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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맛집

아이들이 서운할 것 같아 만들게 된 식빵 빼빼로



11월 11일 빼빼로데이 전날이었던 어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마다 평소와 달리 인사를 하기 전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새엠~ 내일 빼빼로 가져 올께요."
 "저두요."
 "아니, 가져 오지마."
 "왜요?"
 "나 다이어트 중이야."
 "그래도 가져올거예요."
 "가져오면 혼낸다아~."
 "아무도 안가져오면 샘이 서운할텐데요."
 "아니 전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말로 한사람도 안가져 오면 서운하잖아요."
 "전혀 안서운하니까 절대로 가져오지마."
 "진짜죠."
 "그래 진짜야.ㅎㅎㅎ"
 "......"

아이들은 무슨날? 이런거 챙기는 거 되게 좋아합니다. 특히 여학생들이... 저는 모르고 지내다가 아이들이 먼저 이렇게 아는척 하면 그때서야 깨닫게 되지만, 아이들 세상에 저를 포함시켜주려는 마음이 이쁘고 고맙습니다. 더구나 모른척 지나가면 제가 혹시라도 서운해할까봐 염려하는 아이들의 마음 씀씀이는 저를 감동시키기도 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허용했던 일을 이번에 금지시킨 이유는, 산만한 아이가 있어 분위기를 흐려 놓기 때문에 제가 다이어트를 핑계로 가져오지 못하게 엄포를 놓긴 했으나, 아이들간에 이런 날에 어울리는 기호식품을 나눠먹는 재미를 못 누리게 한 점이 미안해서 오늘 오전에 갑자기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냉동실에 있던 초코릿과 식빵을 이용하여 빼빼로를 흉내 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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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을 길게 잘라서 팬에 버터를 녹인 후 넣어 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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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노릇하게 구워지면 꺼내놓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바싹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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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릿을 중탕으로 녹입니다. 이때 우유도 조금 넣습니다. 잘 녹여진 초코릿을 식빵에 묻힌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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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게 부순 견과류를 묻히면 식빵빼빼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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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을 이용하여 구운 식빵이라 그런지, 전체가 바싹하기 보다는 초코릿을 묻힌 곳은 부드러웠습니다.
오후에 온 공부방 아이들에게 내놓자 아주 좋아합니다.
 "샘~ 빼빼로 못가져 오게 해놓고선...^^"
 "그래서 샘이 준비했잖아."
 "그런데 왜 못가져오게 했어요? 샘이 이렇게 준비하려고 그랬어요?"
 "아니, 사실은... OO이가 너무 산만해서 못하게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너희들이 서운할 것 같잖아. 그래서 준비했어. 맛이 어때?"
 "빵이라서 그런지 부드러우면서 달콤한게 맛있어요. 다음에 또 만들어 주세요^^"
 "맛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해."
 "정말 맛있다니까요^^"
뭔들 안맛날까요? 오후 시간에 배가 무척 고플시기라 아이들은 뭘 줘도 다 맛나다고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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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 데이니, 가래떡 데이니 혹은 자장면 데이까지... 발렌타인 화이트데이 등등... 다 외우지도 그리고 어이없는 날들이 꽤 많더군요. 상술이나 낭비 혹은 친구간의 소외감을 생각하면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저는 약소하나마 이런 날을 통해 기호식품을 즐김과 친구와 통하는 우정을 통해 안도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긍정적인 면에 더 힘을 싣고 싶어서 금지시켰던 빼빼로를 대신해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바빴던 하루를 고스란히 넘기고서야 늦었지만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