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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사교육을 잡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



『밤 10시이후 학원 단속을 철저하게 하겠다』
이 소식을 접한 여고생 우리딸과 더불어 친구들이 비웃고 있다.
이 단속으로 사교육을 잡겠다고?
하물며 중학생들도 믿지 않는다.
반신반의하며 기대를 나타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아이의 학습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엄마들의 정보력을 누가 막을 수 있단 말인가.

학교가 처한 환경의 특성을 살린 놀라운 혁명? 이 일어나지 않는한, 아무리 단속을 한다고 해도 사교육을 잡기는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지방이다. 그리고 고교평준화가 되지 않은 지역이다. 하지만 큰애, 작은애 둘다 인문고를 보내면서 느끼는 것인데, 교장선생님이 바뀔때마다 공교육활성을 위해서 연구하고 내놓는 안을 여러차례 접했지만... 불행하게도 별로 효과가 없음을 경험하고 자녀학습에 대한 교육은 각자 학부모가 알아서 사교육에 의지하여 뒷바라지 하게 되는 실정이다.
수준별 학습을 제대로 시행한다면 그나마도 좀 낫겠지만... 이는 반대의 힘이 너무 크기에 꿈도 못꾸는 상황이고, 아무리 우수하고 열정적인 선생님이 학교에 계셔도 각 아이들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에는 제도적으로 부실한 상태임을 학부모들이 잘 알고 있기에 나름대로 사교육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유전적으로 탁월한 두뇌를 물러주지 못한 경우,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기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하며 자식에게 때론 미안해지기도 한다.

사교육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원 교습시간 규제'를 꺼내놓기까지 고민은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을 못하게 할 것이며, 심지어 경찰력까지 동원한 감찰반 단속에 나선다고 하는데...
과연?
외부적으로야 단속이 되는 듯 하겠지만 더 나쁜 결과를 낳을 게 뻔함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다.
단속이 심하면 음성적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 대학시절에는 이보다 더한 감시가 있었다.
그때는 밤 10시 이후 단속이 아니라, 아예 사교육을 못하도록 했던 시절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암리에 개인과외가 학생들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가정으로 방문하여 친척형이나 언니처럼 가장한 개인과외였기 때문에 고액과외가 대부분이다 보니 부유한 계층의 자녀들만의 특권?처럼 여겨졌고 이런 현상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지방인 탓에 말이 좋아 야간자율학습이지 강제로 무조건 밤10, 11시까지 학교에 머물다 하교하는 고등학생을 둔 엄마중에 경제적 능력을 갖춘 경우엔 지금도 그시절처럼 늦은 시간에 고액과외의 힘을 빌리고 있다는 소식을 종종 듣는다.
 
 '사교육 지출을 줄여주겠노라며 내놓은 밤 10시 이후의 학원 단속'
이를 우리딸이 부정적으로 여기며 흥분하는 이유는, 10시이후 단속하게 되면, 주말로 몰리게 되고, 이 또한 여건이 마땅치 않으면 평일밤에 가정방문으로 이루어지는 사교육이 꽃을 피울게 뻔하다는 것이다.
현재도 그렇게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이들 중 개인과외비 지출이 덜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가정의 아이가 누리는 특권? 헤택으로 여겨지는 소외감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피해의식이 생길지도 모른다며 열변을 토하며 덧붙이길, 부모로써 무능함을 느끼게 되는 상실감도 걱정하는 딸의 의견이 무섭게 내 가슴을 후벼판다

작년인가 재작년부턴가?
정권이 바뀌면서 사교육지출을 줄여보자는 의미로, 중학생들의 방과후 학습으로 하교시간이 한두시간 늦어졌다. 공교육을 살리고자 수준별 자율학습의 형태를 띠고 시작했지만 자율이라기 보다는 강제로 다 참여시키는 바람에 불평하는 엄마의 의견을 들어보면, 효과도 없는데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학원에서 귀가하는 시간이 더 늦어졌고 아이가 지친다는 것이다.

단속하겠다는 말에 우리딸이 던진 마지막 의견의 메모를 옮겨본다.
지나친 사교육은 경제적부담과 형평성의 논리에 어긋날지 몰라도, 적어도 학생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있어야 된다고 본다.
꽝!!
구세대인 내가 자랄 때에는 학습에 관한 과외자체가 없었던 거 같다. 기껏해야 예능쪽의 피아노 교습소나 태권도장 정도...
나는 우리들 세대처럼 아예 사교육 자체가 사라졌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데 울 딸은 학생 각자의 몫으로 선택의 문제라고 결론내는 것을 보며 말문이 막혔다.( 결국 우리딸에게는 능력있는 부모가 되어야한다는 부담백배^^)

사교육지출에 관한 문제를 사회현상으로 돌리기엔 좀 무리라고 생각하는 일면이 있다.
아무리 사교육에 목을 매는 분위기라고 해도 소신있는 부모는, 절대로 학원으로... 과외로... 아이를 내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한 아이들 중에도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소신있는 부모가 아니었기에 분위기따라 흔들렸지만, 두 아이중에 큰아이였던 울아들이 절대로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겠노라는 결단으로 말미암아 나랑 많은 갈등을 겪었던 아픔이 있다.
결국에는 아들의 바람대로 사교육지출은 사라졌고... 부모로써 나는 미련을 남겼다.^^
부모의 소신따라...
혹은 아이의 소신따라...
각 가정의 형편따라...
사교육지출의 문제는 한편, 각가정의 몫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깨달음에 흥미를 느끼기 보다는, 학교성적이 남보다 앞서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라지지 않는한, 사교육에 목을 매는 현상은 좀처럼 사라지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