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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교회안가고 김연아 경기보려던 남편, 딸이 설득했다

오십을 넘긴 울남편의 김연아 사랑은, 비록 맘적인 후원밖에 못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녀인 딸사랑보다도 더 진합니다.^^ 김연아 경기에 푹 빠진 우리 남편 
남편의 이같은 마음을 이해한 딸이 친구에게 전했더니 딸의 친구집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해서 김연아선수의 국민사랑은 아무도? 감히? 질투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됨을 예민한 십대들도 알고서 포기했을 정도입니다.
 "우리아빠는 김연아를 나보다도 더 사랑하는거 같아"
딸이 친구에게 말했더니 돌아온 답은
 "야~ 그거 당연한거 아니니. 우리아빠도 똑같아. 아빠가 김연아 사랑하는 마음을 우리가 질투하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거지.^^"
이토록 사랑받는 김연아 선수의 세계선수권 경기가 일요일이었던 어제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 시각으로 평일이 아닌 일요일에, 그것도 교회다니는 사람들에겐 예배시간인 그맘때쯤에...
오전 10시 30분~12시 20분사이 ←요 경기시간이 문제였습니다.

몇년전 남편이 병원신세를 진 후에, 간병했던 저의 소망을 들어준답시고 교회에 발걸음을 하기 시작한 남편의 신앙심은 그다지 발전은 없지만(믿음은 아직 안생긴 듯) 그래도 될수 있으면 제 옆에 앉아주려는 노력을 하는 남편입니다.
그럼에도 가끔 변덕을 부립니다. 제가 남편에게 서운하게 했을시, 혹은 어제처럼 스포츠 경기를 봐야할 때는 슬그머니 교회불참을 선언하는(?) 남편.

어제 김연아선수가 펼칠 경기를 제시간에 얼마나 보고 싶었겠습니까?
전들 왜 안보고 싶었겠습니까^^
남편에게 스포츠뉴스시간에, 혹은 재방송으로 몇차례 또 나올텐데 그때보면 된다고는 했지만 저도 보고 싶었습니다.
가끔 일요일에도 일을 하게 되면 교회에 못가게 되는 남편, 지난주에는 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에 가지 않았습니다. WBC 준결승전 경기보겠노라고 해서 혼자 교회에 다녀왔는데... 다녀온 후에도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지난주 WBC경기에 이어, 어제 김연아 경기가 있음을 미리 몰랐기에 이미 저질렀던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는 남편.

연이어 교회불참하려는 남편의 불만(?)에 답하기 싫어서 암말않고 교회갈 준비를 하고 있었더니 남편이 딸을 설득하여 자신의 편을 만드려고 합니다.
고3이 된 후로는 놀토도 일요일도 없이 등교해야하는 딸, 어제처럼 다섯번째 일요일엔 학교안가는 휴일이 됩니다. 고 3이 된 우리딸 처음으로 맞이했던 다섯번째 일요일에, 공교롭게도 낮에 김연아 선수의 경기가 있었으니 울딸의 심정도 남편과 똑같았을 것임을 헤아리고
 "교회는 일요일마다 가는 것이지만 김연아의 2009년 세계선수권경기는 딱 한번이야. 우리 제시간에 같이 보자."
딸도 예배시간과 경기시간이 겹치는 것을 투덜대긴 했으나 아빠에게 의외의 답을 합니다.
 "아빠, 저도 보고 싶어요. 하지만 잘하면 볼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엄마처럼 재방송타령하려고?"
 "아뇨. 제가 시간 계산을 해보았어요. 김연아경기는 예배마치고 바로 집에 도착하면 경기를 볼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와요."
 "확실해?"
 "마치자마자 바삐 서둘러 도착하면요^^"
 "......"
사실, 저도 딸의 시간계산이 정확하게 맞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의지했습니다. 딸은 이어
 "아빠, 연이어 두번이나 교회빠지면 좀 심해요. 예배에 참석하고 우승하라고 기도해주는게 김연아의 우승을 위해서 더 좋을 것 같아요.^^"
아이고 기특한 딸,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합니다. 남편은 딸의 설득에 집을 나섰고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예배가 끝나갈 무렵 옆에 앉아있던 딸이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딸/     "아빠, 김연아가 우승했대요.^^"
 남편/  "뭐라고? 김연아가 우승했다면 그럼 이미 경기를 마쳤다고."
아쉬웠습니다.
 남편/  "어떻게 알았어?"
 딸/     "친구가 문자했어요."
 엄마/  "조용히 해. 예배시간에 문자를 하다니..."
 딸/     "아냐. 친구가 그냥 먼저 알려준거야."

교회를 나와 차에 오르면서 우리 가족의 궁금증은 극에 달했습니다.
 "딸~ 이왕에 알려준거 친구한테 물어봐. 프리에서도 1등이었는지 그리고 아사마 다오는 어땠는지?"
우린 참 이상합니다. 왜 그리 일본선수에게 민감해지는지 원.ㅎㅎㅎ
 "예."
그리고 딸은 친구에게 물었고, 딸의 친구가 들려주는 중계방송(지금 김연아가 시상식에서 애국가 들으며 눈물 흘린대. 내 친구도 눈물이 난대...)을 들으며 집에 도착하기 전에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몹시 아쉬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약속이나 한듯이 재방송되던가 혹은 경기를 분석하는 방송이 있나 없나 참 열심히 찾았습니다.^^

아빠를 김연아선수의 경기시간을 시간계산으로 설득했던 딸의 계산이 빗나갔지만 기분은 무척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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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텔레비전을 통해서 관전하게 되는 스포츠 경기지만, 일요일 예배시간과 겹칠 때면 남편은 경기관전을 선택할 정도로 미약한 믿음을 드러내며 갈등합니다.
어제, 김연아선수의 경기를 교회예배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고 교회불참하려는 남편을 설득한 딸이 대견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