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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놓인방

내 지갑의 생각을 써보게 한 '나는 지갑이다'

책이 궁한 엄마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이 학교에서 빌린 책이 딸의 책상위에 놓여있던 얄궂은 제목의 책이 저를 유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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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이 말을 합니다. 재밌는 설정이지요. 지갑을 소유한 각각의 주인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지갑들이 단락별로 털어놓으면서 열개의 지갑이 하나의 장편을 만들었고 또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어느 날, 내 지갑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모방범, 용은 잠들다, 스텝 파더 스텝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열 개의 지갑이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연쇄살인사건을 묘사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인다. 저마다 다른 열 개의 지갑이 길고 긴 살인에 대해 보고 느낀 바를 이야기하는 연작 소설로, 작가는 무생물인 지갑을 화자로 내세워 현대 사회 인간의 욕망을 꼬집고 있다. 성실하게 살며 평생 범인을 잡기 위해 애쓰는 '형사의 지갑',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알 수 있는 '범인의 지갑', 소년에 대한 애정과 동심을 담아낸 '소년의 지갑' 등... 열 개의 지갑 각각의 에피소드로 하나의 장편을 만들어낸 구성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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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은 후, 제 지갑은 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더군요.ㅎㅎ
그래서 제가 제 지갑을 대신해서 한번 써보기로 했습니다^^


 '시중에 파는 지갑은 아무리 다양하고 이쁜 것이 많다고 하더라도 내 주인은 남들과 똑같은 것을 싫어해서 자신만이 가진 독특함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하여 시중에서 구입하지 않고 헝겊조각을 모아서 퀼트로 만들어진 나...
내 주인이 하는 일은 아이들의 학습을 돕는 공부방샘이라고 하지만, 샘이라기 보다는 아이들 수준에 꼭맞는 철없는 어른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아이들 상대하면서 화도 내고 장난스런 이야기도 잘하면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노라면 그야말로 어른인지 아이인지 구분이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과자도 좋아하고 아이스크림도 좋아하는 식성까지도 참 유치스럽다고 남편에게 아이같다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좋아라하는 말투를 듣노라면 그야말로 마흔넘은 아줌마라고 느끼기엔 많은 차이가 나는 것 같아 나도 혼란스러운데 아마도 남편도 혼란스러운가 보다.후훗^^ 나랑 같은 느낌을 받는 동지가 있다는 것이 흐뭇하다.
바늘을 쥐고 한땀한땀 정성을 기울여서 나를 탄생시킨 주인의 성격은 참 알다가도 모를 정도로 다혈질인 것 같다. 차분한 여인같으면서도 엉뚱한 구석이 있어서 때로는 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디로 튈지? 어떤 표현을 할지? 갑자기 어떤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빠져들지 도대체 알수가 없어서 내주인의 남편 못지않게 나도 헷갈린다.
나의 주인은 알뜰하기도 하고 때론 엉뚱하기도 한 것이 참 웃긴다. 신용카드가 많아도 절대로 한장이상은 넣어다니지 않고 빵빵한 현금으로 나를 채우지도 않는다. 현금사용시 현금영수증을 끊는 경우도 가끔 보게 되는데 그 번호가 주인의 번호도 아니다. 필요한 사람의 번호로 대신해주는... 이럴 때보면 내 주인은 인정스러운 듯도 한데 가족들에게 하는 걸 보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만큼 살짝 냉정해 보일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내주인보다 내주인의 남편이 더 좋게 느껴진다. 나를 빈약하게 해두었다가 주인의 외출이 있을시는 언제든지 남편의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나를 채우니 나는 남편의 지갑한테 미안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내주인은 냉정한 듯 하면서도 남편에게 참 애교스러운 여자인가 보다. 비상금을 챙겨뒀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기를
바라는 남편의 조언은 늘 무시하고 '내지갑은 당신이야. 당신만 있으면 돼^^'하면서 궁핍한 나를 가끔씩 빵빵하게 채울때면 무슨 모임이 있어서 회비로 지출할 비용이 되고 마니 나는 늘 배고프다. 그래서 나는 내 주인의 남편지갑이 때로는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주인이 나를 얼마나 이뻐하는 지 느낄 수가 있다. 사람들이 나를 보면 엄청나게 부러워하는 것을 내주인은 참으로 뿌듯하게 여기면서 나를 소중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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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에 나는 불안하다. 내가 손잡이 단추부분이 약간 헤져 있는데도 내 주인은 나를 수선하지 않는 것이 좀 이상하다. 반지갑모양의 나 대신에 장지갑으로 수첩까지 들어가는 지갑과 함께 가방에 넣어다니는 것으로 보아 나를 퇴출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어 그 느낌이 참 기분 나쁘다.'

하하하^^
내 지갑의 생각일 것이라고 여기며 썼지만 제 생각을 드러낸 것 같아 쑥쓰럽습니다. 제 지갑의 표현처럼 저는 남편이 제 지갑이라고 여기며 사는 철부지 아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