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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놓인방

古書의 행방을 쫓는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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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여고생 딸 덕분에 읽게 된 이 책은, 강대국의 약탈에 의해 수많은 문화재가 타국에서 강자의 손에 의해 세상의 빛을 떠나 있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비밀스럽게 숨겨져 있는 고서에 대한 호기심과 확인하고픈 열정으로 살인사건과 연루된 전설의 책을 찾고자 하는 중년의 여인과 자국의 문화재뿐만 아니라 약탈해온 나라의 문화재조차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오만한 자들이 벌이는 비밀단체를 밝히고자 열정을 쏟는 노신사의 추리가 돋보이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직지심체요절, 고금상정예문, 왕오천축국전... 교과서를 통해서 익힌 책이름이 나열되면서 전설의 책으로 프랑스에 묻혀있을 지도 모른다는 흥분을 느끼며 이 책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살인사건을 쫓는 추리적 긴장감과 더불어 우리 조상이 남긴 고서의 행방을 쫓아가는 기대감으로 흥분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우리의 고서 중 알려진 '직지심체요절'이 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근거가 되어 주며, 고서의 중요함을 일찌기 깨달은 그들이 전쟁을 통하여 약탈해가서는 자신의 것인양 주인행세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을 보면서 왜 우리는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의 희생자만 되어야했는지에 대한 불평도 생긴다.

일본도 프랑스도 우리 나라의 문화재를 훔쳐가고 약탈한 파렴치한들이 주인에게 돌려주기를 무척이나 꺼려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예 숨겨놓고 세상의 빛을 가리며 쉬쉬하는 문화재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이 책을 통해서 감히 해보게 되니 그동안 관심갖지 않았던 분야, 고서라는 소재가 던진 신선한 충격을 받으며 이중잣대를 가진 나름 문화적 신사라는 그들의 행태가 너무 위선적으로 보여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남보다 먼저, 새로운 것을 탄생시킨 나라의 주인된 도리보다는 비록 약탈해 갔지만 보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만심에 더 의미를 두면서 잘난척 하는 프랑스의 태도는 정말 역겹다. 독일 나치시절에 빼앗긴 자신의 문화재를 찾으려는 욕심에 독일과의 협상에 남의 나라 중요한 고서를 협상테이블에 이용하기도 한다니 이런 도둑놈같은 심뽀를 읽으며 화를 내고 있는 나 자신이 사실 좀 부끄러웠다.
옛 조상들이 남긴 책이 요즘의 책과는 달리, 역사적 가치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최초의 금속활자본, 최초의 목판본, 최초의 세계기행문 등...  최초가 되는 소중한 자료와 가치에 따른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가 이 책을 통해서 뒤늦께나마 깨닫는 내가 부끄럽다.

문화재의 소중함을 일찌기 깨우친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움을 엿볼수 있는 좋은 계기는 되었지만, 약자가 된 나라의 문화재는 제땅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남의 손에 맡겨진 상황이 억울하고 애통하다. 내것을 내것이라 하면서도 남의 손에 있는 내것을 내품에 넣지 못하는 심정인지라 애달프기 그지없다.

동양의 고서를 둘러싸고 비밀협상을 벌이거나 혹은 남의 나라 문화재지만 소중하다고 여기는 고서는 자신들의 소유물로 여기면서 세상에 선보이기를 꺼리는 작자들의 무서운 음모로 인해 연쇄살인이 일어나는 등... 긴장감을 주는 추리소설이면서도 역사소설로 흡인력 있는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책벌레끼리 책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문화재를 문화재로 알아보는 전문가의 식견과 욕심으로 말미암아 자국에 이익이 되지 않거나 혹은 불리해지면 약탈해간 소중한 자료를 지하별고로 숨기며 절대로 세상에 내놓지 않는 음모가 스며있는 장소에 머무는 침묵의 고서들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욕심을 엿본다
프랑스는 병인양요를 통해서 약탈해가고
일본은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틈타 약탈해가고
독일은 나치가 점령한 나라의 문화재를 여유롭게 옮겨가고...
무식해서 못지킨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조상들이 일찌기 문화강국으로 탄생시킨 빛나는 유산의 소중함을 알고 숨기고 지키고자 노력했지만 무력에 쓰러지는 바람에 나쁜넘들한테 빼앗긴 설움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어 아픔이 되어 다가왔다. 그리고 어디선가 자신을 찾아서 세상에 노출되기를 바라고 있을 사연있는 책들의 소리없는 몸부림이 느껴져 안쓰럽기도 했다.
달라고 달라고 해도 절대로 못주겠노라며 버티는 저들의 베짱이 얄밉다.

내가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책은 책일 뿐 뭐그리 중요해 라며 하찮게 여겼었던 古書에 대한 반성이 일었다.
지금처럼 발전된 상황이 오기 전에 이룩한 기록에 대한 신비스러움이 이토록 간절하고 소중한 것임도 이제사 깨달았다. 기록이 쉽지 않았던 옛시절에 남보다 앞선 어떤 기록이나 체험이 세계의 관심을 끌면서 역사적으로 서열에 대한 음모가 숨어있다는 것에 대해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책을 읽는 동안 나는 비슷한 분위기의 다빈치코드란 소설이 떠올랐고, 소중한 자료가 됨을 알고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동굴로 지하로 숨겼던 책들을 찾아 약탈해가려는 강대국의 소행을 읽으면서 영화 인디아나존스의 장면을 떠올렸다.

남기는 것!
어떤 모습으로 어느때에 남기느냐는 것이 이리도 중요함은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절실하게 깨닫는 계기도 되었다.
몇년전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해외에서 우리 나라로 되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문화재를 찾는 방송이 있었다. 그 당시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전문가들이 힘을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되돌려받는 일이 쉽지 않았음은 이 책을 통해서 어렴풋이나마 이해되면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기회를 타고 몇점이 우리품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문화재가 남의 땅 지하별고에서 빛도 못보고 가려져 있는 것이 많음을 가름해보게 한 책이다.
소중한 것임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자들이 타국에서 약탈해간 문화재도 자국에 있는 한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주인행세를 아주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더 알려져서 되돌려 보내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더 꼭꼭 숨기는 음모를 꾸미며 살인까지도 서슴치 않는 사연을 담고 있는 이 책을 통해서 해외의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를 가져봄직한 유익한 책으로 권하고 싶다.

개그맨 서경석씨가, 佛 정부 상대로 '외규장각' 반환 소송에 참여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프랑스 문화재 보호단체의 성격으로 보아 쉽게 찾지는 못하겠으나 우쨌던 노력해보는 자세는 좋다.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의 여주인공격인 중년의 정현선씨처럼 신중함과 열정이 있다면 하나두울 고향으로 돌아오리라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알아보지 못한 문화재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특히나 작은 부피의 책이라면 숨겨놓은 고서들도 많을 것이다.

유럽에서 볼때에 동양의 매력이란 그야말로 보물과도 같은 신비함이 있지 않은가.
왜 우리는 진작에 강대국이 되지 못하고 내내 빼앗기는 역할만 해야했는지 우리 조상들의 착한 심성이 때론 원망스럽기도 하다.

전설의 책으로 알고 찾았던 고금상정예문이나 아니면 왕오천축국전이 이책에서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다. 여운을 남긴 사건을 통하여 우리는 아직도 어디선가 아우성치고 있을 우리의 기록유산을 찾아야할 것이다. 끊임없이...

사실은 나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뭐그리 중요하냐 아무데서나 존재하면 되지... 그야말로 프랑스인이 우리를 향하여 비아냥거리면서 잘 보존할 수 있는 장소가 최고라고 억지주장을 펼치던 것과 같은 생각을 했던 나는 반성한다. 고의적으로 숨겨둔 책으로 말미암아 역사속에 선도 못뵈고 사라진 사실이 얼마나 많이 묻히고 말았을까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문화재 손실뿐만 아니라 아픔의 상처는 여러곳에 남기 마련이다. 온세상이 다 평화로왔으면 좋겠다. 무기가 없어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구촌이 되면 서로간에 얼마나 마음 편할까? 책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내 손에 들어온 책을 놓쳐버린 듯한 착각의 아쉬움을 기인~~ 한숨으로 내뱉어 보았다.

책고르는 안목을 지닌 우리딸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