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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여행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킨 부산 감천문화마을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아~~' 감탄과 함께 사진으로만 접한 그리스의 산토리니 광경이 떠올랐다. 집모양이나 색채가 주는 느낌은 대조적으로 달랐지만, 가파른 비탈에 쭉 들어선 건축물이 주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이곳이 감천문화마을 입구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애도하는 리본이 걸려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하게 만든다.

반대방향에서 이 마을을 돌아보는 코스로 잡으면, 매우 비탈진 언덕길을 올라야 하는 더 힘든 코스가 됨을 내려가면서 알았다. 마을버스가 다니는 데 정류장이 마을의 중간지점이라 되돌이하며 마을을 둘러봐야하는 예매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 일행은 지인의 안내로 입구를 제대로 찾아 수월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상가와 가게가 있는 큰 길을 중심으로 쉬운 코스를 택하였으며 가파른 계단과 좁은 골목길은 자제했는데, 주민들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귀가 곳곳에 붙은 까닭을 이해함과 동시에 마주침이 우리 스스로 미안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감천마을 작은 박물관인 이곳에서 이 마을의 사연을 전시하고 있다. 옮겨보면,

감천 2동은 1950년대 태극을 받들며 도를 닦는 신흥종교인 전국의 태극도 신도들이 한국전쟁으로 인해 부산 보수동 등에서 피난생활을 하던 중, 1955년부터 1960년대 초까지 이곳으로 집단 이주하여 천마산과 옥녀봉 사이 해발 200~300m 지점의 비탈면에 판잣집 1천여 가구를 지어 거주하면서 생성되었으며, 이에 태극도 마을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하였다.

처음 건립된 판잣집들은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을 하면서 판잣집의 골격은 그대로 둔 채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고, 이어 1980년대에는 판넬 및 슬라브 형태로 개량되면서 변화를 겪었다. 당시 판잣집은 화재에 취약하여 방화선 역할을 하도록 폭 6m 정도의 수직 계단을 3개소 설치하였다. 마을 특유의 골목길과 지금 다소 좁아진 계단들은 상당부분 초기의 형태로 남아있어 근대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모습을 띠고 있다.

 

산자락을 따라 질서 정연하게 전통적 가로경관으로 늘어선 계단식 집단 주거 형태와 모든 길이 통하는 미로골목길의 경관이 특이하며, 파스텔 톤의 색채는 많은 사람들을 찾아오게 하는 매력을 품고 있었다.

 

 

 

벽화와 다양한 작품들이 마을의 매력에 한층 더 활력을 불어넣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주차장 한쪽 벽면을 차지한 커다란 작품인 거대한 물고기앞은 관광객들로 붐비므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꽤 많다. 도로를 따라 자원봉사자들이 거닐며 깨끗함을 유지코자 애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산의 명물 중 하나인 '씨앗호떡'을 파는 가게가 이 마을에도 몇 군데 있음. 

 '지나치면 관광객이 아니며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씹히는 맛이 고소해서 유명해졌나? 특이해서 유명해졌나? ㅋㅋ 이승기가 먹으며 방송을 타서 유명해진걸거야.'

유명해지면 금새 전국구가 되는 바람에 이 호떡을 서울에서도 팔고 있음을 덕수궁 앞에서 보았다.

 

 

감천문화마을 전망대에 올라서면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감천마을의 미와 감천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통령 다녀가시고 살림살이 좀 나아졌을까? 매우 궁금하다. 나 비록 이곳에서 씨앗호떡 밖에 못 사먹었지만.

 

 

 

감천문화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가로로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 듯한 집들이 모두 비슷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각각 다른 모습의 다양성 속에 조화로운 통일성을 느끼며 감동을 주고 있음이다. 그러한 집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관광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많은 방문자 중에는 '감천마을'을 '파란물통 마을'이라고 하는 이가 있을 정도로, 특징적인 모습을 연출하며 시선을 끌고, 또 한편으로는 알록달록하면서도 조화롭게 통일감을 주는 멋도 느낄 수 있다.

전문가의 조언이라도 참고했을까? 의문이 들었으나 사실은 주민들 각자 알아서 손수 페인트로 발랐다고 한다. 외지에서 관광차 방문하는 우리들의 생각이 사치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이 풍경을 통해 애환을 느끼며 결코 편안한 발걸음으로 감상할 수 만은 없었던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작품설명은

 '별을 떠나 지구로 온 어린왕자는 사막여우를 만나 긴 여행을 하다가 공간을 뛰어 넘어 감천태극마을로 왔는데 여행 중 잠시 난간에 걸터앉아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다.'

나는 이 글귀를 읽으며 갑자기 울컥했다. 어린왕자 눈에 이 마을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겉모습만 보며 아름답다 예쁘다로 표현하며 그야말로 관광객 행세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미안하기도 해서이다.

이 마을 사람들의 실생활과 속내도 예쁘고 아름다운 사연들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재밌는 간판에 잠깐 속았다.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메뉴판이 눈에 띈다.

 

 

 

 

 

 

이 계단을 오르면 또 뭔가를 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입구에서 보는 걸로 만족하고 패스했다. 입구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그날엔 공교롭게도 이곳 포토존엔 부르카를 쓴 이슬람계 여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또 다른 정취를 선사했다. 

 

 

 

정지용시인의 시 '향수'를 시각화하여 형상화한  (박은생) 작품

 

 

항구도시인 부산에서 물고기가 길안내를 맡고, 작품이 되기도 함.

 

 

개인적으로 이 연출작품이 참 맘에 들었다.

 

 

 

 

 

내고향 대구와 더불어 부산에는 겨울철에 좀처럼 눈을 보기 힘들다. 몇 년에 한번 겨우 내리는 눈을 보고 축복이라고 여길만큼 귀하므로 겨울철 내리는 눈에 대한 대비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환경이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제천과 비교해 볼 때 그렇다. 제천엔 겨울이 되면 무조건적으로 도로나 골목 인도 주변에 모래주머니가 착착 놓여지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뜻하지 않게 눈이 부산에도 많이 내렸다는 소식과 함께 휴교령이 내려진 까닭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가파른 언덕에 촘촘히 지어진 집들과 수많은 좁은 계단을 보노라니 숨이 헉 막혔다. 아름다운 마을을 조성하고자 노력한 흔적과 더불어 이로 인해 시도때도 없이 찾아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어수선함과 불편함을 견뎌야 하는 주민들의 삶이 녹녹하지 않음과 애환이 느껴졌다. 비록 한순간의 감상이긴 했으나 여느 벽화마을을 둘러 본 느낌과는 다른 여운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은 마을이었다.

 

끝으로 태극도 본부가 기와식으로 크게 지어져 있음을 보았다. 이 마을 사람들의 평안과 안녕을 진심으로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