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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군복무중, 여자친구가 있는게 좋을까? 없는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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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여자친구와 헤어졌음을 눈치챈 후, 나는 마음이 몹시 아팠다.
우리딸 표현처럼 내가 실연당한 것처럼 너무도 아팠기에 아들도, 아들의 여자친구였던 그애도, 몹시 아팠을 것이란 짐작을 해본다.
좋아했던 만큼 아픔도 컸으리라 여기며, 내 아픔만큼 그들의 아픔도 이겨낼 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하고 시간이 약이 되기를 믿고 흘러가길 기다렸다.

그렇게 7개월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내 가슴을 짠하게 만드는 이유는, 군에 있는 아들이 안쓰럽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울 아들 일병휴가 나왔을 때의 일이다.
일병휴가니 짧게 다녀가는 포상휴가의 기간보다는 긴 휴가를 다녀가면서 울아들은 여친과 헤어지고 귀대했다.
귀대하던 그날, 아들은 인사를 씩씩하게 하고 집을 나섰지만 나는 아들을 보내놓고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처음 군입대시키던 신병훈련소에서도 울지 않았던 내가.
나의 우는 모습을 본 딸이 핀잔을 주면서도 함께 울어줘서 참 고마웠다.

휴가나왔던 날, 아들은 부푼마음으로 사복을 구입했고 우리 가족들은 아들이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인 줄 알고 속으로 모두 기뻐했다. 그만큼 우린 아들의 여자친구가 마음에 들었다.
(미래의 며느리감으로 너무 일찍 정을 줬다고 반성하며...)
그런데 녀석은 한껏 멋을 부리고 타지에 있는 여친을 보러 갔던 그 다음날 생각보다도 무척 이른 시간에 집으로 귀가했고,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겠노라고 선언하고는 가벼운 미소만 며칠지으며 집에 머물다가 귀대했다.
아들이 떠난 자리엔 아들의 군복무기간동안 여친이 보관하겠다고 해서 정표로 주었던 아들의 목걸이와 시계가 놓여 있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짐작했던 일이 일어났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무슨이유인지.. 알길이 없어서 막막해하던 중 때마침 아들의 남자친구에게서 안부전화가 왔다. 귀대전날 만났던 친구여서 참 감사했다.
아들의 상황을 물었다. 특히 아들과 여친이 헤어진 것을 확인하고, 또 헤어진 이유를......
사회에서 대학생활하며 화제거리가 많은 여친과 군생활에서 군대이야기밖에 할것이 없는 군인과의 대화부재로 말미암아 틈이 생겼고, 더구나 말이 별로 없는 울아들은 여자친구의 일방적인 생각만 듣고는 그대로 수용한 듯한 눈치란다.
아들의 여자친구는 관심 좀 보여달라는 의미로 살짝 튕겨보려는 의도로 던진 말같은데... 고지식한 아들의 뜻밖의? 수용의사에 놀란 여친이 후회하면서 결별선언을 없었던 일로 하겠다며 매달렸지만, 한번 내뱉은 말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좋겠다며 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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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사회와 군대의 벽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군복무중 여자친구와의 결별로 말미암아 탈영하거나 사고를 친 군인소식을 듣기도 하기에, 내심 불안하지만 울아들 잘 견디고 있음이 고맙다. 후회하며 붙잡았다는 여자친구와 혹시 편지로 재회의 뜻이라도 비췄으면... 하는 뜻에 아들은 대답을 피한다.

군복무중인 청년에게 여자친구가 있는게 좋을까? 없는게 좋을까?

청년들은 청년들대로, 그리고 요즘은 아들둔 엄마들도 덩달아 저울질을 해보는 추센데, 내 친구중에는 입대하는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있는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쪽도 있지만, 나는 여자친구가 있는게 좋다는 쪽이다.

청년들의 의견도 나뉘어짐을 알 수 있는데...
아들보다 일찍 입대한 아들친구의 편지를 보게 되었는데, 이 청년은 입대를 앞두고 새로운 세계로 향한다는 다짐으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입대를 했는데, 막상 훈련중 힘든상황에 놓이니까 그 여자친구가 생각나면서 서럽더라는... 그러니까 입대를 핑계로 먼저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말라는 조언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군입대를 앞두고 여자친구를 사귀거나 둘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던 울아들,
마침 그동안 가깝게 지내던 여자후배가 아들의 입대소식을 접하고는 적극적으로 마음을 터놓는 바람에 교제를 시작했고, 얼마되지 않아 스스로 곰신으로 남아주겠노라던 여자후배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우리 가족은 무척 그 여자후배에게 고마워했고, 아들의 마음뒷바라지를 위해 나는 나름대로 여자친구에게 공을 들였었는데...
군복무기간을 마칠 때까지 여자친구와 이별없이 잘 지내면 참 좋겠지만, 비록 이렇게 이별의 아픔을 경험한다고 해도 나는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있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아들이 군에서 선임과 보초서면서 나눈 내용에는, 여자친구가 차라리 없는 편이 좋다는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이별이란 사회에서도 견디기 힘든 상황이지만, 군복무기간중에 이별을 겪게 되면 충격이 더 크기 때문에 탈영과 같은 사고가 일어날 우려를 감안하여 차라리 여자친구없음이 마음 편해서 좋다는 것이다.
우리아들처럼 군대이야기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 대화거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사회에 있는 여자친구와 이질감을 느끼게 되면서 이별을 경험하면 처해있는 상황으로 인해 더 서럽게 느껴질 수 있으니 좀 허전하긴 해도 없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군대 가 봤어야 우리심정을 알지.
사회에서 하고싶은 일 다하면서 군대있는 사람하나 못 기다려줘?
우리라면 평생을 기다려 줄수 있겠다.

군대있는 청년들의 넋두리란다.

정작 우리아들의 생각은 모르겠다. 여태 말하지 않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