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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술이 해롭다는 것을 체험한 내몸의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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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중 연말에 한두어번정도 송년회때 친구들과의 오붓한 시간외에는 술자리가 없던 저에게 작년부터 남편덕분에(?) 부쩍 술자리동행이 많아졌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특히 남자들 세계에서 소통의 수단으로 술이 매개체가 됨을 잘 알면서도 건강상의 염려와 흩뜨러진 모습을 싫어하는 이유로 술자리를 슬그머니 피하던 울남편, 어느새 같은 직종의 사람들 세계에서 약간의 소외감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는 생각을 조금 수정하여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술자리에 참여하려는 노력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울남편이 이렇게 변하기까지는 새로 들어온 후배의 선배챙기는 마음이 극진하여 이에 울남편이 감동을 받으며 변했습니다.^^
그리고 후배는 부부동반으로 화목한 가정을 우선으로 챙기는 사람이라 그 마음씀을 좋아하며 비록 술은 마누라인 제가 담당하더라도 꼭 동참하려는 남편의 뜻이 뜻밖에도 아주 강하여, 정해진 모임날 외에도 가끔 불시에 만남을 가지기까지 하는데...
일년에 두어번정도 분위기상 술을 대하다가, 남편대신으로 한달에 두어번꼴로 술을 접하고 보니, 아무리 적게 마신다고 해도 남편대신으로 술상무하겠노라고 큰소리치고 나선지 반년만에 제가 손을 들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유인즉,
술마신 다음날엔 어김없이 찾아드는 두통으로 인해 견디기가 힘듭니다. 이럴 때는 숙취해소용 드링크제를 구입해서 마시고 가라앉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횟수를 거듭할수록 또 다른 증세로, 손이 부어서 좀처럼 빠지질 않았고, 좀 지나서는 가슴이 시리고 아프더니 나중에는 체한 증세처럼 답답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부부동반의 자리는 계속되었고 남들이 모르는 저만의 증세를 이야기하며 사양하는 저를 이해하기는 커녕 오히려 못마땅히 여기는 시선때문에 영~ 거북했습니다.
요런 분위기가 영~ 맘에 들지 않는 우리 나라의 술자리 문화인가 봅니다. 마셔야 할 자리에서 빼면 미움받는.ㅎㅎㅎ

그래도 우짭니까?
제 몸이 불편하다고 자꾸만 호소하는디... 사양할 수 있으면 사양하는 게 최선의 방법인 것을.
그리고 참다못해 병원을 찾았고 검사를 받았습니다. 소변과 혈액으로 신장이나 간에 이상이 있는지? 그리고 내시경으로 위장과 식도까지...
제가 겪는 불편과는 달리, 결과는 다 정상으로 나타나 다행스럽지만 이상증세는 좀처럼 사라지질 않았습니다.

남편이 이해되었습니다. 예전에 소외감을 느끼면서도 남편이 술자리를 피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리고 많이 마시는 편도 아닌데 이런 증세를 나타내는 걸 보면, 우리 부부는 술이 체질상 잘 맞지 않는가 봅니다. 그러다보니 몇안되는 자리였지만 슬슬 피하고 싶어지더군요.

이후, 아예 끊고 싶었으나 분위기상 그러지는 못하고 그간 마시던 양을 확실하게 줄였습니다.(속으로 잔을 세워가면서^^)
그랬더니 가슴답답했던 증상도 몸이 부어 있던 증상도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친목과 소통을 위한 자리에서 남편의 흑기사노릇을 제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은 꿀떡같지만^^ 제 몸에서 일으키는 거부반응으로 인해, 사회생활에서의 술이 주는 즐거움과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