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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군입대를 앞두고 드러내는 아들과 어미의 마음


대학교 2학년 우리아들, 금년 12월 11일자 입영통지서를 받았답니다. 이메일로...아들의 계획으로는 2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 중인 1, 2월쯤에 입대하고 싶었다는데 느긋한 성격상 병무청 홈피에 들락거리는 것을 게을리한 아들에게 고를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주변의 친구들이 1학년을 마치고, 혹은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거의 군입대를 한 상황인지라 더 늦어지면 안될 것 같다며 12월 일정에 차질을 감수하고서 입대를 결심했나 봅니다.

어차피 다녀와야 할 곳... 뭐그리 크게 변할 것도 없는데 하루라도 빨리 다녀오기를 바랐건만... 아들의 생각은 우리하고 많이 달랐습니다. 어릴 적에는 무조건 가야하는 곳이며, 또한 어른들이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 강해진다'는 말의 뜻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시절부터 은연중에 들으며 자랐기에 군대는 남자들에게 아주 좋은 곳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전역한 친정동생이 20대에 해병대지원한 후, 제대를 미루고 해병대교관으로 있었음)
그리하여 아들은 얼른 자라서 군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어린시절의 꿈을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을 이용한 '해병대캠프'를 일주일간으로 실천하게 되었고, 그 후에 아들의 환상은 깨어지고 급기야 고3시절부터 생각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안가도 된다면, 그리고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혹은 권력있는 아버지를 둔 자녀들이 군면제를 위한 방법을 이용하여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심정이 이해된다며 한편으로 약간 부러운 마음까지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부부는 놀랐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어른들 말씀을 의아하게 여기는 아들과의 세대차이를 느끼며 사회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남자들만의 특권(?)이라고까지 표현하는 남편의 말은 공허했습니다.

이 시기에 한나라당 전총재셨던 이회창어르신이 대선에 삼수생으로 다시금 도전한다는 소식을 접하니 문득 그분의 아들이 생각나기에 제가 아들에게 몸무게 줄여서 한번 도전해보라고 했더니 그짓이 더 힘들다면서 그 아드님을 존경한다고 하네요^^(에고ㅡ.,ㅡ 그어미의 그아들 대화 참 어이없다고 남편이 혀를 끌끌찹니다.)

군대생활이 예전과 비교해 볼때 많이 수월해졌다고는 하나 시대따라 변화하는 아이들의 생각과 환경의 많은 차이로 인해 나름대로 고생스럽다고 여길 수는 있으나 어떤 계기와 동기를 만들수 있는 기간의 터전이 되므로 부정적인 곳만은 아니라고 남편이 진땀나게 설명을 덧붙이고.....듣고 있던 아들은 어차피 군대를 의무적으로 갔다와야 할 상황이면 유치원생활을 학교생활로 바꾸고 더 빠른 10대후반의 군생활로 20대전에 마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새로운 발상을 합니다.
6.25때를 생각하면 10대의 학도병들도 있었다는 예를 들어가면서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아들... 참 많이 컸음을 느낍니다. 한참 혈기왕성하고 하고 싶은 거 많을 시기인 20대에 비록 아빠세대보다 기간이 줄어서 2년정도만 있으면 된다고는 하나 현재의 우리 나라 상황을 감안해 볼때에 20대의 군생활은 너무 아깝다는 것이었으며 더구나 취업도 쉽지 않은 상황에 여자들은 그 기간을 자기발전과 계발의 기간으로 무엇하나 더 배우고 경험도 할 수 있기에 억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새 커버린 아들, 대견스러우면서도 걱정이 됩니다.
군대생활에서는 '절대복종'이라는데 이쁜 미소 흘려가면서 즐거운 척 군생활에 임하여 상사로부터 인정받는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아빠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듯이 군에서도 저러면 안될텐데... 걱정되어 한마디했더니 이 또한 다 알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것입니다.
이미 주변의 친구들이 군생활 중에 휴가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고 있으니 알아서 잘하겠다는 아들. 홀로 객지생활 2년에 아들 나름대로의 노하우는 있으리라는 믿음때문인지 다른 엄마들에 비해서 저는 솔직히 걱정이 덜하긴 합니다.

아들 고3시절 자모들이 모임을 하는데 가보면 아들걱정과 사랑에 목이 매이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합니다. 입영날짜를 잘 선택한 아이의 경우는 집에 머무는 시간도 있기에 건강을 챙기는 엄마의 정성이 그야말로 눈물겹습니다. 군에 가면 당분간 먹고 싶은 것 제대로 못먹을 테니 이것저것 챙겨서 먹으라고 권하며, 보약에다 영양제에 해줄 수 있는 것 챙겨주며 날짜꼽으며 눈치보고, 가족여행도 하고 홀로 여행도 하고 등등... 대부분의 모습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진 어미입니다. 재학중인 아들은 주말밖에 시간이 없는데 아들은 집에 오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오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계획된 일들이 있어서 그기에 맞춰서 생활할 수밖에 없고, 아들은 아들대로 기말고사도 못끝내고 가야할 날이라 과제물로 대신할 학점관리에 나름대로 바쁠 것이라고 위안하며 태연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평소와 다르게 안부전화라도 자주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저는 아들의 지금 마음이 어떨지 많이 궁금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보약을 해준다고 먹을 넘도 아니고 이것저것 챙기려고 하면 간섭이라고 생각하는 녀석이기에 그냥 두는 것이 제일 좋은 처방이라고 여기며 무관심한 척 지내고 있는데...
지난 번 딱한번
 "엄마 군대 갈 아들 삼겹살 먹고 싶어요."
라는 아들의 문자메세지를 보고 얼른 송금한 일이 전부인 엄마입니다. 아들이 나라의 부름받고 갈 날까지 이제 주말은 몇번 남지 않았습니다만... 서로 오세요 네가 오렴하고 미루고 있는 덤덤한 가족입니다. 딸이 애가 탑니다.
오빠가 군대갈 날이 얼마남지 않은 집 맞냐고 자꾸 물어옵니다.
그러면 어떡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합니까 ㅜ.ㅜ

주변에 비슷한 아들을 둔 엄마들로부터 군대생활과 연관된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가끔 좋지 않은 소문으로 인해, 남편과 저도 걱정이 되긴 합니다만 걱정한다고 안보낼 수도 없잖습니까? 어느 부모나 걱정하면서도 확신을 가지듯이 우리 부부도 절대로 우리 아들에게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평범하게 군생활을 잘 마칠 수 있을거라며 믿음을 키우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12월 11일 훈련소 입소일에 우리부부가 아들과 동행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아들이 혼자가겠노라고 할지도 모르고, 우리 부부에게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서 아들 혼자 보내게 되는 상황이라도 생길까봐서 이부분이 제일 염려스럽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 입영열차로 가는 세대다 보니 훈련소앞까지 가는 일은 아주 드물었는데 최근에는 거의 부모님들이 데려다주는 형태가 되었더군요. 그리하여 어떤 엄마는 눈물을 보이게 될까봐서 노심초사하며 안가는 엄마도 있다는 말에 저도 안갈 거라고 했더니 경험한 엄마가 꼭 가봐야한다고 권합니다. 이또한 아들키운 엄마의 특권(?)으로 찡한 분위기를 느껴보라고 하네요.

남편도, 아들도, 딸도, 저보고 한결같이 표현합니다. 저는 강해서 절대로 눈물보일 엄마가 아니라고... 그려 내가 왜 울어. 오히려 아들이 강한 곳에 배치되어 빡센 훈련으로 정신무장 확실하게 해서 사회로 나오기를 바라지^^

이렇게 말은 했지만 아들을 생각하며 이글을 쓰는 동안 주책시럽게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정말로 거짓말처럼 눈물이 흐릅니다. 지금의 객지생활은 그래도 난방이 잘 된 따스한 곳에서 겨울을 나고 있기에 걱정이 덜하지만 금년의 겨울은 우리 아들에게 어떤 겨울이 될지 알 수 없기에 개별난방으로 바꾼 우리 아파트에서 따스한 겨울을 나면서 제가 어떤 마음이 될지 참 알수 없습니다.

다음블로거로 활동하다가 만난 어느 블로거님은 아들의 군생활을 생각하며 어미로써 한가하게 보냈던 블로그활동을 잠시 접으며 비공개로 잠수타고 계신 애틋한 모정을 보이고 있지만 저는 오히려 아들의 군생활을 포스팅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며 눈물흘리며 썼던 이글을 맺으며 잠시 웃음을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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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싫지만 한해한해 쌓이고 있는 제 나이만큼 굳어지는 감성에 대한 호소.
그리하여 날마다 글쓰는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
아마도 저는 블질은 아들하고 상관없이 계속할 어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