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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억울한 사연, 화물차가 봉인가?

 

운전면허증을 소지했다고 해서 도로교통법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상식을 벗어난 도로교통법으로 인해 억울함을 겪는 운전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피해자 입장이 되어 사과까지 받았던 일이 황당한 도로교통법으로 인해, 하룻밤 사이에 도리어 가해자의 처지가 된 지인의 사연을 듣노라니,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몇해전 남편이 겪은 억울한 일이 떠오르면서 문득 '화물차가 봉이야?'라는 반발심이 일었다.

 

먼저 지인의 사연

중앙선이 없는 국도를 대형화물차가 달리고 있었다.(사연의 주인공은 화물차 운전자)

우측 농로에서 나오는 경운기를 본 기사는 속도를 줄였고, 어느새 경운기가 화물차와 나란히 달리는 상황이 펼쳐져 지인은 경계를 하며 간격을 넓히려고 좌측공간으로 비킬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옆으로 붙여 운행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경운기가 화물차 뒤를 들이받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깜짝 놀란 지인이 차를 세우고 내려가 봤더니 다행스럽게도 사람은 다친 곳 없어 보이고, 차는 뒤쪽 연료통이 약간 찌그러졌으며 경운기는 앞쪽이 찌그러지긴 했으나 운행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고 한다.

지인은 경운기를 몰던 아저씨가 잠깐 졸았던 것은 아닌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단다.

경운기 아저씨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화물차 운전자에게 연실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고, 지인은 아저씨의 건강을 염려한 후 자신은 괜찮다고 안심시키며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차나 경운기가 약간 찌그러진 것은 각자 알아서 책임지기로 하고 헤어지려다가, 지인은 비록 경운기 운전자가 잘못하긴 했지만 예의상 명함을 건넸다고 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경운기 운전자는 민망해하며 그 자리를 떠났고, 화물차 운전자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도착지를 향해 달렸다. 일이 마무리 된 줄 알았는데...

 

다음날, 화물차 운전자는 뜻밖에도 경찰로부터 호출을 받았고 경운기를 몰던 그 아저씨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과 함께, 조서를 꾸미는 과정에서 화물차가 100% 잘못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게 되었다. 밤새안녕이라고 하룻밤 사이에 일이 희한하게 뒤집혀진 상황을 맞은 것이다.

지인은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입장이 바뀐 처지는 되돌려 지지 않았다. 일을 맡은 담당경찰 또한 억울해하는 화물차 운전자의 입장과 심정은 충분히 이해는 되나, 도로교통법에 따른 것이라서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며 위로를 하더란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없었던 점은, 경운기는 전혀 잘못이 없고 화물차가 100% 잘못이라는 것에 화가 나서 따졌더니,

 "도로교통법 상, 경운기가 농로에서 나오는 것을 본 상황이면 대형화물차가 멈춰야 한다"

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지인은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단다.

 "무슨 법이 그래요? 대형차가 멈췄다 다시 시동 걸어 출발하는 게 쉬운 것 같소? 또 연료낭비가 얼만데... 간격을 뒀는데 갑자기 차쪽으로 튼 경운기가 잘못이지... 그런데 왜 경운기는 하나도 잘못이 없다는 거요."

억울함을 따졌지만, 경찰은 도로교통법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했다.

도로교통법에는 대형화물차 운전자들이 억울해하는 조항이 있는데, 『대형차가 소형차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라는 항목이다. 이 항목을 대형화물차 운전자들은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지인도 보호하기 위해서 속력을 줄였고 간격을 넓히기 위해 최대한 옆으로 비켰는데, 들이대는 경운기를 어떻게 피할 수 있단 말인가.

보상은 보험으로 처리했지만 도로교통법에 의해 100% 잘못이라는 판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이기 억울했는데 일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이 일로 인해 차 보험료가 할증되어 부담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의무적으로 1년에 한번씩 받았던 운전자 안전교육을 타도시에 있는 교통안전공단에 가서 또 다시 받아야 했고, 졸지에 운전자 정밀검사까지 받느라 일도 못했으며, 무엇보다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무척 커서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경운기를 몰았던 그 아저씨, 어쩜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는지 알수 없다.

병실을 찾아 물었더니 그저 미안하다고만 하더란다.

일이 있은 지 며칠 후 병원에 입원했던 그 아저씨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아주 씩씩하게 잘 다니고 있어 화가 치밀어 오르는 속을 진정하느라 지인은 애를 먹었다고 한다.

경운기 운전자 아저씨가 순진한 척하면서 설마 법을 악용한 것은 아닐테지만, 우째 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더라며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둔갑했던 그 때의 상황을 듣는 우리도 억울함에 동승했다.

사고가 났을 시 대형차보다 소형차가 분리한 조건임을 내세워 대형차는 소형차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조항에 있어서는 이해가 되지만, 지인이 겪은 사건에서는 경운기 운전자의 고의성이 의심됨에도 불구하고 단지 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경운기를 본 경우 멈춰야 한다니... 뭐 이런 불리한 법도 다 있을까.

 

뭐 화물차가 봉이야? 

 

 

두번째 남편의 사연

난폭운전으로 신고가 들어왔다는 통보를 받았고, 경비절약을 위해 따질 엄두도 내지 않고 법칙금을 내야만 했던 사연이다.

몇해전 경찰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은 남편이 억울하다고 한숨을 쉬면서 털어놓는 사연은 이러하다. O월OO일 남편은 가지도 않은 고장에서 난폭운전을 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통보를 타지의 경찰로 부터 받았다.

차계부와 차량일지를 꼬박꼬박 정리하는 남편의 차량일지에는 경찰이 신고 받았다고 알려주는 그 날짜에 그곳뿐만 아니라 근처 고장에도 간 기록이 없었다. 남편은 그곳에 가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일단 신고가 들어왔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으니 증명을 요구했다.

이에 남편은 그럼 남편의 차량임을 증명하는 사진이라도 있냐고 물었고 경찰은 그런 증명될 만한 물증은 없다고 했다. 

남편이 쓴 차량일지가 증거물이 될 상황이었는데, 그곳까지 다녀오느라 소비될 경비와 하루 일을 못하게 되는 손해가 법칙금보다 더했으므로 억울함을 투덜거리던 남편은, 경찰의 권유대로 억울하지만 차라리 법칙금을 내고 마무리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우리는 심심찮게 이 일이 찝찝하게 떠오르곤 한다. 

잘못한 후에 법칙금을 내는 거야 당연한 것이지만, 근처도 가지 않았는데 신고자가 누군지도 밝히지 않으면서 단지 신고에 의해 법칙금이 부과되는 일은 모순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