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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앨범과 함께 사라진 내 청춘의 흔적

작년말 부턴가?
추억의 장소를 더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놀랐다.
바쁜 삶에 취해서 뒤돌아 볼 느긋한 여유를 느끼지 못했던 시절이 좋았단 말인가^^
조금씩 찾아드는 옛시절에 대한 향수로 말미암아 나이듦을 느끼고 있는 나...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그 십년이 결혼 후 두번을 넘겼으니 결혼전 거닐던 장소가 새삼스럽게 그리워지곤 한다.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확인하고픈 마음의 동요를 느끼며 찾아보기도 했다. 똑같거나 비슷한 흔적만 찾거나 혹은 다르게 변한 모습을 아쉬움으로 담으며 앨범속의 모습과 비교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앨범을 찾았다.

그러나...
앨범은 아무리 찾아도 없다. 며칠을 찾았건만 내 젊은 날의 흔적과 모습을 담은 7.8권의 잘 정리된 앨범은 어디에도 없었다. 단 한권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디에 있을까?
아니 어디로 갔을까?

온 집안을 들쑤시며 애타게 찾았건만...
눈에 띄지 않는 앨범.
곰곰히 생각의 바다에서 추적해 보았다.
2년전, 집수리를 하면서 오래되고 사용가치가 떨어진 책과 함께 책박스로 분류되어 고물상으로 팔려나간 듯한...
앨범은 일반책보다 크고 두껍기에 절대로 그럴리가 없고, 박스에 제대로 담기지도 않았을텐데...

앨범과 함께 사라진 내 젊은날의 흔적을 확인할 길 없어 무척 아쉬워하며 투덜거리는 나를 보고 딸이
 "이제부터 엄마의 새로운 삶의 흔적을 저장시키는 해로 여기시고 부지런히 담으세요^^"
 '에고 위로라고...ㅜ.ㅜ'
남편이 밉게 거든다.
 "당신 젊었을 때 모습은 상상도 안된다.ㅋㅋㅋ"
 '그래 맞아. 뭘로 증명할거야 ㅜ.ㅜ'
포기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옛추억이 깃든 장소를 기웃거리며 담아온 사진속의 나는 중년의 아낙이 피시시 웃고 있다.
옛시절의 내모습을 담은 배경이 되었던 곳을 되짚으며 변화된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 흥미로울 것이라고 여겼던 마음이, 사라진 앨범으로 인해 아픔이 되어 가슴을 짓눌러 한동안 가슴앓이를 하노라고 블질도 하기 싫었을 정도다.

스캔으로 컴퓨터에 다 저장하려고 했던 일을 뒤로 미루다가 결국에는 내 청춘과 함께 몽땅 잃어버린 아쉬움이 너무 크게 남았음을 글로 남기는 이유는...
암재발의 고통으로 말미암아 병마와 싸우느라 지쳐서 어쩌면 시한부 인생임을 체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벗의 모습이 너무 가슴아프게 파고 든 까닭.
그리하여 나 또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정리하고픈 마음이 생겼던 탓도 있었을 게다.

중독자처럼 매달리던 내 블질을 여러날 방치할 정도로, 사라진 앨범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