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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리찾아서

세월호 참사 후, 배 상선시 뭐가 달라졌을까?

기말고사를 마치면 곧바로 방학으로 이어지는 대학생활이지만, 지난해 겨울방학에 이어 이번 여름방학에도 실습일정이 잡혀 있어서 그다지 자유롭거나 편안히 보낼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의 방학이 아닐 것을 예감하며 떠날 계획을 세우긴 했으나 사실은 무척 망설였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라는 아픔이 마음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결론은 떠나기로 했다.

우리네 삶이 오묘해서 누군가의 슬픔과 또 다른 누군가의 기쁨이 어우러져서 삶이란 도화지 위에 다양한 모습을 펼치고 있음을 부정하지 못함으로써, 또 다른 이의 근심어린 사연도 외면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잔뜩 흐린 날이었기에 비라도 오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날씨는 우리 만학도의 여행을 방해하지 않았다. 참 감사했다.

열심히 달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완도. 초등생 교과서에 등장하는 해신 장보고의 흔적이 있는 섬으로 알고 있었지만 육지와 잇는 다리가 놓임으로써 섬같지 않은 육지로 변해있었다. 완도의 여객터미널에서 여행지로 꼽았던 청산도행 표를 구입했다.

 

 

배를 자주 이용한 경험이 없었기에 세월호 참사 이후 어떤 점이 달라지고 강화되었는지 비교할 수 없었지만 나름 느꼈던 점을 올려보면, 몇 년전 남편과 보길도 방문시 표를 구입할 때 일일이 신분증 검사를 한 것은 아니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신분증과 함께 당사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점과,

 

 

둘째, 차량상선에 있어서는 각 바퀴마다 버팀목을 일일이 고여 고정시키려는 노력을 보인 점이다.

  

 

완도에서 청산도까지 대략 4,50분 걸리는 거리로 파도가 잔잔했다. 뉴스에서 보면 줄로 일일이 차량을 매어서 고정시켜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일일이 사람 손으로 버팀목을 고이고, 도착해서는 또 일일이 빼야 하는 번거로움이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자세가 몸에 익숙치 않으면 귀찮아하면서 슬그머니 편한 쪽으로 기울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엿보노라니, 너나할 것없이 원칙대로 임하는 성실함과 책임감 있는 태도를 칭찬하고 높여주는 사회가 됨으로써 융통성이란 가면으로 야금야금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교묘한 술수가 도리어 부끄러워지는 사회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시간이다. 그리고 이 같은 버팀목이 어느정도 안전한지는 모르겠지만. 

 

 

말로도 글로도 표현하지 못할 만큼 마음이 내내 무거웠다.

 

 

주말은 이 곳 청산도를 찾는 사람들이 꽤 많아야 하지만 금년의 세월호 참사로 인해 한산해진 풍경은 이곳 사람들의 한숨소리로 이어짐을 느끼며 착잡했다. 떠날 때는 미안함에 망설였고, 도착해서는 이도 저도 아닌 예매한 감정에 사로잡혔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