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꺼리찾아서

상술에 넘어간 아우에게 형이 던진 짧은 충고


'귀가 얇다'는 표현은 상대방 말을 잘 믿거나 상대방에게 속임을 잘 당하는 사람에게 사용하지요.^^

귀가 얇다고도 할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수 있는 형제가 있습니다.
나름대로 고집도 있고 줏대도 있는 시동생과 울남편이 이에 속하는데, 장사꾼의 상술인지 모르고 상대방이 애처롭게 여겨지면 금새 마음이 동요되니 요것이 문제입니다.

이번 설에 아이들 삼촌이, 그러니까 시동생이 큰댁에 아주 푸짐해 보이는 생선선물셋트를 들고 왔습니다. 주방에 있던 여자들은 설명절을 맞아 거래처에서 준 선물인 줄 알고 그 푸짐함에 놀라며 고마워했습니다.
잠시후, 외출했다 돌아온 동서(시동생부인)에게 알렸더니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형님아, 그거 선물아니예요. 울서방이 사고친거야요."
 "사고?"
 "큰댁에 오다가 냉동차를 몰고 다니며 장사하는 사람한테 거금주고 구입한거래요."
 "뭐어"
 "이미 구입해놓고 어떠냐고 전화왔는데 뭐라고 해요. 애들 세뱃돈하라고 준 돈으로 몽땅 구입했다니..."
 "아이고 그 장사꾼이 서방님 눈에 엄청 불쌍하게 보였나 보내.^^"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피를 줄여 내용물을 냉동실에 넣고보니 글감하면 좋겠다싶어서 빈상자를 디카에 담았습니다^^)

포장은 참 그럴듯했습니다.
맨위의 굴비바구니부터 차곡차곡 네 상자에는 얼음과 함께 갖가지 생선이 놓여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낙들이 짐작한 대로, 수입산으로 엄청 비싸게 구입한 것임을 확인하기 위해서, 붙어있던 상표에 전화번호라도 있는지 알아보려고 살펴보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산지 수입산이죠. 전화번호는 물론 없습니다. 우리의 짐작이 맞습니다.

냉동차에 딱 한개 남은 물건으로 떨이라고 해서 아주 싸게 구입하는 줄 알았다는 시동생 눈에는, 설날 전 그 사람이 추운날에 한개 남은 셋트를 못팔아서 장사하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을 것입니다. 울남편이나 시동생의 심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수 있습니다. 시동생한테 판매한 상인은 몇번씩이나 인사를 해서 그 친절함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는 시동생의 말에 모여있던 친지들은 모두 웃었고, 동서는
 "속아서 구입해준 손님에게 미안해서라도 인사를 여러번 했겠죠. 제발 앞으로는 구입하기 전에 미리 저한테 전화 좀 주세요."
 "알았어. 명절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을 때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명절 음식도 많은데 생선만 먹을까요^^"
 "......"

시동생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보아하니 이와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는 듯해서 동서에게 제가
 "형제 아니랄까봐서 울신랑도 한때 그런적 몇번 있었다. 물건은 다르지만 예전에 사무실로 찾아와서 장사하는 사람말만 믿고 이것저것 아마 서너번 그랬어. 나한테 싫은 소리 여러번 들었지. 상술에 넘어가지 말라고 몇번을 이야기하고 또 하고... 그리곤 멈췄지. 동서도 서방님한테 안그러도록 싫은 소리 좀 해야겠구먼. 이런일 처음 아닌 것 같은데?"
 "아주버님도 그러셨어요? 형제끼리 닮았네요. 저도 물론 싫은 소리도 했고 부탁도 했지요. 그런데도 가끔 저렇게... 귀얇은 사람이 되니 참..."
 "경험자인 울신랑한테 부탁해서 서방님이 못그러게 하라고 말해보라고 할까?"
 "예, 저야 고맙지요."
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부탁했습니다. 울남편 그러마고 흔쾌히 대답하고는
남편曰 시동생에게
 
"나는 이제 안한다."
충고? 조언이라고 한 말은
딱 이 한마디였습니다.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장사꾼의 상술이라고 합니다. 딱 한개만 남아서 싸게 주는 떨이라는 이 말을 믿으면 안된답니다. 실제로 이런 모습을 보았다는 친지의 충고입니다.
뒤돌아보면 같은 장사꾼이 다른 차량으로 따라오면서 한개 팔리면 또 한개만 옮겨놓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여 떨이라서 싸게 판다며 또 장사를 하는... 속임수라니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