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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여행

삶의 쉼표와 청보리밭을 꿈꾸며 찾았던 청산도...

정신없이 달려온 만학도의 대학생활에서 잠깐의 여유로움이지만 제대로 만끽하고자 기말고사(지난주)를 마치는 날, 강의실을 나서면서 약 6시간 이상을 열심히 달려 찾았던 청산도. 

그동안 다녀왔던 지인들의 추천으로 막연하게 꿈꾸었던 청산도에 대한 그림이 현실과는 동떨어짐에 약간의 실망과 더불어, 육지와 섬을 잇는 교통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계획대로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음을 경험하며 아쉬움을 남기고만 청산도에 대한 소감을 풀어본다.

 

 

느림과 여유로움으로 삶의 쉼표자가 되는 섬이자, 또한 에너지가 넘치는 신비의 섬으로 소개하는 청산도

 

 

하루 중 마지막 배를 타고 청산도에 들어갔으니 저녁이자 밤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맑은 날이었으면 밤하늘의 별이 그리도 맑게 총총히 빛남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인이 준 기대와는 달리, 그야말로 별볼일 없는 밤임을 아쉬워하며 다음날에 대한 기대를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밖을 보니 안개가 잔뜩 끼어 있어 맑은 날을 기대했건만... 아니 맑게 변하고 있어 안심하며 일정대로 움직일 수 있으리라는 설렘은 금방 사그라졌다. 팬션 사장님께서 날씨 때문에 배가 계획대로 다 운행되지 않을 수 있으니 서둘러라는 문자가 왔다며 알려줬기 때문이다.

 

 

 

 11개코스길에 17개 길이 있다고는 하나, 다 걸어보리라는 꿈은 꾸지 않았건만 쉽고 이쁜 길은 골라서 너댓개쯤 만끽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물거품이 되었다.

하루 더 이곳에서 머물거라면... 아니 그보다는 다음날의 배편도 날씨에 따라 갑자기 어떻게 변할지 모르므로 실망과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청산도를 떠날 준비로 서둘렀다. 다행스러웠다면 그나마도 배시간이 좀 남아있었다는 게 위안이 되어, 느림의 미학에 빠져들진 못했으나 차로 지나치며 대충이나마 시간에 맞춰 쭈욱~ 감상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제일먼저 찾은 곳이 범바위

호랑이가 바위를 향해 포효한 소리가 자신의 소리보다 크게 울리자 이곳에 더 큰 호랑이가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놀라, 섬 밖으로 도망쳤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면서 범바위라 불리게 된 바위의 또 다른 이야기로는, 강한 자성으로 범바위 부근에서는 나침반이 작동하지 않아 신비의 바위라고도 불려진다.

 

 

 

청산도에 대해 안내하는 글을 인용하면, 이곳 슬로길은 전체 11코스 17개의 길로 이루어져 있으며 100리인 42.195km 에 이르는 길이다. 이 길은 주민들의 마을간 이동로로 이용되던 길로서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하여 '슬로길'이라 붙여졌으며, 2011년 국제슬로시티연맹 공식인증 '세계슬로길 제 1호'로 지정되어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옹기종이 모여있는 집들의 지붕이 소담스럽다. 도로변 집이 아니면 대부분의 경우 대문이 없었고, 차곡차곡 쌓아올린 돌담이 참 인상적이며

 

 

또한 담쟁이덩쿨이 돌담을 감싼 점도 참 아름답다.

 

 

 

 

 

돌담길과 옛담장

바람이 많은 섬 지방의 특성 때문에 청산도 슬로길을 걷다보면 돌담이 둘러친 집들을 많이 만나므로, 마을전체가 돌담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연이 아닐 만큼 눈만 돌려도 한가득 들어오는 청산도 돌담.

특히 상서리와 동촌리를 지나는 길은 원형 그대로 보존된 돌담이 많아 돌담길로 조성되어 있다.

 

 

 

 

 

영화 '서편제'로 유명해진 길.

 

 

서편제길

영화 '서편제'의 명장면으로, 주인공 세 사람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구불구불한 돌담길을 걷는 장면이 촬영된 길로, 봄에는 유채꽃과 청보리,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길에 수놓아지며 언덕위에는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이 한폭의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다.

 

 

이 길을 잠깐 거닐며 청보리밭과 유채밭을 꿈꾸어 보았다. 청보리와 유채꽃과 맞지 않은 계절에 찾은 청산도에서 지인이 흠뻑 취했다며 들려준 절경의 호사를 누리지 못함은 아쉬웠으나 낯선 곳의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 즐거움이 되었다.

 

 

 

영화 '서편제' 에 등장했던 주막이자 주말이면 실제로 장사를 한다는 데...  세월호 참사 후 방문객이 줄어서 언제 또 다시 개장을 할지 미지수...

 

 

  

 

 

 

 

 

구들장논

청산도에서 볼 수 있는 구들장논은, 논바닥에 돌을 구들처럼 깔고 그 위에 흙을 부어 만든 논으로 자투리땅도 놀리지 않았던 섬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2013년 1월에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국가중요농업유산 제 1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구들장길은 구들장논이 펼쳐진 논길을 따라 걷는 길로, 농토와 물이 부족했던 척박한 땅을 논으로 일군 섬사람들의 애환과 삶에 대한 열정을 동시에 느끼며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보며 숙연해진다.

 

 

 

다랭이길은 청산도 곡창지대라 불리는 너른 들판을 지나는 길로,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하여 층층이 만든 다랭이논을 볼 수 있다.

 

 

 

단풍길

진산리에서 지리까지 단풍나무와 함께 걸을 수 있어 단풍길이라 한다. 지금은 여름이라 푸른 빛을 발하고 있지만 가을날 붉게 물든 양옆의 단풍이 그리도 아름답다는데, 푸른 바다를 옆에 끼고 있어 선명한 색의 대비에 흠뻑 취할 수 있어 눈을 떼지 못하는 길이다.

 

 

 

우리는 승용차로 바삐 움직이긴 했지만, 요즈음 어디를 가나 관광객을 위한 투어버스가 있어 참 편리한 것 같다.

 

세월호 참사 후 무척이나 한산해진 방문자센터(청산도터미널)임을 주민들이 삶과 연결지어 걱정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제 조금씩 활기를 찾을 때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마음을 내비췄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됨은, 우리 또한 여행계획을 세우며 염려했었기 때문이다.

 

끝으로 또 하나 인상깊었던 것은, 도로변이나 마을에서 비석이 세워진 무덤을 흔히 볼 수 있었던 점이다. 삶과 죽음이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과, 바쁜 삶의 쉼표를 어떻게 찍으며 조화를 잘 이룰 것인지 청산도가 던지는 슬로길의 의미를 꼽씹어 본 모처럼의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