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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군대의 알뜰문화? 물려받은 사제품 군화

이등병 계급장이 달린 울아들을 안쓰럽게 바라본지가 어언 1년전, 과거의 모습이 되었네요.^^
입대하고 몇달지나 일병으로 바뀌더니, 만 일년쯤 될 무렵 상병계급장을 달더군요. 그리고 얼마전에는 분대장이 되어 교육받고 포상휴가 다녀갔습니다.
이제 9개월정도 지나면 제대하겠군요. 군대생활에 익숙해져 감을 느끼면서 저도 안심되는 농도가 아들만큼임을 깨닫습니다^^  좀 느긋한 여유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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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휴가나온 아들 군화

아들이 벗어놓은 군화가 똑바로 서질 못하고 자꾸만 기울여지는 것이 이상해서
 "아들, 이 군화가 왜 자꾸 쓰러져? 지난번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오래되어서 그렇겠지요. 제가 신던 군화 아니예요. 이번에 신고 온 군화는 제대하는 전임한테 얻은 거예요."
 "왜? 네것은 더 낡았니?"
 "아뇨. 이것보다 제것이 더 새거지만 무겁고, 이 군화는 가벼워요."
모자간의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보급품이 아닌가 보구나."
 "예."
 부자간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군대 가보지 않은 제가 궁금해지는게 있었습니다.
 "보급품이 아니라면 또 다른 게 있단 말이야?"
 "예, 보급품은 나라에서 지급하는 것이고, 개인이 구입한 것은 사제품... 대충 그런의미예요."
 "보급품과 사제품의 차이는 뭔데?"
 "아무래도 사제품이 좋지요.^^"
 "그럼, 나라에서 사제품처럼 좀 가볍게 만들어서 지급하면 될 것을... 왜 구입하게 만드누?"
 "엄마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사실은 사제품을 따로 구입해서 사용하는게 잘못이랍니다. 공개적으로는. 쉽게 말하면 사제품은 불법입니다."
 "불법인 것을 사용하다 들키면 어찌되는데?"
 "뺏기고 기압받겠지요."
 "그런데도 사제품을 사용하다니 우리 나라 군인들 간이 크구나.ㅎㅎㅎ"
 "눈감아 줘요. 혹시 무슨 지침이 내려져서 단속이 심해지는 때를 제외하고는 괜찮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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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화굽도 꽤 닳았고, 뒷꿈치부분에 상처도 있고, 안쪽에는 아들이름이 아닌, 전역한 선임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이 군화속에 발을 맡긴 선임의 발과 같은 사이즈임을 기뻐하면서 대물림받은 울아들에게
 "아들~ 가벼워서 좋으면 너도 하나 구입하지."
했더니
 "낭비죠^^ 제대할 때까지 신을 수 있을 거예요."
 "굽이 다 닳아서 비딱하잖아."
 "불편하면 보급품으로 받은 제 군화와 병행해서 신으면 되니까 괜찮아요."

사회에서 구두나 운동화가 이정도로 굽이 닳으면 걸음걸이가 이상해진다면서 버려질 것입니다. 그리고 버려진 것을 아무도 안 가져갈 수준으로 닳은 굽이 자꾸만 제 시선을 잡기에 디카에 담았습니다.
군대서는 사제품을 선호한답니다. 아무래도 보급품보다는 뭐가 좋아도 좋다고 하네요. 이 군화도 서로 가지려는 후보들이 있었는데 발사이즈가 울아들에게 맞아서 로또에 당첨된 기분으로 받은 것이라며 웃는 아들.
원래도 좀 알뜰한 녀석이었지만 군대용품은 군에서만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특징때문에 우짜던둥 알뜰하게 사용하다 제대할 때 미련없이 두고 올 정도가 되어야한다네요.

쓸만한 물건을 물려주려는 전임뿐만 아니라 서로 받으려는 후임들이 만든 검소하고 알뜰한 문화(?)가 대견스럽게 여겨졌습니다.
지난번엔 시계로 뭉클한 감동을 주더니... (코끝을 찡하게 만든 휴가나온 아들의 손목시계)

우리아들만 그런가요^^
아니죠.
다른 군인들도 이런 경우가 있으리라 생각되어 글을 올리는데 한편으로 걱정이 밀려옵니다.

보급품, 사제품으로 구분됨을 이렇게 글로 공개함으로 혹시라도 현 군인들에게 불이익조치가 내려지지 않으려나.... 하는 노파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