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사회를 통해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았습니다.
주인공으로 배우 안성기씨가 고지식한 김교수로, 부인역으로 나영희씨, 그리고 기자역으로 김지호씨가 출연했고, 임대료가 밀려 문닫을 위기에 놓인 노동변호사를 보조하는 이실장역을 김준배씨가 맡아 투박스런 경상도 사투리 억양을 구사하며 알콜에 젖은 변호사를 보조하는 연기를 펼쳤습니다.
비슷한 비중의 단역으로 똑같이 거친 연기를 해도, 어떤 배우는 관객들에게 각인되는 반면에, 또 어떤 배우는 좀처럼 관객들에게 기억되지 않는 배우도 있습니다. 모든 배우들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을 텐데, 기억되지 않는 인물로 묻혀버리면 배우로써는 좀 씁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의 두 배우를 비교해 봐도, 아무래도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강한 쪽이 관객들에게 더 빨리 어필되는 데 유리하겠지요.
이 분은 '부러진 화살'에서 변호사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원상씨입니다. 그리고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배우입니다.
이 영화에서 알콜중독자 같은 변호사, 변호사같지 않은 변호사로 등장하여 거침없는 입담을 보여줌으로써 더 많은 관객들에게 각인될 것으로 여겨지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작년 11월에 우리 고장 영상센터에 다녀갔습니다.
카메라강좌수업을 들으러 갔던 날, 상영관에 배우가 와 있으니 인물사진 찍어보라는 선생님의 권유에 의해 본 첫소감은, 너무 평범해서 배우같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더구나 말쑥한 슈트차림도 아니고, 편안한 점퍼차림으로 꽃미남도 아니었기 때문이거나, 제가 가진 배우라는 선입견 탓일 수도 있겠구요^^
우리 고장의 영사회(영화를 사랑하는 모임)회원들과 인터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든 생각은, 일반인 속에 섞여 있으면 전혀 배우같지 않은 수수한 이미지의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연극활동 외에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많이 알려진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기억하지 못하는 배우였기에, 사진을 저장해 두긴 했으나 언제 사용하게 될지 의문이었는데 영화'부러진 화살'을 보고서야 떠올리게 되었네요.
영화로는 임순례 감독이 2001년에 만든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외에
화려한 휴가, 내 깡패같은 애인... 등 많은 작품을 했고, 드라마 드림하이, 무사 백동수 등등에도 출연했다는 데..., 미안하게도 저는 기억이 나질 않더군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는 남성 4인조 밴드의 활동과 해체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인데, 박원상씨는 오르간 연주자로 정석역을 연기했답니다. 이 영화에 발탁된 데는 1993년 mbc 대학가요제에 남성트리오의 멤버로 참가해서 은상을 탄 경력 덕을 좀 본 것일 수도 있다면서 웃음짓는 모습이 참 순수해 보였습니다.
이 밖에 자신이 출연한 작품중에 떠올리기 민망한 작품으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꼽으며 얼굴을 붉혔는데, 이 영화를 본 회원이 상기시켰습니다.
'이하'라는 감독이름도 생소했지만, 이런 영화가 있었다는 것도 첨 알았습니다.
출연배우 : 문소리, 지진희, 박원상...
참관한 회원들이 인터뷰한 내용을 대충 옮겨보겠습니다.
요즘엔 남자연예인들 사이에 초코릿 복근이 유명한데, 이 영화 찍을 때 혹시 복근 만들었나요?
참 다행이지요. 그 영화를 찍을 당시엔 복근이 유행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도 제가 운동을 하고 있더군요. 그래야 하는 게 배우의 자세인지 원^^
여배우 문소리씨는 너무나 잘 아는 선후배 관계였기 때문에 베드신 찍는데 거북해서 무척 힘들었습니다. 상상하시는 거 이상으로 민망하고 어색해서 쉬운 작업이 아니었지요.
제작환경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배우가 있었는데요, 박원상씨는 어떤 입장이신가요?
단역배우로써 힘든 점은 많으나, 천직으로 여기고 연기에 임합니다. 제 입장에선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못됩니다.
주어진 배역을 잘 연기하기 위해 배역탐구를 따로 하시나요?
나름 연구를 하지요. 그리고 최대한 자연스런 연기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냐에 따라선 관찰도 하지요.
연극, 영화,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해 보셨겠지만 특히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으시다면?
뭐 이런 역할을 하고 싶다... 하고 제한되게 정해 본 적은 없었던 거 같습니다. 주어진 배역에 최선을 다할 뿐이죠. 제게 일을 많이 시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서 갈등하게 될 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나요?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하면 좋겠지만, 하고 싶은 일과 좋아하는 일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영화를 좋아해서 배우가 되었지만 영화는 혼자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호흡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신나기만 하지는 않더군요.
선택은 자신의 몫이므로 신중해야겠지요.
참 평범하신 외모인데, 성형을 해서라도 더 좋은 배역을 맡을 수 있다면 성형을 하실 의향은 있으신지요?
그냥 생긴 대로 살랍니다. 오히려 눈에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외모는 단역이긴 해도 더 다양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같은 사람도 있어야죠. 이 사회는 다양한 인물들이 살잖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 해 주세요.
거창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열심히 일해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겁니다. 그리고 팬 여러분들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밖에 많은 질문과 답이 오갔습니다만 기억된 것 위주로 옮겨보았습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양아치같은 변호사로 변신했더군요. 변호사라 해서 회원들이 우와~ 반응을 보였을 때, 그리 럭셔리한 변호사는 아니라고 하더니만 ㅎㅎㅎ 노조원들과 함께한 파업 투쟁의 트라우마와 휴유증으로 알코올에 의존하며 근근이 사무실을 운영하는 노동변호사역이었습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김교수의 석궁사건을 맡아, 변호사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술도 자제하고 김교수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로 활동하는 변호사로 나옵니다.
그는 슈트를 입어도 수수해 보일 정도로 평범한 외모를 지닌 배우입니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을 연구하여 최선을 다해 소화해내는 배우로써, '부러진 화살'로 관객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어 배우 박원상으로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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