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을 앞둔 거리의 꽃집에는 붉은 카네이션 꽃바구니가 즐비하게 수놓고 있었습니다.
곧 '어버이 날'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신호같습니다.^^
이맘때만 되면 안그래도 말수가 적은 제 남편, 더 말이 줄어들면서 표현은 않지만 우울해지는 시기임을 느낍니다.
제게는 시부모님이 안계십니다.
시어머니는 남편 여섯살때 돌아가셨고, 시아버지는 남편 스무살무렵에 돌아가셨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럼 고아?
아닙니다.
남편나이 아주 어렸을 적에 두분 다 돌아가셨더라면 그야말로 고아로써 고아원에서 자랐을 지도 모르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시아버지께서는 남편이 성인될 때까지 생존해 계셨을 뿐만 아니라, 터울차이가 많이 나는 형님(시아주버니)이 일찍 결혼하셔서 형님내외분 슬하에서 성장했습니다.
결혼하여 어린 자녀(우리부부가 낳은 남매)를 키우며 어느정도의 안정적인 기반을 닦을 동안에는 정신없이 일하느라고 느낄 겨를도 없이 무심하게 지나쳤던 감정이, 나이들어 친구나 지인의 부모님 칠순잔치에 참석하게 되므로써 남편은 그동안 꼭꼭 숨겨두었던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예고도 없이 불현듯 솟구치는 분수처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사무침을 드러내면서, 자신이 직업을 갖고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는 부모님이 안계신 상황이었음이 아쉬움으로... 애잔함으로... 조금 더 생존해 주지 않으신 부모님에 대한 원망의 감정과 뒤엉켜서 남편의 마음을 헝클어 놓곤 하나 봅니다.
특히나 어버이 날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는 더 착잡하고 우울해지고 있는 남편의 감정을 읽을 수 있으니 참 안쓰럽기도 합니다.
"이제는 용돈도 드릴 수 있고, 맛난 거 사드릴 수도 있는데..."
"......"
남편의 투정이 참 가엾습니다.
성장과정에서 신체적으로 약골이었고,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표현하지 않던 내성적인 성격이라 시아버지와 더불어 주변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남편을 무척이나 걱정했다는데... 현재 시댁집안의 비슷한 또래들 중에서 오히려 도움을 줄수 있게 된 남편이기에 스스로 느끼는 뿌듯함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도 보실 부모님이 안계심이 몹시 애달픈 남편입니다.
엄마의 죽음이 좋은게 아니고 슬픈 것이라는 것은 장례식을 치르면서 사람들이 무척 울었기에 어렴풋이 느낀 감정일 뿐이고, 솔직히 그 당시에는 슬픔도 제대로 몰랐던 시기라고 고백할 정도로 너무 어린 나이에 겪은 일이라 엄마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는 남편의 생김새는 사진으로만 뵌 시어머니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시아버지에 대한 애닮픔이 시어머니보다 더 진함을 느끼게 합니다. 남편 나이 스무살무렵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들수록 더 진해지나 봅니다. 아버지 홀로 지내신 세월까지 이해하는 심정이 되어 아버지의 외로움을 굉장히 안타깝게 여기는 남편의 뒤늦은 감정이 애처롭기 그지 없습니다.
내일이면 어버이 날이라 처가쪽으로 홀로 계신 장모님을 챙기고, 시댁쪽으로 큰댁의 형님내외분을 챙길 것입니다.
결혼하여 해마다 반복되는 어버이 날이건만 남편은 나이가 들수록 더 진해지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비례되어 남편의 가슴한켠이 아픔으로 아려오고, 어버이 날이라고 우리 아이들의 대접을 받으면서도 마음은 그리 편치 않을 남편의 우울한 심정, 그 애닮픔이 더 아프게 전해오는 날입니다.
나이 쉰을 넘긴 남정네의 부모잃은 슬픔이, 그동안 들키지 않으려고 깊은 곳에 꼭꼭 숨겨놓았던 감정에 북받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엷은 듯하면서도 그 범위가 너무 넓게 퍼져가는 파장은, 아주 작은 소망... 자신이 일해서 번돈을 용돈으로 꼭 드리고 싶었다는 간절함을 끝내 가슴속에 묻어둔 한자락의 소망이 되고 말았음이 슬픔되어 퍼지는 감정임을 느낍니다.
딸아이가 준비한 카네이션을 바라보는 남편의 눈동자를 통해 전해지는 아련한 감정이 더욱 더 애처로와 보이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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