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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엄친딸 사귀는 아들이 못마땅한 엄마의 한숨

엄친아는 '구의 들' 또는 '엄마친구아들'의 줄임말로 최근 대한민국에서 유행하는 용어이다. 특별하게 고정된 정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완벽한 존재'라는 공통된 속성을 포함하고 있다.(사전에 수록되어 있다니 놀랐음ㅋㅋㅋ)
엄친딸: 의 줄임말
 
제 또래의 이웃으로 친한 엄마의 한숨섞인 아니 거의 울먹이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는 아들 딸이고, 그녀는 딸 아들을 둔 엄마로 큰애는 나이가 같고, 작은애는 그녀의 아들이 우리딸(여고2)보다 한살 위로 대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녀의 아들이야기입니다. 만나서 이야기해야할 상황인데 시간절약을 위해 전화를 이용했건만 통화시간이 꽤 길었던 내용을 요약하면,

아들이 방학을 이용하여 아르바이트를 했답니다. 아들 생애 처음으로 돈을 벌었으니 부모님을 위해서 하다못해 빨간내복(우리땐 그랬죠^^) 비스무리한 것이라도 내밀 줄 아는 아들이리라 기대했었던 마음?... 아니면 알바해서 벌은 돈의 가치를 생각하고 절약하는 마음이라도?... 이 짐작은 엄마로써의 착각이었고, 며칠간 고생하여 벌은 돈을 여자친구를 위해서 하루만에 다 쓰고 돌아온 아들을 보니 한심하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배신감마저 들어서 밤잠을 설쳤다는 것입니다.
아들을 키우는 엄마라는 공통점과, 조금이라도 먼저 아들의 변화를 경험했을 저의 생각을 듣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녀가 아들에게 쏟은 모정
그녀 스스로도 인정했지만 남아선호사상이 있습니다. 큰애인 딸은 무엇을 원해도 참아주기를 은근히 바랐으며 또한 뒷바라지에 열의를 다하지 않아서 딸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그녀는, 아들에게는 그녀가 먼저 앞장서서 최고로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고 신기고 챙기고 등등 했답니다.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승용차로 태우고 다녔고, 사정이 여의치 못하면 택시이용을 권장했으며 거스름돈은 그냥 아들손에 들어가도 당연했고, 그렇게 자란 아들이 중고교를 거치며 더 값비싼 유명상표에 눈을 뜨고 요구할때는 경제적으로 약간 힘이 들었지만 멋지게 키우고 싶어서 다 들어주었다고 합니다. 학습에 도움되는 것까지도.(대부분의 엄마들이 이렇게 자녀를 키우지요^^)
대접받은 자식이 대접할 줄도 알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무너진 것이 꽤나 마음을 아프게 했겠지요.

푸념하는 그녀와는 다르게 울아들을 키운 저
40~50분되는 학교길을 3년간 걸어다닌 아들은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기에 교통비가 안들었으며, 길표옷으로 키우다가 고 3때는 아예 사복이라고는 구입하지도 않았고 아들도 원하지 않았습니다.(길표탓인지?)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는 이유와 집 떠나 객지생활을 하게 될 때를 생각하여 가끔은 스스로 교복도 빨게 내버려둘 정도로 무관심한 엄마로 저는 아들을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런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생김을 알았을 때 참 좋았습니다. 울아들은 대학시절 알바를 하루했다는 것만 들어서 알았고, 여자친구에게 사용했는지 어땠는지는 제가 모르니까 차라리 모르는게 약으로 해준 아들이 고맙습니다.ㅋㅋ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을 실감한 그녀는 아들에게 알바해서 번돈을 아까운 줄 모르고 하루만에 다 쓸수가 있냐고 나무라며 서운함을 표현했나 봅니다. 그랬더니 여자친구에게 선물사주고 밥먹으니 없더라며 아깝긴 뭐가 아깝냐고 아르바이트해서 또 벌면 되고 돈은 쓰려고 버는 거라면서... 그리고 엄마,아빠는 돈이 있지 않느냐며 도리어 화를 내면서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아들의 대꾸가 너무 야속했던 그녀는 문득,
 '도대체 어떤 여자친구이길래 아들이 이렇게 빠졌을까?'
궁금해졌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묻게 되었고, 대답하는 아들의 여자친구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는데 아뿔쌰!! 그여자애는 엄친아임이 더 못마땅해서 가슴앓이를 하게 된 그녀의 답답한 심정.

그녀의 아들이 사귄다는 여자친구는 우리딸 어릴 적 친구로 이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입니다. 잘아는 집 아이라서 좋을 것 같은데 언짢아하는 이유를 듣노라니 그녀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것 같습니다.
첫째, 오해는 풀려서 무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지만 엄마끼리 몇년전에 말다툼이 있었던 사이입니다.
둘째, 그녀의 차분한 성격과는 달리 여자아이 엄마의 평소말투는 거슬릴 정도로 거칠게 느껴진답니다.
셋째, 평소 아낙들 대화에서 엿본 딸을 둔 엄마로써 미래에 사귀게 될 딸의 남자친구를 다루는 법에 대한 못마땅한 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 딸에게 빠져있는 그녀의 아들에 대한 평가가 나쁘게 나돌까봐서 마음쓰인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현재는 그녀만 알고 있지만, 나중에 엄친아로 알게 될 그녀의 아들에 대한 여자친구 엄마의 반응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는 것입니다.
이유인즉, 그녀도 싫은데 그 엄마도 싫어할 게 아니냐는 앞선 상상때문이지요.

여자아이 입장에서 보면 엄친아
남자아이 입장에서 보면 엄친딸
다들 인물 좋고 공부도 잘하니 꼭 맞는 표현입니다만 그녀는 엄친딸로 아이와는 관계없이 엄마사이에 좋지 않은 감정이 있으니 그녀입장에서는 더 못마땅한 경우라고 아들을 원망하면서 교제를 말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답니다.

 "나이도 어리고 이제 이성에 눈을 뜨는구만. 혹시 아들의 결혼상대자로 앞선 상상하는 거 아냐^^ 그냥 모른척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왜 하필이면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딸이냐구 그래서 더 속상해. 아들이 하는 짓도 더 밉게 보이고 차라리 모르는 집이면 좋았을 텐데..."
 "모르는 집 아이라도 해도 아마 못마땅했을 거야. 아들둔 엄마마음과 딸을 둔 엄마마음의 간사함을 우리 스스로 너무 잘 알잖아^^"
 "정말 그럴까?"
 "우리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모자간에 서로 힘드니까 기대를 말어^^"
 "......"

어느 부모나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내 자식이 최고라는 거. 어디가서도 대접받고 존경받는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거. 그리고 자녀의 배우자(너무 앞섰지만), 아니 이성친구는 이왕이면 부모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허망한 욕심같은 거 품게 되지요.^^
사이좋고 평가좋은 집안의 여식으로 아는 상대였다고 하더라도 아들의 이성친구는 엄마에게 못마땅할 수도 있답니다. 아들을 사이에 두고 경쟁이나 질투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그녀자신의 마음을 비춰보라고 했습니다. 더구나 남아선호사상으로 키운 아들이라면 결혼상대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지요.  

남들은 부러워하는 엄친딸이지만 그녀는 아들의 여자친구로 못마땅하여 말리고 싶지만 말리지도 못하고 끙끙앓는 엄마의 애타는 심정의 하소연을 들었습니다.
너무 귀하게 키운 자식은 당연한 듯이 대접받으려고 하니 베푸는 게 서툴고, 부모는 그런 아들이 야속하여 배신감마저 들었다는 모정을 엿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