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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보험약관대출받아 돈 빌려달라는 친구

살면서 남의 돈 빌리지 않고 사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지요.
없으면 없는대로... 있을 때까지 버티기 작전으로 오늘날에 이르른 우리부부는 우리가 번 돈도 소중하지만, 남의 돈도 아주 소중하게 여깁니다.

우리부부는 한번도 남에게 많은 액수의 돈을 빌려본 적이 없습니다.
신혼때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절대로 내색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하며 모으기에 힘썼기에 가까운 친지조차도 우리의 힘든 사정을 모르게 했습니다.
약간의 푼돈으로 금방 사용해야하는 데 통장에는 있고, 수중에는 없을 시에 빌려서 사용하고 금방 되돌려주는 정도는 했지만...
그래서인지 우리에게는 돈이 있는 것으로 남에게 인식되는가 봅니다.
때때로 돈빌려달라는 청을 듣게 되는데...

남편은 아주 신용이 좋은 친구거나 친지가 아니면 돈거래는 안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게 되는 경우는, 혹시라도 못받을 경우를 생각해서 못받아도 안아깝다는 수준의 사람과 금액이 건네집니다. 친지의 경우 못받은 경우도 있지만
『 돈잃고, 사람잃고...』
라는 어르신의 교훈이 유익함을 상기하면서도 제가 가끔씩 어기곤 합니다. 그리고 이내 후회하는 경험을 몇번 했습니다.
제가 최근에 한 벗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두어번 거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친구, 아주 급하게 빌려가는데 그것도 능력처럼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 다급하게 몰아세우는 바람에 제가 혼란속에 대답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에 홀린 듯 돈을 내어주고는 되돌려 받아야하는 약속날짜를 어기는 통에 노심초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친구가 돈 빌려달라고 할 때 어떻게 대처합니까?
더구나 두어번의 거래로 신뢰할 수 없는 친구가 아주 급하게 필요로 할 때 말입니다.
말은, 서로 필요할 때 빌려주기도 하고 빌리기도 한다지만, 대부분의 경우 꼭 빌리는 사람이 빌리게 됨을 알수 있습니다.
돈거래에 있어서 우정을 앞세울 게 아니라, 차라리 자존심을 앞세워 웬만하면 서로 곤란한 상처를 남기는 돈거래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저의 바람과는 달리 이 친구는 가끔 저를 이용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존심 내세워야 할 그룹의 친구에게는 절대로 돈 빌려달라는 이야기를 못한다고 친구 스스로 저에게 고백하면서도 빌려줄 것을 간청했습니다. 갑자기 목돈도 없는데 참 곤란했습니다.

힘겹게 넣는 적금과 보험으로 목돈이 없노라 했더니 이 친구曰
보험약관 대출받아서 좀 빌려달랍니다. 그 대출이자는 자신이 갚겠노라고...
얼마나 급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어안이 좀 벙벙한 가운데서도 난 한번도 해본 적이 없노라 했더니 전화 한통이면 바로 된다는 방법까지 가르쳐줬습니다.
급박한 사정으로 매달리는 바람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고, 그야말로 홀린 듯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화를 걸기 전에 남편과 상의를 해봐야하는 상황임을 잊고 있었다는 게 저의 실수였습니다만... 다행스럽게도 대부분 남편이름으로 된 것이라 제가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생각할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고, 친구에게는 미안해졌습니다만 되짚어 보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왜 갑자기 목돈이 필요했나?
비자금으로 주식투자했다가 재미를 본 친구는, 남편이 아는 목돈을 상의도 없이 주식에 투자했고, 현재는 가격이 다운된 상태라 팔수없는 상황인데 꼼꼼한 남편이 그 돈을 챙기는 바람에 갑자기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낮에 있었던 이 일을 울남편에게 이야기했다가 저는 혼이 났습니다.
남편과 상의없이 주식투자한 친구의 위기(?)를 모면시키고자 긍정적인 대답을 하고 돈을 빌려주고자 했던 저의 우정은 가상하나, 저 또한 남편과 상의하지 않고 목돈을 빌려주고는 못받을까봐 노심초사하다가 행여나 그 친구처럼 위기를 맞았을지도 모를 처지... 친구는 다운된 주식으로 노심초사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될것을 감추려고 노력한 친구의 좋지 않은 행동을 닮고 있다고 핀잔을 줬습니다.
일이백 단위도 아니고 거금을 감정에 치우쳐서 혼자서 결정하려고 했던 저는 반성하며 남편의 핀잔과 훈계를 진심으로 달게 받았습니다.

우리 부부 이렇게 매듭지었는데 저녁에 친구에게서 다급한 문자가 왔습니다.
울신랑을 직접 만나 돈빌려달라는 부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되돌아보면 그럴 처지가 아닌데 말입니다.
2년전 처음으로 저의 간청으로 울남편과 상의하여 남편통장에서 유류대금 결재를 앞두고 잠깐동안 급한 사정을 봐준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 당시 약속한 날짜에 입금 되지 않아 곤란을 겪었던 터라 울남편은 부정적인 입장이 된터...
그후에 친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또 한번의 간청이 있었고, 뿌리칠수 없었던 제가 융통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때도 역시 약속된 날짜와 한참 동떨어지는 바람에 믿음이 깨지긴 했습니다만 저도 모르게 또 홀렸던 것입니다.
큰 금액을... 남편 표현대로 통장에 없으면 그만인 것을...
친구가 알려주는 방법으로 보험약관대출까지 받아 해주려고 했으니 참 어리석은 아내라며 못마땅하게 여기는 판국에, 친구가 직접 울남편을 만나겠다니... 너무나 황당해서 울남편을 만나 서로 곤란한 처지가 되지말고 차라리 남편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어떠냐고 하고는 더 이상의 답을 멈췄습니다.

기분이 묘하면서 착잡하게 긴 여운을 남깁니다.
우정?
돈과 관련된 일방적인 태도로 우정을 가장한 느낌이 든다는 게 울남편의 판단으로 진실성이 없어보인다는 남편의 조언이 제 가슴을 답답하게 하면서 친구라고 다 친구가 아닌, 친구의 유형에 대해 재점검해 볼 것을 주문합니다.

자신의 곤란한 처지를 모면코자 저에게 약관대출까지 받아서 융통해 줄것을 간청한 친구로 인해 이 밤 몹시 뒤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