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의 마지막주말에 대구에 계신 친정엄마가 전화하셔서
"네가 갑자기 무척 보고싶어서 그곳에 가려고 하는데..."
"예. 오시면 되지 뭐 일부러 전화까지 하세요. 오이소. 몇시차로 오실건데요?"
"아직은 모르겠고 준비하는 대로 고속버스타고 갈끼다."
"예, 조심해서 오이소."
뜻밖이었습니다. 한달전에 엄마보러 다녀오기도 했지만 평소의 울엄마께서 사용하시는 말씀의 표현과 약간의 거리가 있었기에 놀랍기도 했구요. 갑자기 무척 보고싶어서← 이런 표현 사용하지 않으시던 엄마시며 또한 아무때나 불쑥 오시던 엄마였기 때문에 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연세도 연세려니와 지난 여름에 생각지도 않았던 막내동생의 죽음을 겪었던지라 조심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감정이 갑자기 변하면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어르신들의 통속적인 표현도 있고해서 저는 반가움보다는 긴장이 더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엄마가 도착하셨고 엄마가 내미신 그가방에서 귤이 가득 쏟아집니다. 무거운거 들고 다니실 연세가 아니라고 자식들은 말하지만 울엄마는 당신께서 아주 건강하시다고 믿으시는데 요것이 항상 문제입니다. 울엄마 칠순의 중반을 넘었습니다. 외모에서는 할머니지만 그야말로 힘에서나 마음에서는 저보다도 더 젊은이임은 우리남편도 우리딸도 인정할 정도로 건강해보이고 힘이 넘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세월의 연륜은 어쩔 수 없기에 저는 엄마가 튼튼하심이 안심되면서도 이렇게 힘을 쓰시면 걱정이 됩니다. 이런 모습을 오빠도 제 남동생도 저와 더불어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엄마식으로 자식사랑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희 남매의 행복이며 감사이기도 하지만 또한 걱정이기도 합니다.
아~~ 이런 엄마가 저녁식사를 마친뒤에, 가방에서 무슨 약과 속옷을 꺼내시면서 저보고 입어보라고 하시는데 저도 모르게 무심코 가격표를 보게 되었습니다. 웨메 이런 @.@(몇번이고 다시 봤습니다)
지난번에 대구갔을 때 엄마는 막내동생을 갑자기 보낸 슬픔에서 벗어나고자 엄마친구따라 무슨회사에 매일 나가는 출근으로 인해서 잠시라도 막내동생을 잊고자 애쓰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나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뭐 노인을 어찌하랴?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잘하셨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며칠전 동생과의 통화에서 엄마가 아무래도 이상한 곳에 다니고 계시는 것 같다는 걱정의 안부를 들었던지라... 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엄마, 이게 다 뭐예요?"
"이거 먹어보고 입어본 사람이 효과를 받다니까 너를 생각해서 가져온기라."
"엄마 제가 예전부터 누누히 말씀드렸잖아요. 약이던 건강식품이던 먹는 것은 자신이 직접 돈 벌어서 사서 먹어야 아까운 줄 알고 챙겨먹게 되지 선물로 받은 것은 소홀해지니까 절대로 건강식품같은 것은 자식주려고 사지말라고 했잖아요. 엄마가 드실거면 몰라도..."
"그러면 니가 이거 먹고 입고 그 만큼 돈으로 주면 될거아이가?"
아이고 머리 아픕니다. 매번 이랬습니다. 무슨 일이던지 먼저 엄마맘대로 해놓은 후에 떠맡기는 형태... 한두번이 아니기에 저도 모르게 갑자기 화를 냈습니다. 버릇없이 감정이 폭발했습니다.
"엄마가 보시기엔 제가 이렇게 비싼 것을 살수 있는 형편으로 보입니까? 제가 얼마나 짠순이로 생활해서 이제서야 겨우 허리 좀 펴고 살만한데 계획에도 없는 이런 고가의 제품을 제가 선뜻 살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엄마 정말 왜 이러세요? 동생한테도 무슨 건강제품을 권했다면서요? 그런 고가품을 엄마가 보시기에 우리가 다 그정도쯤은 구입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나 본데요. 말이 나온김에 솔직하게 말씀드릴께요. 힘듭니다. 동생은 계약직이라 늘 불안하고 우리는 자영업이긴 하지만 경기를 타니까 늘 비상이구요..."
아주 세게 매정하게 화를 냈습니다. 동생이 먼저 눈치를 채고 엄마를 말려보았는데 도무지 듣질 않는다며
'아이고 모르겠다 누나야 누나가 어찌 엄마 좀 말려봐라'
고 해서리 제가 나쁜년 되기로 작정했습니다.
"나는 네가 몸도 차고 늘 겨울만 되면 아프다고 하니까 니 몸 생각해서 사용해본 사람들이 다들 좋다고 해서 네생각이 나서..."
"됐거든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이번엔 또 누가 무엇으로 어떤 말로 엄마를 유혹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정말로 우리 자식들 마음 좀 편하게 해주세요."
"내가 어쩠기에... 아이고 이제 아들도 딸이란 너도 나를 무시하는구나..."
한숨지으시며 울먹거리십니다. 제 마음도 몹시 아픕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물러나지 않으리란 다짐을 합니다. 남의 아쉬운 말은 잘 들어주시면서 유별나게도 자식들의 말은 왜그리도 외면하시고 멋대로 하시는지 매번 일을 만드십니다. 그럴 때마다 조금 남은 물질마저 털어내야만 고요해지시는 울엄마, 정말로 삶이 힘겹습니다. 옆에서 아무리 말려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는 절대로 물러나지 않으십니다. 그러다가 돈사고 친적이 여러번 있기에 우리 남매들의 고민입니다.
이번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다단계같습니다. 건강식품이며 속옷이며... 아마도 종류가 더 있을것 같은데 제가 하도 화를 내면서 시작부터 난리를 치니까 더는 보여주지 않으셔서 그렇지 아무래도 더 다양한 종류를 자랑삼아 혹은 판매차 들러신 것 같으십니다. 그곳에서 교육도 참 제대로 받으신것 같습니다. 보고싶다 아그야~ 로 시작해서 노인된 부모님의 부탁을 함부로 거절하지 못하도록 마음을 울리는 감동으로 접근하도록 시킨대로 표현하고서 저한테 오신 것은 아닌가? 하는 그야말로 엄마의 마음까지도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다단계
엄밀하게 따지면 모든 제품이 다 다단계같은 구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단계 판매라면 일반적으로 대개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게 됩니다. 이익보다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다단계 방문판매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제 친구도 있습니다만 그리 되기까지의 과정을 힘들게 봐온지라... 그리고 약간의 술수(?)도 부려야함을 보았기에...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판매업에 우리 친정엄마가? 세상에 칠순중반의 노인인 우리 엄마가 현혹되다니...
한사람 한사람 회원으로 끌여 들여서 그 당사자가 그 제품을 사용한 점수로 수익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일정액만큼이나 당사자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하고 또한 회원도 확보해야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에 울엄마가 또 어떤식으로 민폐를 끼칠지 정말 걱정됩니다. 말리긴 말려야 한다는 생각에 화를 내고 매몰차게 했지만 알수 없습니다. 울엄마 아주 낙천적인 성격이라 돌아서면 잊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대로 일단 합니다. 어떻게 말릴 수 있을지 고민스럽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사뿐사뿐 친구들하고 마실댕기시며 입맛에 당기시는 음식을 사드시며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시기를 원하는 자식들이지만
"내가 죽은 목숨이냐? 사람이 일을 해야제..."
이런 주장으로 새삼스럽게 또 일을 만드신 엄마... 우리는 반기지 않습니다.
"우짜면 좋노?"
동생하고 아무리 궁리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도 장남인 오빠의 말은 좀 겁을 내시니까 오빠한테 알릴까? 생ㄱ각해보지만 장남까지 뭐라고 하면 너희들끼리 짰냐? 시면서 울분이 터져나오실 게 뻔하니까 일단 동생과 제가 지켜보기로 했지만... 자신이 영~ 없습니다.
10여년전, 어느 대학교 앞에 땅을 사서 원룸지어 그 세로 노후를 설계한답시고 시작하느라고 살고 계시던 집을 매매하여 지금은 전세로 근근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것도 막내가 가면서 남긴 보험금입니다. 예전의 전세금은 월세로 돌리며 보증금을 이용해서 식당으로 돈벌어 보겠노라고 시작해서 또 날렸구요... 걱정이 많습니다. 왜 엄마는 자꾸만 일을 만드시어 자식들의 걱정이 되려고 하느냐며 낱낱이 들추어 엄마에게 따졌던 제 심정도 갑갑합니다. 제가 돈이라도 많아서 제옆에 아파트를 하나 사 들이고 시시때때로 지켜보고(?) 아니 감시라도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저는 딸이라서 그런지 울엄마의 이런 행동들이 올케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도 마음이 쓰여서 참 서글픈 이중고를 겪습니다. 새해첫날이라고 오빠도 남동생도 엄마에게 안부전화가 와서는 왜 그리 멀리까지 가셨느냐며 자신의 집에 오시지... 하고선 안부를 합니다. 집집마다 맞벌이긴 하지만 저는 집에서 하는 것이니 그래도 빈집아닌 곳을 찾아 오셨다고 대답하시는 울엄마... 제곁에 계시니 마음은 안심이 되는데... 울엄마가 시원스럽게 다 말씀하시지 않으시고 내미시는 제품을 본 제 마음은 찜찜하고 불안하게 엄마를 바라보게 됨이 슬픕니다.ㅠ.ㅠ
이번에는 제발 자식들의 부탁을 좀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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