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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오작교 형제들, 결혼을 가볍게 여기는 이기적인 여인들







황태범(류수영)의 옛연인이었던 한혜령(김해인)이 연락도 없이 결근을 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걱정을 하고 있을 때, 태범은 혜령이가 아파트 앞에 쓰러져 있다는 경비아저씨의 전화를 받고 달려갑니다. 태범이 직접 가지 말고 회사에 알려 다른 사람이 가보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했건만, 태범이 직접 혜령의 집을 찾았다가 차수영(최정원)과 마주치게 되고, 이혼을 생각하고 있던 수영은 절망하며 태범에게 집을 떠날 것을 요구합니다.
 


태범과 수영커플은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가 아닙니다. 이는 수영 자신이 너무나 잘 알면서도 태범의 사랑을 확인하고자 묻습니다.
 "태범씨 나 사랑해?"
 "......"
태범은 옛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준비가 안된 사람이었기에 대답을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게 된 이유도 수영은 잘 알고 있습니다. 순전히 자신(수영)이 요구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계약결혼임을.
이들 앞에 태범의 옛연인이 등장하여 갈등을 겪게 됩니다.


태범을 향하는 자신의 사랑이 진해질수록 수영은 더 견디기가 힘겨운데, 태범은 자신(수영)뿐만 아니라 태아에게도 관심이 없어 몹시 서운하고 외롭습니다. 비록 무늬만 남편이긴 하나 이 남자가 한혜령한테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초라해지기까지 합니다. 
임신으로 당당하게 결혼을 요구하던 당찬 차수영은 온데간데 없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 비틀거리는데, 친정엄마는 당사자인 딸보다도 더 흥분하여 이혼하라고, 아니 이혼시키겠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냅니다.
차분함과는 거리가 먼 남여사(차수영 엄마)의 당당함이, 때로는 너무 철없는 잘난척으로 느껴져 거슬리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딸을 둔 제 입장에서는
 '제가 구시대적인 생각을 하고 있나'
의문이 들 정도로 혼란스러움을 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남여사는 차수영을 엄친아로 폼나게 잘 키웠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배려(?)가 자신의 체면을 위한 강요(?)로 느껴져 태범이 장모에게 불쾌감을 드러내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기다림입니다.

태범-수영커플을 보고 있노라면 이 기다림이 부족하여 참 안타깝습니다.
특히나 수영은 친정엄마의 영향력때문인지 태범과의 계약결혼기간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는 듯합니다. 태범의 옛연인인 혜령이와 같은 직장내에서 마주치게 된 태범도 충격이 컸을 것입니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며 마주치게 되는 것을 태범의 잘못으로 여기는 것은 태범이 억울할 것입니다. 두사람간에 채 정리되지 않은 애틋한 감정이 남아있었다면 이를 정리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대 사람의 인연이 무우자르듯이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행여나 불륜(?)관계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오해와 조바심으로 마음이 아플지라도 수영은 태범의 인간됨됨이를 믿어보려 노력했어야 했습니다.

태범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혜령과 함께 일하게 됨을 수영이가 싫어하자, 태범은 그토록 하고팠던 프로그램의 진행자도 포기합니다. 태범의 이같은 결정이 비록 수영이가 바라는 사랑의 표현이 아니었을 지라도 태범으로써는 힘든 결정이었을 거라는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렸더라면 좀 더 참고 기다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에 대한 성취감을 맛보려 서로가 특종에 목이 말라 경쟁하던 때를 생각하면 말이죠.


태범은 비록 속도감은 없지만 분명히 변하고 있었습니다.
수영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음을 깨달은 태범이, 연인으로 재회를 꿈꾸던 혜령에게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과 뜻을 밝히고, 아내와 태아에게 성실할 것을 다짐했습니다만 수영은 이 둘의 만남을 오해하여 태범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니 참 안타까웠습니다.
차디찬 만두를 홀로 먹으며 실망과 원망으로 자신의 처지를 안쓰러워하느라, 아기신발과 태명을 준비해 놓고 수영이 귀가하기를 기다렸던 태범에게 대화를 막고 수영은 이혼선언을 하고 맙니다.

계약기간이 남아있습니다.
태범은 이 기간만이라도 유지하자고 설득하지만, 이혼을 결심한 수영의 마음을 되돌려놓지 못합니다.
혜령과 오랜세월 연인관계를 유지했던 태범으로써는 수영의 사랑이 황당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태범에게 여자는 변덕스런 장애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측은했습니다.
첫사랑 혜령의 갑작스런 결혼으로 이별의 슬픔을 청산하느라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야했고, 이후 수영과의 맘에도 없던 결혼을 해야만 했을 뿐만 아니라 또 다시 등장한 혜령으로 말미암아 수영이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하고팠던 진행자 자리를 포기했음에도 끝나지 않은 오해로 인해 졸지에 이혼남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대가 알아주는 사랑이 아니므로 더 외롭고 내 마음을 몰라주니 내가 초라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다면, 그 사람이 변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사랑일 것입니다.
같은 여자인 제 입장에서 수영편이 되지 못함은 수영이 좀 경솔하고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태범이 옛연인 혜령에게 마음이 쓰였던 이유는 뭘까요?
혜령이가 행복한 상황이라면 아마도 신경이 덜 쓰이지 않았을까요? 
이혼 후 태범과의 재회를 꿈꾸며 등장한 혜령이도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었습니다. 자신이 먼저 배신하고 떠났으면 그만이지 왜 다시 나타나서 지난 세월을 들추자는 것인지 원... 태범이 내내 자기만 그리워하고 있기를 기대했다는 것이 참 발칙하고 이기적입니다.

수영과 혜령의 공통점은, 황태범을 혼란스럽게 만든 이기적인 여인이라는 점입니다.
태범이가 더 이상 이 두여인에게 휘말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중심을 잡도록 정신을 차려야합니다. 이혼하자고 요구하는 수영의 제안이 못마땅하고 황당하면 계약기간까지 유지토록 노력하면 될 것이고, 더불어 혜령에게 향하는 염려나 걱정을 수영과 태아에게 향하면 될 것입니다.
아니면 아예 수영모녀의 오해처럼 혜령에게 향하는 마음이라면 혜령과의 사랑을 또 다시 시작하면 될 것입니다만, 태범이 혜령을 선택할 리는 없겠지요. 착각하고 사는 여자의 환상과 기대감은 깨져야 하니까요.
차수영 못지않게 한혜령도 결혼을 가볍게 여겼나 봅니다.
황태범과의 결혼이 미루어지자 홧김에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가 태범이가 자꾸 떠올라 결혼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는 둥... 수영이 한테 털어놓는 핑계가 참 황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