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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암이 재발되었다는 친구의 문자메세지를 받고

세수를 하고 거울앞에 서서 아이크림을 찍은 부위를 열심히 두드려본다. 최근 두어달간 허리디스크로 물리치료에 매달리며 몸조심하느라고 더 게을러진 나의 육체는 피부의 윤기를 잃으며 그간의 이미지조차 변화시키고 있었나 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갑자기 시들어버린 듯한 내 몰골에 대하여 걱정을 하는 눈치다. 총무를 맡은 어느모임의 회원들은 새해를 맞아 아이크림을 선물로 건네며 열심히 바르고 가꾸기를 부탁하고, 또 다른 모임의 친구는 유치원생이 갑자기 고등학생이 된 것같은 느낌이 들정도라 적응하기 힘들다며 변해버린 분위기를 안타깝게 여기며 머리모양이라도 바꿔보기를 권유하기도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들어가고 있었나 보다. 허리가 아파서 움직이는 것을 기피했더니 매사에 의욕이 없었던 것이 내 몰골을 이런 분위기로 몰고 갔나 보다. 나를 생각하는 주변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를 훼손(?)시켜선 안되겠다는 의무감마저 느끼며 회복하려 노력하고 있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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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휴일에 뜻밖의 문자메세지를 받은 나는 어안이 벙벙하다.
멀리 떨어져 살지만 인터넷상에서 만난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가끔씩 안부를 나누던 친구와 작년 12월에 전화로 안부를 나눌때만 해도, 새해 1월까지 이어진 스케줄이야기로 삶의 바쁨을 또다른 에너지로 받아들이고 나누면서 소녀처럼 들떴었던 친구의 문자메세지가 준 충격.

친구는 몇년전에 개에게 물려 다리에 큰 상처를 입어 꿰매는 수술을 하면서, 우연히 위암초기임을 진단받게 되었다. 암제거 수술을 했고 항암치료를 받은 후, 힘든시기를 잘 견디고 회복되면서 식이요법과 정기적인 검진을 받으며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어서 나는 사실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거 같다. 병원에 근무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환경이라 오히려 안심했기에 완치하리라는 믿음이 컸다.
암수술과 항암치료후 5년을 넘기면 안심할 정도로 일상에 지장을 받지 않으며 또한 생존율이 높다는 통계에 의지한 믿음이 컸기에, 친구가 암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가끔은 잊기도 했었던 거 같다.
그런데...
안심했던 친구의 몸에 암재발이라니...

통화를 했다.
친구의 목소리는 평상시와 같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인양 이야기를 전하는데... 할말이 별로 없었다. 아니 친구는 드러내지 않았을 뿐, 숨긴 마음에는 복잡한 생각들이 헝클어져 있을 것이다. 아무리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여야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말문이 막힌다. 나의 어리석은 생각은 친구가 간호사라서 절대로 믿었는데.
어짜면 좋노? 치유는?
재수술이란 없고, 항암치료를 시도하여 통계적으로 밝혀진 삶의 시간을 조금 더 늘리는 것이라는... 내용을 전해들은 나는 힘이 빠져 등이 구부리지면서 허리에 통증을 또다시 느낀다.
잘 관리했을텐데... 왜 너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니. 너를 아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책임지고 건강해야지.ㅠ.ㅠ

부작용이 생겼는지 배변이 쉽지 않아 힘들어하고 있단다. 친구에게 다녀와야할텐데...
한번 보자고 그렇게 말했건만 뭐가 그리 바쁜지 엄두를 내지 못했던 내 자신이 반성된다.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보고싶다 한번 다녀가라고 해도 스쳤던 것인데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만나야하다니...
아직 쉰도 안된 나이... 두 아이의 엄마요, 한 남자의 아내요, 친정부모님의 자식으로... 불효는 하지 말아야지. 책임지고 건강해야할 우린, 자식을 둔 부모이기도 하지만, 자식으로써의 의무도 감당해야잖아.
정말 이럴 수는 없다.
건강은 의사선생님도 간호사도 자신할 수 없는 것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지난 주말, 태백눈축제장 방문을 계기로 허리통증에서 벗어나 회복하려던 나의 일상이, 친구의 뜻하지 않은 소식에 힘을 잃고 있다. 기운을 차리라고 걱정하던 주변의 염려와는 달리 우울함이 몰려온다. 나야 뭐 물리치료를 잘 받고 조심하면 되는 것이지만... 암이 재발된 친구는 아주 심각한 소식이어서 생각도, 할말도, 정리가 되지 않아 혼란스럽고 난감하기만 하다.
조만간에 방문하여 만나리라.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었던 만남이 미안하고, 친구의 소식이 너무 충격이다. 지금 병원에서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을까? 나는 병원에 방문하여 친구에게 어떻게 대해야하며 어떤 말을 해야하나? 고민이다.
오진이길 바라며 여러병원을 다녔다는 친구에게 정말 할말이 없어 답답해지는 나. 상식이나 통계적 수치와는 상관없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내가 믿는 神에게 기도한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도에 힘입어 회복되어 오래도록 함께하는 친구가 되도록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