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년을 맞는 학창시절 초기에 절대로 빠지지 않고 꼭 짚고 넘어가는 '환경조사서'에 자리잡은 '장래희망'
우리때도 존재했지만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꼭 학년초기에 등장하겠지요^^
고3이 된 딸이 금년에 써낸 설문지형식의 조사서는 예전과는 좀 달랐다고 전하면서... 구체적으로 뭔 내용이 실렸는지는 말도 안하고^^ 담임선생님의 재량이 많이 내포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합니다.
작년 담임선생님에 비해 금년 담임선생님은 꽤 부지런하신가 봅니다. 3월 중순경에 이미 아이들 개별상담을 끝낸 걸 보니...
딸이 선생님과의 상담내용을 전하는 목소리 톤이 높은 걸로 보아 기분이 좋았던가 봅니다.
결혼은 했으나 아이가 없는 젊은 여선생님으로 딸이 좋아하는 과목을 가르치시고, 더불어 오빠가 다닌 학교에서 전근오신 분으로 오빠를 기억하고 있는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3월 둘째주에 전학년 자모회가 있었던가 본데... 딸이 전하지 않아서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는데, 자신을 믿고 학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큰소리치는 딸과 선생님의 대화.
"아무리 봐도 안닮았어.^^"
"그런 말 많이 듣지만 막상 함께 있으면 오빠랑 닮은 데가 있다고 친구들이 그래요^^"
울아들은 아빠 판박이, 울딸은 엄마 판박이니 떼어놓고 보면 남매라는 상상을 할수가 없는 게 당연함을 인정하면서도 딸은 쪼께 서운했던가 봅니다.
"오빠는 말이 없고 조용한 편이던데 너도 말수가 적니?"
"아뇨. 때에 따라서 달라요. 말을 많이 해야하는 분위기에서는 하고요. 들어야 할 때는 들어요."
"네가 기재한 글을 보고 많이 웃었단다. 다른 애들에 비해 내용도 길었고, 재밌게 썼더라. 특히 장래희망란에 아주 솔직하게 현실적으로 쓴 글을 보고 역시 글짓기 대회에서 상받은 애 답다고 생각했어.^^"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관심이 울딸의 고3생활을 덜 짜증스럽게 해 줄 것 같은 믿음이 생기는 대목이었습니다.
관심을 보이면 스스로 분발하는 딸이기에 졸업한지 몇년이 지난 오빠까지 기억하는 선생님의 관심어린 상담에 힘입어 열심히 공부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딸은 장래희망란에 '간호사'라고 썼답니다.
적성이나 소질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병원신세를 진 아빠에 대한 염려로, 고 1때까지만 해도 의사가 되겠다고 하던 딸이 성적에 자신감을 잃고 줄인 희망직업이 '간호사'랍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하고 싶은 일은 아니고, 요즘같이 취업난으로 마음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취업을 위해 간호학과를 선택하노라고 썼답니다.
이에 선생님께서는 딸의 표현과 눈에 띄게 깨끗한 글씨를 참고하신 듯, 정말 원하는 것은 어떤 일이니? 하고 물어주신 관심이 진심으로 느껴져서 선생님이 너무 좋다고 하는 딸.
딸이 원하는 것은 병원쪽 일이긴 하나 적성에는 맞지 않습니다. 아빠를 염려한 딸의 마음이 담긴 소망입니다.
아들은 우리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싶은 일쪽의 학과에 지원했고 재학중에 군입대를 했습니다. 반대하는 아빠와 엄마인 저를 설득시키기를
"미래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현실적으로 생각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혹시 경제적으로 좀 힘들다 하더라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게 행복아닌가요?"
아들의 이말에 우리 부부는 할말을 잃었고, 아들과는 달리 울딸은 너무 현실적인 생각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 안쓰럽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부모마음의 이중성.ㅋㅋㅋ
딸의 적성이나 소질로 눈에 띌만큼 두드러지는 면이 있긴 하나, 염려를 앞세운 딸의 현실적인 생각도 외면할 수 없는 사안이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라도 여건이 만들어지면 자신이 추구하는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임을 믿고...
학창시절 꿈꾸던 당신의 장래희망은 무엇이었습니까?
장래희망이라기 보다는 장래직업이지요. 희망으로 기재했던 일을 하고 있습니까?
저는 학창시절에 꿈꾸던 것을 제대로 이루지는 못했지만 약간 비슷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희망했던 직업은 중고교 선생님으로 카운셀러가 꿈이었지요. 이 꿈을 이룬 후, 다음단계의 꿈까지 설계했었는데...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경제적 난관에 부딪혀 중간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을 극복하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서 현재 공부방샘으로 약소하나마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울남편은...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이라 자신이 꿈꾸던 일을 폼나게 이루지는 못했으나 현재의 일이 힘들지만 불만스럽지는 않다고 합니다. 농촌같은 작은도시에 살면서 학창시절에 꿈꾸던 일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훌훌 세상구경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여 세계를 무대로 꿈꾸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큰 꿈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한곳에 머물지 않는 것은 이룬 셈입니다. 화물운송일을 하면서 전국을 누비니까요.^^
주변에 보면, 학창시절 꿈꾸던 장래직업이나 출신학과와는 전혀 관계없는 쪽의 일을 하는 사람을 보게 되는데, 다행스럽게도 적성에 맞아 만족스런 경우도 있고, 반대로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이왕이면 자신이 하는 일이 불만스럽지 않고 즐거우면 좋겠지요.
우리아들과 딸이 미래에 하게 될 일은,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감사하고 즐기면서 사회의 일원으로 일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의 직업이, 학창시절에 꿈꾸던 장래희망란에 기재했던 것과 같은 일이며, 그 시절 막연하게나마 미래에 꿈꾸던 삶을 누리고 있는 당신이라면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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