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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치한을 만난 여고생, 이렇게 위기를 넘겼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오해가 없기를 세상에 가르치듯, 범죄자의 인상은 험상궂을 것이라는 막연한 예상과는 달리. 선(善)한 모습을 하고도 얼마든지 나쁜짓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아무리 착하고 순한 인상을 가졌다고 해도 의심하며 경계를 해야하는 세상...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를 사는 우리네 삶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밝은 삶이 되지 못함이 참 슬픕니다.
성추행하고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나쁜남자로 인해서 여자들은 바짝 긴장하고 살아야하며, 더구나 딸을 키우는 부모들의 걱정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음이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딸이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옮겨보고자 합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선배, 여고 3학년 시절에 치한을 만나 위기를 넘겼던 이야기를 후배에게 전해주면서, 예견치 못한 곳에서 치한을 만나더라도 절대로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여고 3학년 선배는 자신의 모의고사 점수에 실망하여 힘없이 터덜터덜 집으로 향해 걷고 있었답니다. 어느 순간, 치한이 자신의 뒤를 따라오고 있음을 느꼈고, 두렵고 떨렸지만 도망치기에는 역부족임을 깨닫고는 태연한척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답니다.
 
모의고사를 치룬 날, 그리 깊은 밤도 아닌 귀가길에서 낯선 남성 두명이 뒤를 따라오며
 "어이~ 학생! 우리 어디가서 몸이라도 좀 풀까?"
순간, 섬뜩함에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떨었지만 도망치다가 잡혀서 수모를 겪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서, 떨지 않고 태연한 척 하려고 좀 놀아본, 그러니까 성경험이 있는 척하며, 용기를 내어 도리어 바랐던 것처럼
 "잘됐네. 안그래도 나도 몸을 풀고 싶었는데..."
모범생이었던 그 선배는 아예 반말로 응수하며 불량학생으로 노는여자처럼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답니다.
 "말이 통해서 좋네."
우쨌던 시간을 좀 끌면서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고민중에 학교에서 들었던 피임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던 선배는 그들에게
 "야, 니들~ 그런데 그거 있어?"
하고 물었고, 그거(?)에 담긴 뜻을 이해못한 남자가
 "뭐어?"
 "그거 말이야. 몰라?"
 "뭘 말하는 건데. 너 알아?"
한 남자가 친구로 보이는 다른 남자에게 묻는 걸로 보아 두 남자는 여자가 말하는 뜻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눈치였기에 선배는 도리어 답답하다는 듯이
 "피임은 해야할거 아냐."
당당하면서도 짜증스럽게 내뱉으며
 "없구나. 기다려. 그럼 내가 약국가서 사올테니까."
이 말을 하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답니다. 혹시라도 아냐 내가 사올께 하고 남자가 나설까봐서. 다행스럽게도 선배의 연기는 그들에게 먹혔답니다.
마음은 도망치듯 막 뛰고 싶었지만 침착성을 잃지 않으려고 무진장 노력하며 천천히 여유로운척 걸어서 약국으로 향했고 약국앞에 닿았을 때 남자가 뒤따라 들어오려고 하기에
 "들어오지마. 야. 나 창피하잖아. 밖에서 기다려."
 "알았어."
두 남자로 부터 벗어난 선배는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를 쓰면서 약국안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약사에게 피임기구를 달라고 크게 말하고는 아주 작고 빠른 속도로
 "밖에 남자들 서 있죠. 도와주세요."
라고 알렸고, 눈치를 챈 약사(마침 하늘이 도왔는지 여자약사였답니다.)는 슬쩍 모습을 감추며 꾸물거리는 척 안으로 들어가 파출소에 신고를 했나 봅니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지만 얼른 나오지 않으니까 밖에서 기다리던 녀석들이 약국안으로 들어서며
 "뭐해. 빨리 나오지 않고."
하면서 아는척을 하더랍니다. 등골이 오싹했다네요. 혹시라도 눈치 챌까봐서.
 "나가 있어. 창피하다니깐."
말은 태연한척 했지만 속은 얼마나 떨었겠습니까. 침착하려고 애쓴 여학생을 도와준 약사님 덕분에 밖에는 경찰이 나타났고 두 남자는 어디로 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선배를 도와준 약사는 밖을 확인하고 좀 쉬었다 가라는 친절을 베풀어 주어서 무척 감사했답니다.

개방된 性사고를 가진 양,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아니 오히려 반갑다는 듯이 말을 받으며 반말로 친근한 척 맞섰지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속마음을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지 땀으로 옷이 다 젖었답니다.
 '호랑이굴에 잡혀가도 정신을 차리자.'
이 말을 되새기면서 침착하고도 지혜롭게 위기를 대처한 슬기로운 선배의 판단에 박수를 보내며 감탄했다며 딸이 전한 내용입니다.

사회가 어수선할 만큼, 성추행사건들이 시시때때로 일어나고 있는 환경에 살면서 혹시라도 모를... 비상시를 대비하여 평소에 치한 대처법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많이 생각해둘 것과, 무엇보다 침착하기를 당부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