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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후임병 들어왔다고 좋아하는 이등병 아들

자대배치 받은 후 3개월이 조금 지난 이등병 아들이 어제, 약간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아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니?"
 "예, 드디어 제게도 후임이 생겼어요."
 "그렇게 좋니? 목소리에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아^^"
 "졸병 면하니까 좋지요.ㅎㅎㅎ"
 "축하한다^^"
 
소대에서 제일 졸병인 아들, 예전하고 비교할 때에 확실하게 많이 달라진 군대분위기로 말미암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막내다 보니 스스로 조심하고, 혹시라도 자신때문에 소대나 혹은 분대원들이 불이익을 당하면 어떡하나? 얼른 적응하려고 노력했다는 아들, 그동안 소대에서 분대장 3,4명이 차례대로 제대를 했고 자리가 비는 바람에 하루... 하루... 학수고대하면서 후임병이 기다려졌다고 합니다.
 "후임병이 생기면 뭐가 좋은데?"
 "뭐가 좋다기보다는 오히려 제가 마음을 써줘야하는데요. 일단 막내딱지? 졸병딱지? 를 뗄 수 있는 기회라서 기분이 좋아요."
 "너희 분대원이 되는거야?"
 "아뇨. 분대로 봤을 땐 맨 나중에 채워질 것 같아요. 아직도 선임들 중에 3자리나 비어있거든요. 그 자리가 다 채워진 후에나 제 바로 후임으로 들어오게 될 것 같은데... 아직 한참 걸릴 것 같아요."
 "그런데도 그렇게 좋아?"
 "예."
 "우리 아들에게도 직속으로 후임이 얼른 생기기를 바래."
 "엄마, 군대있으면서 느끼는 건데요. 경험이 자신감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 아들이 좋게 생각하니 엄마도 좋구나. 군생활이 나중에 유익함으로 기억되도록 만드는 것도 네몫인거 알쥐?"
 "예. 후임 기다리는 심정도 알게 되고.ㅎㅎㅎ 걱정마세요. 많은 것을 깨닫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할께요.^^"
 "^^"

저는 나쁜 엄마인가 봅니다. 아들 군대 보내놓고 하루하루 노심초사하는 비슷한 또래의 엄마들과는 달리 저는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니 말입니다. 객지에서 대학생활 할 때에는 거의 안부도 없이 지내던 아들이었는데 군생활을 하면서 안부전화도 자주하며 싹싹하게 말이 많아진 것이 너무 좋고 고마워서 아들이 군대가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드는 엄마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의 엄마중에 가끔 아들이 공익으로 근무하며 집에서 출퇴근하는 뒷바라지에 대한 푸념을 듣노라면 저는 제 아들이 건강한 청년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기까지 하니 이거야 참! 그야말로 저는 아들 약올리는 나쁜표 엄마입니다.
 "아들 군대 보내놓고 이렇게 좋아하는 엄마는 아마도 세상에 나밖에 없을거야 그치? 나 밉지?"
 "아뇨, 엄마 심정이 조금 이해되긴 해요. 제가 대학생활을 객지에서 하면서 참 무심했다는 거 인정하거든요^^ 나중에 제대하면 자주 안부할께요."
아들이 이렇게 응해주니 덜 미안해지긴 하지만... ㅎㅎㅎ 그래도 미안하지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안부전화하면서 후임병이 들어왔다고 좋아하는 아들의 밝은 목소리를 떠올리며 아들이 소속된 분대원의 후임병도 얼른 배치되기를 저도 바라게 됩니다.

부모님의 빽(?)으로 안갈수만 있다면 가고 싶지 않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던 아들이었는데... 빽없는 부모덕분(?)에 군대 간 아들을 통해서 경험하고 느끼게 되는 엄마로써의 또 다른 감정이 미안함과 더불어 감사의 마음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