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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멋진 하루'속의 주인공은 누구입니까?

헤어진 애인에게 빌려준 돈을 받겠다고 1년만에 나타나 까칠한 태도로 돈을 받으러 따라다니는 희수(전도연)입니까?
아니면 희수에게 빌렸던 돈을 갚겠다고 또 다른 여자들에게 돈을 꾸려 다니던 병운(하정우)입니까?
희수와 병운이의 하루를 지켜본 우리들입니까?

전도연, 하정우... 두 배우의 절제된 감정의 연기에 감탄하면서도, 가볍게 보면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저 내뱉는 무성의한 말투로 오해받을 만한 배우의 언행에서 어떤이는 찬사를? 또 어떤이는 배신감? 을 느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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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엔 애인 사이, 오늘은 채권자와 채무자...'
이 정도의 내용과 위의 포스트를 통하여, 제멋대로 달콤한 로맨스를 상상한 오류를 범한 것이 걸림돌이 되어 영화가 던지는 '멋진 하루'의 의미를 찾는게 솔직히 쉽지 않았습니다.
 '무얼 기대했던 탓일까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몇 안되는 관객들 중에 지루함을 느꼈는지 중간에 일어서서 나가는 두 연인을 보는 순간, 저도 따라 나서고 싶은 충동을 잠깐 느꼈을 정도로 영화에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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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받은 재산도 다 날려버리고 떠돌이 신세가 된 옛남자에게 1년만에 채권자로 나타나 무조건
 "돈갚아"
를 내세우며 예전의 감정같은 것은 하나도 없음을 억지로 감추려는 절제된 모습으로만 대하는 희수때문에 이야기가 드문드문 이어지는 듯해 답답함을 느꼈으나
 "오늘 중으로 돈을 꼭 갚으리라"
는 각오로 이여자 저여자... 자신이 알고 있는 주변 여자들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희수의 돈을 갚으려고 노력하는(?) 남자 병운은, 너무나 낙천적인 성격으로 매사가 다 긍정적이며 모든 여자들에게 친절할 뿐만 아니라 누가 뭐라고 자존심 상한 말을 해도 다 수용하는 태도로 말미암아 진지함을 기대한 희수의 중얼거림을 이해하며 하루종일 돈받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나선 희수편이 되어보기로 작정하고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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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통한 힘든 과정때문에 터득한 자신만의 노하우인지...
아니면 타고난 천성의 순수함 때문인지...
깊은 생각은 아예 하지 못하는 사람인양 가벼운 웃음으로...긍정적으로...
받아넘기려는 비굴한 태도(?) 순수성(?)이 세상살이를 다 초월하고 사는 듯한 체념처럼 느껴져서 불쌍해 보였다가도 한편으로는 편안한 자유함으로 보여서 부럽기도 했습니다.
이 역할을 맡은 배우 하정우씨의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진짜생활처럼 느껴질 정도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정말 연기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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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때문에 두 여자간의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무릎까지 꿇는 남자, 도무지 생각이 있는 남자인지... 없는 남자인지... 그 내면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비위를 거슬리는 짓은 절대로 못하는 순수한 남자? 헤픈 남자? 여린 남자? 정말 판단하기 힘든 남자... 세상에 이런 남자가 제 주변에 있을리도 없지만 있다고 해도 사양하고 싶은 남자입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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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연인이었던 두 남녀의 감정을 읽어내는 일은 관객의 몫이 되어 단순한 사고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희수와 병운이 사이에는 다정하게 나누는 대화라는 게 별로 없을 뿐더러 무조건 친절한 병운과 짜증쟁이 희수의 말투는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고 혼잣말처럼 내뱉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려는 관객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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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받을려고 병운이를 따라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본 희수는 병운의 한심함을 탓하면서도 하루종일 그를 따라다닙니다. 나라면 돈받는 거 포기하고 돌아섰을 것인데... 말은 돈때문이라고 하면서도 희수의 태도가 분명하지 않아 아리송할 따름입니다.
하루종일 지칠만도 할 텐데 끝까지 임무완수하는 병운의 끈질긴 노력에 감탄을 하면서도 실제로 이런 남자가 제 주변에 있다면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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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오십만원의 돈에 마지막으로 사십만원을 채워주는 병운의 초등학창시절 동창생인 왼쪽의 여자, 이혼녀로 혼자 딸을 키우며 일하고 있지만 해맑은 모습이 참 이뻐보였을 뿐만 아니라 병운에 대한 믿음과 의리를 내세우며 이 돈은 꼭 해줘야함을 순수하게 전합니다. 가슴 찡하더군요. 병운의 순수함 그 자체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ㅎㅎ
아니나다를까 희수도 마음이 동하여 너무 미안했던지 다 받지 못하고 반만 받고 병운과 헤어지면서 여운을 남기는데 그 의미 또한 관객의 몫이 된 영화입니다.
나머지 이십만원에 오늘 밥값 꽃값 등등...을 합친 차용증을 자진해서 써서 꽂아둔 병운, 그리고 나중에 또 받으러 나타날 것임을 말하는 희수... 그리고 고장났던 와이퍼를 작동시켜보라는 몸짓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병운의 빈자리를 확인하려고 유턴하여 헤어진 자리에 다시 와보는 희수의 눈에 병운의 뒷모습이 들어옵니다.
희수에게도
병운에게도
멋진 하루가 된 날이었을까요?

절제된 표현으로 여백의 공간이 많이 남아 관객 스스로 무언가로 채우기를 바라는 요소가 때론 부담스럽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했습니다만 두 배우의 연기는 짱이었습니다.
전도연씨와 하정우씨... 정말 카멜레온 같은 배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