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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엄뿔'의 한자씨와 비슷한 울형님

엄마가 뿔났다
채널/시간 KBS2 토,일 저녁 7시 55분
출연진 신은경(나영수), 류진(이종원), 김혜자(김한자), 기태영(김정현), 이유리(나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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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엄마가 뿔났다'를 드문드문 봤는데 엄마로 등장한 한자(김혜자)씨 보노라면 같은 여자로써 답답한 심정이 되어 채널을 돌리곤 하다가 지난 주말에 본 드라마에서.


뜻밖에도 자신만을 위한 자유의 시간을 달라고 간청하며 가족들에게 '결혼안식휴가'를 연상시키는 일년간의 시간을 호소하는 장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평소에 조금씩 1박 2일... 2박 3일... 상황에 따라 기간을 정해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뜻을 비추어 혼자만의 시간을 누려보는 방법도 있었을 터인데... 이해는 되면서도 너무 갑작스럽게 폭탄선언하는 것 같아 놀랐으며 동시에 시댁의 울형님이 떠올랐다.

드라마에 등장한 한자씨와 비슷한 성격에 비슷한 환경의 삶을 사신 울형님이시기에 '결혼안식휴가'를 원하는 한자씨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나, 그 생각을 입밖으로 표현하기까지 꽤나 고민했을 것이며 또한 나름대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여겨져서 애처롭기까지 했다.

울형님~ 지금은 아주버님과 단촐하게 계시니 예전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시나, 시할머니, 시아버지와 어린 시동생에 자녀들 뒷바라지로 살림을 꾸리시느라 눈코뜰새없이 바빠 자신을 돌볼 겨를도 없으셨을 뿐만 아니라, 아예 자신의 헌신으로 시어머님 계시지 않는 가정을 제대로 이끄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사셨다고 하시는 형님의 결혼생활은 70대이신 울친정엄마의 결혼생활보다도 더 안타깝고 눈물겨운 60대 울형님의 사연이 구구절절 배여 있어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나 결혼하여 동서가 되어 형님이 어렵사리 꾸려온 가정의 일원이 되고보니 차이나는 환경과 세월에 따른 세대간의 갈등으로 서로간의 오해로 좋지 않은 감정도 많으나, 여자의 일생을 두고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는 울형님의 결혼생활에서 이와 같은 휴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더듬어 보노라니 불쌍한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뵙지 못했지만 '엄뿔'에서 한자씨와 시아버지의 다정한 사이처럼...울형님도 고인이 되신 시아버지와 사이가 아주 좋으셨다고 회상하셨는데......

넉넉하지 않은 살림인지라 따로 휴가비 챙겨주진 못하셨어도 며느리 배려하는 마음으로 타지에 있는 친정에 다녀오라고 날을 길게 주시며 휴가삼아 떠나보내시곤 하셨다는 시아버지...

그러나 울형님 성격상 집안 걱정이 앞서서 시아버지께서 주신 날짜를 다 채우지 못하고 귀가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출가외인의 쓸쓸함을 느꼈던 때를 떠올리며 이 드라마에 더 몰입되었던 지난 주말의 드라마를 보면서 울형님, 당신의 옛모습 같아서 많이 공감하시면서 남편되신 아주버님보다도 더 든든하고 자상하셨다는 시아버지를 떠올리시며 그리워했을 장면이다.

한자씨를 보면 울형님과 닮은 점이 너무 많다고 느꼈었는데 울형님과 다른 점은 한자씨 용기내어 시아버지의 허락을 받은후, 혼자 있을 원룸을 구해서 집을 떠나던 날... 이렇게 상쾌하게 웃는 모습을 보이는 점이다.

울형님은 감히 이런 생각조차도 못하실 분이고 집안걱정에 전전긍긍하시느라 친정에서도 편하지 않으셨다는 경험을 말씀하시던 형님. 드라마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독백으로 표현하는 한자씨의 성격은 울형님과 너무 비슷하면서도 휴가받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넋두리만 쌓이는 모습보다는 훨낫다는 생각이 들어 한자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울형님도 뿔나면 무서운 분이시다. 그래서 나나 동서는 큰댁에 가면 긴장되어 마음이 얼어버리는데 최근에 딸의 결혼문제로 울형님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식과 부모의 뜻이 같지않음을 보는 내 마음도 무겁다.

어느날 울형님도 억눌렀던 감정을 드러내시며 '엄뿔'의 한자씨처럼 폭탄선언하여 아주버님을 놀라시게 하시면 아주버님은 어떤마음으로 받아들이실까? 상상해 보면서 울형님이 이해받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