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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재판과정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영화, '부러진 화살'



2012년 1월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부러진 화살'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최근에 본 영화가 덧칠되어 이미 과거에 본 영화의 제목이나 내용은 가물가물하게 멀어졌다가 잊혀지기도 하겠지만, 영화 '부러진 화살'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세지가 짧은 한 문장에 아주 강렬하게 내포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영화를 보면, 주인공 김교수가 왜 법정을 향해 야유와 한탄을 섞어 이런 표현을 했는지 크게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부러진 화살'

2005년 김명호교수의 '석궁 테러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화 한 것입니다.

영화제목이 된 '부러진 화살'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증거가 불충분함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외면한 채, 기득권층 골수집단 중 하나인 사법부에서는 김교수의 행동에 '대해 사법부에 대한 테러'로 간주하고 엄중처벌할 것을 다짐합니다.
고로 재판과정이 정당하지도, 또한 투명하지도 않습니다. 이에 부당함을 지적하고자 김교수는 철저하게 준비하여 자신의 변호사도, 검사도, 나아가 판사까지도 나무라는 올곧은 신념을 보이지만, 그 세력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부당한 재판과정을 지켜보는 우리는 비록 관객임에도 불구하고 분노를 느끼며 답답한 심정이 됩니다.
억지를 쓰는 것도 아니고, 투명하게 법대로 올바른 판정을 내려줄 것을 주장하는 김교수의 메아리없는 외침이 안타깝고 안쓰러워 심기가 불편해집니다.
'법 앞에 평등하다'는 교과서적인 표현이 무색한 법정입니다.
제 식구 챙기기와 권위만을 내세워 철저하게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사법부의 아집이 한숨을 짓게 하지만, 우리는 관객들의 이런 답답한 마음을 헤아린 김교수의 냉철한 태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반박과 지적질을 공감하며 쩔쩔매는 판사의 표정에서 통쾌감을 맛보며 박수치며 웃음도 흘리게 되는 영화를 만납니다.


국민배우 안성기씨가 꼬장꼬장하고 냉철한 김교수역을 맡아 열연했습니다.
김교수는 대학 입시시험에 출제된 수학문제 오류를 지적한 뒤 부당하게 해고됨을 법에 호소합니다. 그리고 교수지위 확인소송에 패소하고 항소심마저 정당한 사유없이 기각되자, 담당판사를 찾아가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며 석궁으로 위협합니다.
김교수는 쏘지 않았다는 화살, 그러나 담당판사의 피 묻은 셔츠, 복부 2cm의 상처, 부러진 화살을 수거했다는 증언... 살인미수죄가 적용됩니다.
뉴스를 통해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오죽 답답하고 억울했으면...'
심정은 이해되나, 그 행동이 너무나 황당하다고 여긴 우리부부가 동시에 외친 말이
 '저 교수, 제 정신이야?'

라고 했을 만큼,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나무라며 기막혀 하다가 잊었는데, 영화를 통해 만남으로써 그 이후의 결과와 
재판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김교수는 자신이 석궁으로 위협한 행동은 잘못으로 인정하지만, 절대로 활은 쏘지도 않았고 그러니 담당판사가 다치지도 않았음을 증명하려 애씁니다만, 끝내 징역형을 살게 됩니다.
김교수는 변호사, 판사, 검사보다도 더 똑똑합니다.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법전을 끼고 삽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부해서 사법고시 패스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법조항을 내세워 부당한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 판사를 당황스럽게 하지만, 사법부란 집단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이보다 앞서 그를 해고한 사학재단도 마찬가지입니다. 특권층의 역겨운 체면유지를 위해 희생되는 김교수가 가엾습니다.
올곧은 신념도 좋지만 그의 고자세는 보기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타협하지 않으려는 꼬장꼬장한 성격이
수학교수답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왜 오해받을 만한 일을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왜 석궁이었을까?
변호사의 물음에, 그는 자신의 스트레스도 풀겸 스포츠로 석궁을 즐겼다네요.

지극히 이성적일 것 같은 수학교수로,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그렇지 오해를 살 만한 일을 저질렀는지 참 안타깝더군요.

 해코지할 생각은 절대로 아니었고, 그저 위협만 하려고 했다는 김교수의 행동도, 확실하게 조사해야 할 과정을 다 생략한 채 죄인으로 몰고가는 밀어부치기식 재판과정도, 둘 다 황당하기 그지 없지만, 특히나 권력자들이 누리는 특권층의 처사를 보고 있자니 소름도 끼쳤고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던 영화입니다.
기득권층 사람과의 힘겨루기에선 보통사람이 이길 수도 없거니와 더 슬픈 것은, 법조차 보통의 국민을 보호하지 않으려한다는 것입니다. 재력과 권력, 또 다른 기득권층의 단결이 참 무서운 세상입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법치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법대로 재판하지 않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사법부가 진정으로 법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모든 국민이 법앞에 평등한지? 의문을 던지며 증거도 거짓으로 만들어서 진실로 만들어버리는 재판과정의 모순을 비판하고 고발한 영화입니다. 

다 쓰고 보니 제 글이 살짝 무거운 분위기를 띠고 있네요. 죄송합니다.
영화는 무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지만 배역을 맡은 배우의 이미지가 역할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져 코믹함도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몇 년전에 있었던 석궁테러사건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영화관을 찾으십시요.^^
그리고 카메오로 출연하여 김교수에게 지적질 당하거나 구두고발 당하는 판사님 표정이 궁금하신 분도 이 영화를 꼭 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