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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아들을 손님대하듯 우리부부 달라지는 점


대학생활로 객지로 떠나있던 아들이 집에 오면, 우리딸 눈에는 우리부부가 평소와 다르게 행동을 한답니다.
 "아빠 엄마, 아들이 손님이야? 왜 그래 변하는 거야?"
우리부부는 못느끼지만 옆에서 쭈욱 지켜본 딸의 시선에는 아무래도 달라 보인다며 지적하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아빠가 겉옷을 챙겨입는다.
그러면 그동안은 어떻게 지내느냐고요?
편한 속옷차림입니다. 같은 20대의 아들과 딸이지만 남편입장에서는 딸이 편한가 봅니다. 딸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입었던 복장(?)이 아들앞에서는 아닌걸 보면 말입니다. 남편의 이런 행동을 제가
 "같은 자식인데 아들이 오면 왜 그러느냐고? 오히려 딸앞에서는 조심해야하고 아들이 편하지 않냐?"
고 물으면 머리를 흔들며 아니라네요. 기꺼이 겉옷을 챙겨입습니다.
둘째, 엄마는 상냥하고 다정해진다.
딸 눈에.. 평상시의 저는 호랑이같았다가 아들이 와서 머물면 제가 변한답니다. 울딸이 저를 보며
 "엄마, 짝사랑하는 아들 오니까 그렇게 좋아. 괜히 다정한 척 하네. 평상시대로 해,"
제가 아들만 오면 좋아서 어쩔줄 몰라라 하며, 남편과 딸한테 평상시와 다르게 상냥하게 군다는 것입니다.
셋째, 먹거리가 달라진다.
방학을 맞아 아들이 집에 오긴 오지만, 2.3일 혹은 3.4일 머물다 다시 돌아갑니다. 방학동안이라도 집에 머물면 좋으련만... 짧은 기간에 머물다 가기 때문에 홀로 지내면서 제대로 챙겨먹지 못함을 염려하여 이것저것 준비하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딸이
 "오빠가 집에 와야 먹거리가 풍성해진다니까, 오빠, 좀 자주와."
라고 합니다. 그러면 울아들
 "내가 자주 오고 오래 머물다가면 이런 헤택이 사라질거야^^"
 "그건 맞는 말이네."
남매가 맞장구를 치며 저를 공격합니다.
넷째, 나(딸)는 심부름을 하지 않는다.
아들이 모처럼 집에 와 머무는 동안, 울딸은 절대로 심부름에 동참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동안 자신이 집안일을 도왔으니 오빠가 있는 동안은 오빠를 시켜라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공주대우 받겠노라며 버팁니다. 다행스럽게도 아들이 여동생의 마음을 이해해 줍니다.
 "그래 네 대신에 내가 할께. 공주대접 받아라^^"
 "오빠 땡큐^^"
다섯째, 엄마는 컴퓨터를 자제한다.
군에 다녀와서 복학한 아들에게서 달라진 점은 살이 빠진 점과 말이 좀 많아졌습니다. 말이 많다고 그래봐야 보통사람 수준에도 못미치지만, 예전에 비해 확실히 말이 좀 많아진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참 좋더군요. 스스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아들을 대하노라니 컴앞에 머물 여유가 없더군요.

아무리 떨어져 살아도 아들은 아들이지 손님일수는 없습니다만, 솔직히 매일 보는 가족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긴 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부부가 아들을 대하는 태도가 좀 달라지기도 했을 것입니다. 특히 객지생활로 홀로 떨어져 살면서 먹고 싶어도 못먹는 게 있을게 뻔함을 알기에 먹거리에 가장 마음이 많이 쓰이고, 얼굴을 자주 볼수 없으니 또한 시간을 할애할 수 밖에 없음이 손님대하듯 딸의 눈에 비쳤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