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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생리불순인 여고생딸의 산부인과 체험기

어른들이 흔히들 말씀하시지요.


딸은 엄마를, 아들은 아빠를 많이 닮는 편이라고요.

우리집도 마찬가지로 딸이 외모상 저를 많이 닮아서 늘 미안한 엄마입니다.

제가 평범하기에 딸에게 멋진 외모를 물려주지 못했기 때문에요^^

그런데 살다보면 꼭 외모를 닮았다고 해서 다 닮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저는 중1 초반에 초경을 시작하면서 20대 초반에 직장생활로 힘들어 할때 한두어번 정도만

생리가 빠진데 비해, 우리 딸은 저보다는 약간 늦은 중1 하반기에 초경을 시작해서는 거의

일년간 소식이 없다가 다시 비추더니 또 5개월 지나서 하고, 잊었다가 7개월 지나서 하고...

이러다보니 딸의 책가방에는 항상 생리대가 준비되어 있지만 딸이 사용하는 것보다는

준비안된 급우들에게 빌려주는 일이 더 많답니다.

엄마인 저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중학교시절에는 성장기단계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감수했지만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매달 규칙적이지 못한 상황이다보니 혹시라도

신체내부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가 검사받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은근히

걱정스러웠습니다.


딸의 의견은 아주 안비친 것도 아니고 시작은 했으니 괜스레 엄마가 걱정거리를 만든다며

한사코 병원가기를 꺼려했지만, 이웃에 딸의 무생리를 등한시 여겼던 뒤늦은 어느엄마의

볼멘소리로 후회스런 말을 들은 것도 있었기에 혹시라도 이상이라도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함이 옳다고 생각하고 제가 설득하고 윽박지르고 해서 산부인과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지역에 딱 한군데 있는 여의사가 계신 병원을 선택했습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투덜거린 딸은 의사선생님의 친절함에 덜 쑥스러워했고

또한 선생님은 이 시기의 아이가 병원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엄마가 참 현명하시다고

칭찬까지 얹어주시니 우리 모녀 마음이 좀 편안해졌습니다.

초음파를 해본 결과 별 이상은 없어보이는데 나와야 할 생리가 나오지 못해서 고여있는

사진을 보여 주시면서 이왕에 힘든 걸음했으니 더 자세한 검사도 해보자고 하시며

저보고는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시며 딸을 데리고 진찰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몇 분 후

저를 부르십니다. 걱정할 이상은 없으나 규칙적이지 못한 것이 호르몬이상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 한달에 한번씩 해야하는 것이 딸에게는 몇달에 한번씩 하게 되는

경우의 생리일 수도 있으니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한 피검사도 겉들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내에 고여있는 생리가 몸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약을 처방해 주셔서

그나마 저는 조금 안심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습니다.


 "엄마 또 생리해. 나보다 더 자주하네^^"

 "한달이 금방 흘러서 그렇지 엄마가 뭐 되게 자주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네."

그 귀찮은 생리를 매달하지 않음을 우쭐해하던 딸,

병원문을 나서자마자 인상을 찌푸립니다. 기분이 어떨까? 대충은 알기에 웃었더니

 "엄마가 너무 걱정을 하시니까 병원에 와서 검사까지 받긴 했지만 정말로 이런 기분

  아휴.. 화장실에서 볼일 못보고 나온 것처럼 찝찝해요."

 "시간지나면 괜찮아질거야.^^"



제 경우, 결혼해서 임신한 후에 처음으로 산부인과 찾아가서 진찰대에 눕던 예비엄마로써의

첫경험도 참 망설여지고 쑥쓰러운 마음이었는데 하물며 암것도 모르는 소녀의 경험은

그야말로 쇼킹!!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더 안쪽의 진찰실로 들어가시기 전에 의사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결혼한 여성과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검사는 다르다고 하기에 딸에게 어떻게 하더냐고 물었더니 항문을 통한 검사를

했다는군요. 사람이 만든 기계가 참 신기합니다.


불평하면서도 응해준 딸이 고마웠습니다.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야 아빠엄마에게 효도하는 거란다."


두개의 알약을 먹은 지 6일째가 되었습니다. 열흘안에 생리가 나올 것이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자꾸만 마음쓰이는가 봅니다. 하교한 딸이

 "엄마, 아직도 소식없어요."

 "아직 날짜가 좀 남았으니 기다려보자꾸나."

에그ㅡ.,ㅡ

딸은 엄마를 닮는다고 하지만 저도 건강하신 친정엄마를 닮지 않고 아버지를 닮은 체질로

소화기능이 약하고 몸도 찬편이라 겨울을 싫어하며 임신시기에 입덧도 하지 않으셨다는

친정엄마와는 달리, 저는 두아이 임신시기에 두통과 함께 입덧도 아주 심하게 7,8개월간

고생고생하다가 몇달 남기지 않고서야 진정되었습니다.

제딸은 또 어떤 증세를 나타낼지...

별이상없이 그리고 유별나지 않게 그저 평범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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