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우리 부부의 결혼생활은 경제적으로 그리 여유롭지 못했기에 생일이니 기념일이니 뭐 그런거 챙기지 않고도 서로에게 너무 잘하는(?) 천생연분 베필임을 자부하면서 서운함없이 잘 살았는데... 정확하게 알수는 없지만 어느해부턴가 남편은 결혼기념일에 선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직접이 아니고 배달입니다^^
무엇이 갖고 싶냐고? 묻지도 않고 멋대로 보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이런 일을 처음 시작했던 해에는 목걸이와 케익에 장미꽃다발까지 보내서 저를 무지하게 감동시켰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해에 또 목걸이@?@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보석도, 치장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낙이기에 연거푸 목걸이를 받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되면서 물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개만 있으면 되지 뭐 두개씩이나... 물리고 싶다아 어디서 구입했어요?"
하고 물었더니
"그냥 사용해. 내가 주는 선물인데 여러개면 어때. 디자인은 다르잖아."
"앞으로 이런 것 하지마요. 나는 선물보다는 현금이 더 좋단 말이야^^"
"알았어. 담부턴 물어보고 해줄께^^"
"안해도 된다니까. 나는 당신한테 선물안하잖아. 이런것 안해도 서운함없이 잘 살았고 앞으로도 잘 살면 되는거잖아. 두번이면 됐어. 감동느낄만큼 느꼈으니까 됐어요."
이리하여 몇해동안 케익만 배달되고 선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니 벌써 어제가 되었군요.ㅎㅎㅎ
생각지도 않은 물품이 배달되었습니다. 목욕제품에 샤워코롱과 로숀.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겉봉에는【28일 기념일에 꼭 배달요망】이라고 적혀있었고 정확하게 28일에 배달되었습니다. 제품을 보는 순간 웃음이 났습니다.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걸 선물이라고 골랐을까?'
엉뚱함이 평소의 남편모습과 다르기에 신기하기도 했고 어처구니도 없어서 남편이 퇴근하여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여보, 고맙긴 한데... 선물 고를때 혹시 당신을 도와주는 사람 있어?"
"아니, 왜?"
"선물이 다양해지는 것 같아서 물어봤어요^^"
"ㅎㅎㅎ"
"있구나. 웃는 걸 보니... 말해봐요. 누구야?"
"사실은 그게 말이야. ㅎㅎㅎ"
남편은 먼저 웃음부터 흘리더니, 어느해부턴가 시작된 결혼기념일의 선물은 직접 돈내고 구입한 것도, 남편이 직접 보고 고른 것도 아니었노라고 고백했습니다.
내용인즉, 카드포인트를 이용한 선물로 결혼기념일이 다가올때쯤이면 어김없이 카드사에서 나긋나긋한 아가씨 목소리의 안부가 들어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가씨가 골라주는 대로 선물이 배달된 것이었노라고 지금까지의 일을 들려주었습니다. 카드사의 아가씨 생각대로 아내에게 사랑받는 남편이 되기 위해 이정도는 괜찮지 않느냐는 식으로 권하면 남편은 거절하는 것이 쉽지 않아 쩔쩔매면서 그저 예 예로 대답만 했을 남편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났습니다.
"목걸이나 귀걸이 뭐 그런거 했다가 당신한테 혼날 것 같아서 나름대로 생각많이 하고 선택한거야."
"집에 다 있는 건데... 그 아가씨도 꽤나 머리 아팠겠네요.ㅎㅎㅎ 이왕에 집안에 들어온 물품이니 고맙게 잘 사용할께요^^"
"그럼 고맙고"
"여보, 대신에 앞으로는 목소리만 들려주는 아가씨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모습을 보여주면서 목소리까지 내는 내말을 잘 들어주시면 내가 더 고맙겠나이다^^"
"알았어. 이제 안할께."
남편의 대답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내년에도 이쁜 목소리로 설득하면 남편은 분명히 넘어갈 것 같습니다.ㅎㅎㅎ 비록 목소리로 설득하는 주인공이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알수없지만 선물은 유쾌함을 주니까 일부러라도 어쩌면 전화를 기다리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ㅋㅋㅋ 잠시 엉뚱한 상상에 빠져보았습니다.
"여보~! 내년부터는 그 포인트를 나한테 바로 선물해요. 카드사 아가씨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요"
남편의 직업상, 유류대금으로 지출되는 카드금액이 꽤 많습니다. 쌓이는 포인트만큼이나 결혼기념일 선물로 사용되는 포인트점수 또한 꽤 높을것이기에... 선물받고 우아하게 고마워만 하지 않고 ㅋㅋㅋ마누라아니랄까봐서 아까운 심정을 드러내보았습니다.^^
토토올림
'잡다한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민입니다. 친정엄마가 다단계 유혹에 빠지다니 (84) | 2008.01.01 |
---|---|
새해아침, 입대한 훈련병 아들의 전화를 받다 (6) | 2008.01.01 |
하늘~! 감성을 함께 나눌 네가 있음이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 (8) | 2007.12.27 |
몸이 호소하는 대로 병원을 들락거린 중년 (2) | 2007.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