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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학교생활에서 발생한 고민을 엄마한테 말하기 싫은 이유

금년에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여제자가 방학이라고 놀러온다고 하기에 간식으로 맵지않은 떡볶이를 만들었습니다.
 "딩동!!"
 "어서와^^"
 "샘~ 문은 왜 잠가놨어요?"
 "애들 시간이 끝났으니까 잠가놓았지^^"
 "문이 잠겨있으니 이상하잖아요^^"
우리집 문은 거의 열려있기에 '딩동~!' 이라는 초인종은 문을 먼저 열어본 후에 잠겼을 때만 사용하도록 아이들과 약속이 되어있는데 졸업한 아이들의 방문때에 문이 잠겨있었으니 낯설었나 봅니다.ㅋㅋ

떡볶이를 내놓으며
 "OO가 매운것을 못먹기에 오늘은 샘이 카레를 이용하여 안맵게 만들었단다.^^"
 "우와~ 샘은 그걸 기억하세요^^"
 "그럼, 너는 떡볶이먹을 때마다 물을 더 많이 마셨잖아. 카레이용한 떡볶이지만 맛은 괜찮더라. 맛있게 먹어."
간식을 먹으며 그동안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재잘거리는 아이들, 초등시절과 비교하면서 불만을 나열하기에,
 "지금 너희시기를 뭐라고 표현하는지 도덕교과서에 나와있잖아. '질풍노도의 시기'라고~ㅋㅋㅋ"
 "ㅎㅎㅎ 맞아요."
 "중학교, 고등학교시절에는 어른들의, 그리고 선생님들의 말씀에 공감되는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이 들거야. 왜냐면 너희들의 감정이 널을 뛰듯이 기복이 심할 시기니까. 그런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아야 지혜로운 거란다."
 "그걸 샘은 어떻게 아세요?"
 "나도 겪었으니까... 야아~ 나도 너희들과 같은 시기가 있었다. 바로 어른이 되는 사람이 어딨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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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떠들다가 A라는 아이가 학교생활을 통해서 겪었던 이야기를 시작하는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집니다. 억울한 생각에 혹시 울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긴장이 되었습니다만 다행히 울지는 않고 지난간 일에 대한 이야기는 편안하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휴우 안심^^'
아이의 억울한 사연을 이곳에 옮길 수는 없습니다. 단지 저는 그때의 상황을 왜 엄마한테 말씀드리고 도움을 청하지 않았느냐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OO야, 학교 상담선생님께서 너를 오해의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이상하게 질문을 하실 때 괴롭지 않았니?"
 "괴로웠지요. 학교가기 싫었을 정도로... 며칠간 수업중에 불려다녔으니까요..."
 "차라리 그 당시에 엄마한테 말씀드려서 빠른 해결을 보도록 하지 그랬니?"
 "저는 엄마가 아실까봐서 도리어 걱정되었어요."
 "왜?"
 "저도 억울한 심정인데 엄마까지 아시면 속상해하시다가 도리어 저를 나무라실까봐서 싫었어요. 우리엄마 잔소리 끝내줘요^^"
 "아냐. 너가 엄마를 오해해서 그런데... 엄마들은 자식에게 친구같이 편한 엄마이기를 바라고 있단다. 엄마는 좋은 뜻으로 조언해주는 건데, 너희가 잔소리로 받아들이면서 벽을 만드니까 엄마는 너희주변을 뱅뱅도는 외로운 사람이 될수 밖에 없는 불쌍한 사람이야. 맨날 자식생각에 노심초사하는데 엄마를 잔소리꾼으로 몰면 섭하지."
 "새엠~ 엄마는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중간에 자르면서 잔소리부터 시작해요."
 "그때일은 차라리 엄마가 선생님을 만나서 이야기했더라면 너의 억울함이 빨리 해소되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구만. 만약에 우리딸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데 엄마인 내가 모르고 지나쳤다면 나중에라도 알고나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이제 지난 이야기지만 지금 나한테 한 이야기를 너희 엄마는 알고 계시니??"
 "아뇨."
 "어떤 경로던지 알게 되면 마음아파하실거야. 다음부터는 어떤 일이 발생되면 엄마랑 상의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해. 엄마를 편한 친구처럼 만들어. 그러면 엄마도 좋아하실거야."
 "우리엄마는 샘하고 달라요. 샘은 제 이야기를 다 듣지만, 엄마는 제 말을 중간에 자른다니까요^^ 제가 방금 한 이야기 우리엄마한테는 하지 마세요."
 "에그ㅡ.,ㅡ 나도 우리딸한테는 그럴지도 몰라.^^ 잔소리? 요거 엄마들만의 독특한 고질병이야. 너희가 이해하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잔소리부터 시작할 거 생각하면 차라리 제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하는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제일도 아니고 제 친구일이잖아요^^ 억울하긴 했지만 엄마가 모르시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던 것은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불러가는 것도 싫었는데 만약에 엄마까지 아셨더라면 저는 더 괴로웠을 지도 몰라요. 엄마도 어찌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알아보려고 저한테 꼬치꼬치 물었을게 뻔해요.ㅎㅎ"
 "그럼 앞으로 다른 일이긴 하지만 비슷하게 억울한 일이 생기면 어떡할껀데?"
 "그래도 엄마한테 말하지 않을거예요."
 "왜?"
 "딱잘라 말하면 걱정이라기보다는 잔소리같아 듣기 싫어서 그래요."
 "안그래. 네가 편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괜찮을거야."
 "안될거예요."
 "단정짓지 말고 평소에 아무이야기라도 편하게 하도록 하라니까."
 "별일 아닌 이야기는 잘해요. 그런데 마음쓰일 이야기는 왠지 하기 싫더라구요^^"
 "그럼 나한테는 왜 하는데?"
 "샘은 나무라지 않고 들어주니까 편해서 그래요."
 "ㅎㅎㅎ 만약에 내가 고자질쟁이처럼 이야기를 한다면?"
 "치이... 그럼 샘도 멀어지겠지요^^"
 "......"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자잘못을 따지지 않고 그냥 편하게 들어주는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판단은 스스로 내릴 수 있다고 믿기에 그저 들어주기만 하는 사람이 더 좋은가 봅니다.
중학생인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친구같은 엄마는 엄마의 소망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저는 우리딸에게 어떤 엄마로 인식되고 있는지 궁금했으며 그리고 엄마는 잔소리꾼이라서 대화를 피하는 면도 있지만 더불어 부모님이 속상해하실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의젓한 깊은 속내도 알게 되었습니다.
만나지 못했던 일년간의 기간을 통해서 부쩍 자란 아이들이 대견스러웠으며 앞으로 더 심하게 감정의 기복을 넘나들게 될 아이들이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