끼게 되는 안쓰러운 감정이 되살아났습니다.
군복무경험이 있는 남정네들은 알테지요^^ 상병중에서도 꺾인 상병이라 하여 1234를 넘어 꺾인 상병은 병장을 향한 준비자세가 되는 맘을요^^567
일반인입장에서는 사소하여 지나칠 것도 군대서는 따지고 예민해짐을 느끼게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제일 큰 변화

*하루 세끼 밥
대부분의 부모들은 군에 간 아들이 휴가나오면 예나 지금이나 먹거리부터 챙기게 되는데... 저 또한 그랬습니다. 특히나 밥^^
일병휴가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아주 큰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던 점으로, 아들이 밥을 기피하는 것이었습니다. 상병휴가 10박 11일의 기간 중, 밥을 먹은 횟수를 손꼽아보니 딱 세끼 뿐이었습니다.
끼니때가 되어
"아들, 밥먹어"
하고 상을 차리려고 하면
"차리지 마세요. 배 고프면 제가 찾아먹을께요."
라고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밥먹기 싫으면 다른 거라도 해줄께."
했더니 쭈욱 나열되는데 주로 면종류였습니다. 라면, 자장면, 졸면...
"휴가나온 아들에게 밥을 제대로 먹이지 않은 엄마는 이 세상에 나뿐일거야.^^"
했더니
"아닐걸요^^ 군대서는 먹기 싫어도 먹어야하는게 밥이라서 휴가나온 기간에라도 먹기 싫으면 안먹을 자유를 좀 누리게 해주세요."
하는
아들의 말을 듣고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군대서 하루 세끼 먹는일이 고역인 아들의 행복한 투정을 들으며, 군대서 배고플까? 하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됨이 감사했습니다.
메뉴도 참 다양하게 차려진답니다. 맛이 사회에서 먹던 것과 좀 다를뿐...

입대전 먹었던 음식맛을 확인하고파 군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라면부터 먹고싶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근무하는 부대는 보초설때만 라면을 먹을 수 있는데... 그것도 제대로 끓여서 먹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물을 라면봉지에 넣어 불려서 먹는 쫄라면?인가 봉지라면?으로 표현하더군요.
예전에 라면을 간식으로 먹을수 있도록 허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시절 어떤 군인이 밥은 안먹고 라면먹기만 좋아하는 독특한 청년이 있어서 그로 인해 아쉽게도 라면중지령이 내려져 라면먹는게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아무리 다양한 메뉴라고는 하나, 대부분 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밥이 지겹다고 하던 아들은, 중국집 자장면도 그리웠고, 치킨과 피자도 그리웠었나 봅니다. 그리고 집에 머물며 주로 먹었던 것은 퍼먹는 요쿠르트였고, 남편이 과일을 챙겨주었습니다.
친구를 만나러 나서면서 아들은
"엄마, 굶지않고 알아서 먹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마도 밥보다는 술과 안주로 배를 채웠을 것으로 상상됩니다.

먹거리가 빈약했던 우리 윗세대인 엄마세대만 해도 군대뿐만 아니라 집을 떠나 있는 가족이 있을시, 그 가족을 위해 끼니때마다 밥을 떠놓은 풍습을 저는 보고 자랐습니다. 집떠나 배고픔을 겪지 말라는 뜻으로 그렇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밥은 참으로 중요한 먹거리였는데...

세월 참 많이 변했음은, 휴가나온 아들의 먹거리 선택에 자유를 달라는 부탁으로도 느낄 수 있었으며, 또한 풍족한 시대를 누리고 있음에 감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훈련병시절, 잠깐 낯선 환경과 체력적 소모로 말미암아 배고픔을 겪긴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걱정할 게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던 아들의 변화를 옮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