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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성화봉송을 둘러싼 충돌을 본 부녀의 대화

조간신문에 실린 성화봉송 장면입니다.
왼쪽은 우리쪽 경찰 호위병력이고 오른쪽은 중국인들이지요.

신문의 제목에서도 느끼듯이『서울 온 올림픽 성화... 人의 장막 치고 봉송』
'人의 장막'이란 표현을 읽는 순간 6.25전쟁때 중국의 인해전술법이 떠올라 섬뜻함이 느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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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중간에 실린 아래의 장면을 보고 읽으며 소름까지 끼쳤습니다. 서울 뒤덮은 오성홍기... 그야말로 인해전술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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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심리가 '내가 불리하면 내편을 많이 만들어 방어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대처법을 떠올리게 되는 상황을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만 할수는 없을 것이나 타국에서 벌인 지나친 행동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 나라의 모습이 안타깝게도 약자로 느껴져서 속상했습니다. 충돌을 막으려는 경찰이 제대로 충돌을 막지도 못했고 우리 국민을 보호하지도 못한 상황인지라...

텔레비전 뉴스로 이 광경을 보던 딸,
 "뭐야. 저거... 여기가 어딘데 함부로 저거들 마음대로야. 우리 나라 경찰은 뭐하고 있어?"
옆에서 딸의 말을 들은 남편,
 "딸~ 충돌을 막으려고 동원된 경찰일 뿐이야. 네 생각처럼 우리 나라 국민 보호한답시고 경찰까지 개입되면 외교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우리 나라 정부에서도 어쩌지 못하고 참고 있는 거 같은데 흥분하지마."
 "아빠는... 화나지 않아요?"
 "화가 나지만 우리 나라에서 성화봉송을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나올 게 뻔하니까 중국사람들이 나름대로 대처한 거라고 보면 되지. 유학생들이라고 하니까 정보를 주고 받았을테고."
 "참 그런데 왜 성화봉송을 반대해요?"
 "에구참 한동안 뉴스 못보았구나."
 "헤헤헤^^ 시험기간이 눈앞이라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을 못본지도 좀 되었어요"
이리하여 남편은 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티벳과 중국의 관계를 설명하였는데... 딸은 참 엉뚱한 질문을 하여 우리부부를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아빠, 티벳도 그냥 중국으로 있으면 안되나요? 작은 나라보다는 큰나라가 좋잖아요?"
 "으응?"
이런 황당!!! 당연하게 우리랑 생각이 같을 거라고 여긴 우리의 잘못입니다.ㅜ.ㅜ
 "으~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일제강점기 시절을 겪었잖아. 조선을 삼킨 일본이 '대일본제국'의 국민으로 만들어 준 것을 감사하게 여기라고 하면 기분 좋아?"
 "아뇨. 그건 일본이 나쁘지요. 다른 나라를 빼앗아 자기것으로 만들려고 하니까요"
 "티벳과 중국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인터넷을 이용하여 정보를 얻어. 아빠도 깊은 사연의 자세한 정보는 부족하거든. 독립하겠다는 티벳과 독립하면 안된다는 중국과의 갈등으로 티벳사람들이 피해를 많이 봤어. 우리가 독립운동을 벌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처럼... 그래서 세계사람들이 이런 티벳을 독립시키라는 의미로 중국의 뻬이징에서 열릴 올림픽 성화봉송을 반대하고 막는 사람들도 생긴거고...."
 "......"
조용히 있던 딸,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입을 엽니다.
 "중국이 잘못했으면서 왜 저래요? 그리고 중국은 올림픽 성화봉송할 때마다 다 찬성했나요?"
 "아닐걸. 못마땅한 경우 다른 나라의 도시에서 하는 올림픽 성화봉송을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게 안받아들이기도 했을거야."
 "그러면 우리 나라도 그렇게 반대하지 왜 받아들였어요?"
 "우리 나라 정부차원에서는 중국의 뻬이징올림픽을 반대할 상황이 아니니까 받아들인 거구, 시민단체에서 볼때는 반대의사가 분명한 거구... 생각의 차이야."
 "우리 나라가 중국의 힘에 눌러서 쩔쩔매는 것 같아 너무 싫어요. 우리도 땅도 넓고 인구도 많고 자원도 많고...  강대국이었다면 중국유학생들이 함부로 저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중국유학생들이 우리 나라 시민단체와 부딪혀서 싸움이 일어나면 우리 나라 경찰은 누구편 들어야해요?"
 "그게 참 곤란해. 국가간의 문제로 커질 수도 있어서... 아빠는 자제하자는 쪽이야. 우리 나라사람들도 외국에 나가서 살고 있고, 또 우리 나라 사람들 역시도 경우에 따라선 어떤 표현을 할 수도 있을거고 말이야."
 "그래도 아빠, 우리 나라 서울의 거리를 빨간 오성기가 더 활개를 쳤다는 것이 기분 나빠요."
 "아빠가 이런 말하면 넌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아빠는 저 장면을 보면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노사분규다 뭐다하면서 데모하던 장면을 중국유학생들이 모방한 것처럼 느껴져서 놀랐단다. 우리가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지 않았으니 중국유학생들이 우리 나라에서 함부로 구는 것처럼 아빠도 기분은 좋지 않아. 하지만 국가와 국가간에 복잡하게 얽히면 곤란하니까 뭐라고 딱 이거다 하는 답을 구하기는 힘들어."
 "아빠 저는 중국이 우리 나라를 얕잡아 보고 행한 행동같아서 너무 싫어요."
 "거봐. 그렇게 생각이 비약된다니까... 그만하자."
 "예."
찝찝한 듯, 뭔가 더 이야기하려다가 딸은 입을 다물며 저를 쳐다보았지만 저는 침묵했습니다. 만약에 제가 끼어들었으면 이야기가 더 길어질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집의 분위기는 늘 두파가 존재하는데, 남편은 온건파로 대부분의 경우 비판없이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보자는 순한 생각의 소유자로 함부로 상대를 비판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아빠이고, 저는 남편과는 반대로 상황에 따라 변덕을 부리며 제 생각대로 비판을 좀 하는 편인데 이럴 때면 어김없이 남편이 저를 향해 눈살을 찌푸립니다. 이런 아빠와 엄마의 분위기를 아는 딸인지라 아빠랑 이야기를 나눌때면 약간 조심하는 딸과 남편의 대화는 남편이 딸을 다독거리며 끝이 났지만... 눈치상... 저는 우리 나라가 약자로 느껴져서 마음이 찡했습니다.


그리고 말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딸아~ 그래서 공부는 우짜던둥 열심히 해야하는기라... 이 나라의 인재가 되려면...'
삼킨 말입니다. 왜냐? 저는 평범하기 때문에 감히 이 말을 못하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