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남동생의 늦둥이 아들(마흔에 본 막내)인 일곱살 유치원생 어린조카가 엄마품을 처음으로 떠나 4박5일 일정으로 할머니(친정엄마)와 함께 우리집(고모)을 다녀갔습니다.
맞벌이 하는 동생부부(대구)가 각자의 직장에서 휴가맞추기가 쉽지 않음을 눈치챈 친정엄마(할머니)께서, 어린손자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파 나선 길이었답니다.
큰아빠(울산오빠)집과 고모(저)집 중에 어디를 갔으면 좋겠냐고 묻는 할머니 제안에 조카가 우리집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한데, 큰아빠집은 명절때도 가고 또 가끔 가보았지만, 어린조카의 기억에는 고모집을 다녀왔다는 기억이 아예 없다는 설명을 하면서 우리집을 택하였답니다.(애기때 다녀갔음)
이유가 분명한 어린조카는 위로 누나 둘이 있는데, 작은누나가 고3이니 세대차이가 날뿐만 아니라, 아빠도 엄마도 유치원에서 보기드문 연령대라 조카도, 부모인 동생부부도... 하물며 할머니인 친정엄마까지도 어린조카의 눈높이를 맞추느라 고전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아이 어릴 적에 제가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제대로 못잠을 걱정했는데... 조카는 칭얼댐없이 의외로 잘 자서 안심되었습니다.
의림지도 다녀왔고, 외식도 하고... 이틀을 잘 견디던 조카는 그저께부터 할머니께 언제 집에 가느냐고 조용히 묻곤 했답니다. 집을 나서면서 스스로 챙겨 온 영어
오전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마치고, 오후에 제가 시간이 나면 동화책을 두권씩 읽히면서 책의 내용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화읽기를 했고, 간식으로 먹고 싶다는 음식을 제공했지만, 조카는 또래의 친구가 없음이 몹시 지겨웠을 것입니다. 할머니와 함께 놀이터에도 가고 주변을 돌아보기도 했으나 만족할 수 없었을 테고... 어제 오후에는 아파트를 나섰다가 돌아오는 친정엄마의 손에 아카시잎줄기가 몇개 들려있었습니다.
"엄마 그거 뭐하시게요?"
"저녁때 OO이가 심심해 하면 놀이하려고^^"
저녁을 먹은 후, 잠들기전까지 지루해하는 손자를 위해 친정엄마는 가위, 바위, 보로 아카시 잎떼기놀이를 시작했습니다.
"할머니 이걸로 뭐하는 건데요?"
"가위, 바위, 보 해서 이기는 사람이 잎을 하나씩 떼는데 먼저 다 떼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아~ ^^"
처음 해보는 놀이에 조카는 눈을 반짝거립니다.
할머니와 손자의 가위 바위 보가 시작되었고 각자의 손에 들려진 아카시잎이 하나 두울... 떨어집니다.
일곱살 꼬마조카는 처음하는 놀이가 재밌고 신기한가 봅니다. 웃느라고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OO아~ 친구들하고 이런 거 해본적 없니?"
"예."
"재밌니?"
"예."
할머니와 친해지면 반말하는 아이와는 달리 꼬박꼬박 존칭어를 쓰는 어린조카는 저에게도 존칭을 씁니다. 울애들 말배우면서 바로 존칭어 사용했기에 신기할 것은 없지만... 늦둥이아들의 귀여움에 빠져서 버릇없이 키우게 될까? 조금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아이 스스로 조숙하게 자라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동화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설명하던 중, '구박'이란 단어를 설명한 후, 혹시 주변에 이런 사람있을까? 하고 물었더니 '작은누나'라고 대답하고선 이유를 설명하는데 웃음이 났습니다.
아빠하고 엄마한테 맨날 반말쓰는 누나를 못마땅하게 여긴 동생부부의 지적을 구박으로 상상한 어린조카는 스스로 존칭어를 쓰게 되었음을 느낄수 있는 부분입니다.
뭐든지 잘하고 싶어하는 어린조카는 가위,바위,보에서 할머니에게 밀리자 속이 타는지 연실 코를 비비고... 할머니는 지고 싶은데도 자꾸만 이기고...
그러다가 할머니는 손자가 내미는 가위,바위,보를 파악한 뒤에 한가지만 계속해서 내면서 조카가 연이어 몇번 이기게 하자, 왜 할머니는 계속해서 같은 것만 내냐고 물어서 이것 역시도 편치 않은 할머니 모습을 지켜보면서 승부를 떠나 어린 손자와 할머니가 함께한 아카시 잎떼기놀이는 세대를 뛰어넘는 놀이로, 좋은 추억으로 자리잡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장난감이 없을때 우리는 자연을 장난감삼아 이렇게 놀았음을 대물림하고 있는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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