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의 딸과 함께 부산을 방문하여 야밤의 남포동 포장마차에 머물지 못했던 몇 년전의 아쉬움을, 이번에 친구와 동행하여 충분히 만끽했다.
작은 도농도시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대도시의 포장마차촌의 정취에 취함은, 결혼 이후 처음인지라 무척이나 생소하면서도 흥분과 설렘을 맛보게 했으며, 또한 새로운 추억담기에 충분했다.
길 가운데를 기준으로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남포동 포장마차에는 주소인 듯 번호표가 달려 있었던 점도 색다르게 느껴졌고, 분식만 다루는 포장마차촌과 술과 안주를 파는 포장마차촌이 구분지어 형성된 점도 관심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바다와 접한 지리적 특성때문인지 포장마차에서 파는 안주거리도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무척 다양해서 시선을 끌던 중, 그중에서도 털이 나 있다해서 '털게'란 이름을 가진 녀석의 정체가 궁금했다. 대게나 꽃게와는 다르게 생김새가 꽤나 징그러웠기 때문이다.(밤이라서 제대로 볼 수 없었음이 먹는 데는 오히려 나았는지도 모르겠다.^^)
익혀 놓으니 주홍빛을 띠며 그나마도 덜 징그럽게 보인다.
밝은 낮이었다면 겉모습이 징그러워 어쩌면 외면했을 지도 모를 털게의 맛은 담백한 대게의 맛과 달리 훨씬 훨씬 더한 바다내음과 바다맛(짠)이 강하게 느껴졌으며, 대게나 꽃게에 비해 털게는 단단한 껍질을 뽐내었다.
야밤의 포장마차 정취에 취해서 흥분된 마음으로 털게 다리하나를 잡고 먹다가 잠깐사이에 내 치아의 한부분이 깨지는 줄도 모르게 낭만에 취한 나를 일깨운 것은, 뾰족해진 치아부분에 닿인 혀가 통증을 전해줬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치아가 아프지 않음은 가장자리 손상이었기 때문인가 보다.
인심좋은 아주머니에게 형님이라 칭하며 부산의 소주 '좋은데이'를 들이키는 손이 바빴으나 밤바람의 시원함 탓인지 마음맞는 벗들과의 좋은 시간탓인지 좀처럼 취하지 않았던 부산 남포동 포장마차의 추억으로 손상을 입은 치아와 함께 고이고이 가슴에 품어본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스켈링을 하러 치과병원을 방문했다. 털게에게 손상입은 치아를 본 의사선생님이 떼울 정도는 아니고,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손상입은 그 부분을 조금 마모시켜 마찰을 줄이는 정도로 손질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지금껏 치아관리는 잘했습니다만 앞으로 점점 약해질 치아를 생각해서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야밤에 맛본 남포동 포장마차의 정취는 손상입은 치아와 함께 새로운 추억이 되어 먼 훗날 꺼내서 상기해 보게 될 사연이 됨이 즐거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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