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2일, 우리고장에서는 제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이 있었습니다.
개막식 행사 사회로는 가수 윤도현씨와 배우 김정은씨가 맡았습니다. 매년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행사였지만, 사회자가 불빛을 좋아하는 벌레로 인해 곤혹을 치른 일은 처음있는 일인 거 같습니다.
김정은씨 멘트처럼 벌레가 미인을 알아본 모양입니다. 벌레가 두사람 주변에 맴돌다 입안까지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지자, 사회보던 김정은씨가
"벌레도 미인을 알아보나 봐요. 말을 하고 있는데 벌레가 입안으로 들어가려고 해요."
김정은씨의 말에 윤도현씨는
"먹죠 뭐. 단백질인데요..."
공개적으로 자연스럽게 멘트를 할 만큼 벌레가 두사람 주변을 떠나지 않았나 봅니다. 급기야 중간에 짧은 폭발음 같은 '꽝'소리가 난 일도 벌어졌거든요.
조명이 사회자 쪽을 비추자 날벌레들이 몰려들어 사회자는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웃고 있어도 정말 웃는게 아니었을테고, 멘트를 하는 중간에도 벌레는 계속해서 이 두분을 괴롭혀 고생이 꽤 심했나 봅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사진이 좀 흐릿하긴 하지만 정은씨 표정 보세요.
양볼에 바람을 잔뜩 넣고 한숨을 쉬려나 봐요. 벌레와의 전쟁에서 속수무책입니다. MC로 활동을 많이 한 경력덕에 자연스럽게 잘 이끌긴 했으나, 약간 부산스런 느낌은 피할 수 없었네요. 좋게 표현하면 이런 점이 인간적이긴 했지만, 벌레를 쫓느라 마이크를 떨어뜨리는 실수는 프로답지 못했어요.
그러나 이쁜짓도 했지요. 개회사를 하려고 나선 시장님이 마이크를 사용하려 하자, 소리가 나오지 않아 잠시 정적이 맴돌며 맥이 끊겼을 때, 정은씨가 무대중앙으로 걸어나와 시장님께 마이크를 건네며
"제 마이크로 하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제 드레스도 한번 구경하시고^^"
정은씨의 센스와 재치가 돋보였던 장면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황송하옵게도 그제서야 앞에서는 짧은 길이, 뒤로는 길게 늘어뜨린 드레스를 입은 정은씨의 자태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멀어 자세히 볼수 없어서 아쉬웠지요.
그래서 불만을 쏟아보려 합니다.
"김정은씨, 입장할 때 왜 레드카펫을 피해 숨어서 들어왔습니까?"
안그래도 인지도도 낮고 음악영화제라 배우들의 발걸음이 드문 행사장이라 아쉬운데, 사회를 맡으신 두분이 나란히 레드카펫을 밟으며 등장하리라 기대를 잔뜩하고 있었는데, 윤도현씨는 밴드맴버들과 들어오고 김정은씨는 몰래 인공암벽뒤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며 매우 실망했습니다. 미처 카메라를 들이댈 상황도 못되었구요.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그리 했는지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습니다. 어느 행사던 사회자는 나란히 등장하잖아요.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여사회자가 팬들의 시선을 피해 가는 모습이 그다지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설마 인기있다고 뻐긴 건 아니겠죠^^ 인기에 시달릴까봐 미리 걱정한 처사인지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작은 도시의 축제라고 무시한 것도 아닐거라고 믿고 싶으면서도, 어쩐지 무시당한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벌레때문에 고생하며 사회 본 경험도 두고두고 추억이 되겠지만, 팬입장에서는 사회자가 따로 따로 등장한 것, 더구나 여사회자는 숨어서 등장하다니... 아마도 보기드문 사례가 될 것입니다. 널리 알려진 영화제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의 카메라세례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피해가던 그 모습이 자꾸만 눈에 어른거립니다.
현장에 있었던 저도 레드카펫위의 김정은씨를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던 점이 아쉽고 실망스러웠지만, 각종 언론사이트에서 나와 대기중이던 분들도 적잖이 실망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런 기사 올린 언론이 한군데도 없기에 제가 씁니다.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하는 YB
그룹멤버와 함께 등장한 윤도현씨의 처사가 잘못일까요?
축제기간중 YB의 다큐가 영화관에 걸림으로, 이 홍보효과를 더 누리기 위해 그룹멤버와 등장한 윤도현씨 탓일까요. 이로 인해 어쩔수 없이 홀로 등장함이 뻘줌해서 김정은씨가 숨어서 등장할 수 밖에 없었던 걸까요... 아무튼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그리고, 개막작품 상영이 끝난 뒤 S본부 드라마 '나는 전설이다'에 나오는 컴백 마돈나 밴드가 국제음악영화제를 축하하기 위해 깜짝 공연을 펼친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촬영이 주목적이었더군요.
팬들이 지루해할까봐 재치있는 입담과 팬들과의 깜짝 포옹을 선사하며 관중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드라마를 위해 엑스트라로 이용하는 공연장의 관중이 됨과 동시에 홍보효과까지 기대한 점은, 자신이 아쉬울때는 팬들의 관심을 모으려고 노력하고, 팬들이 김정은씨의 멋진 자태를 보려고 기대하고 기다렸던 레드카펫을 피한 태도와 비교되어 씁쓸한 감을 맛본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촬영덕분에 스타들을 직접 보게 되는 영광(?)을 누리긴 했지만요.
촬영을 위해 너무 흥을 낸 나머지, 김정은씨 미니원피스가 기타따라 자꾸만 올라가는 바람에 무대아래에서 촬영을 돕고자 환호하는 우리눈에는 속옷이 자꾸 보여 무척 민망했던 자리였습니다.
밴드공연 촬영모습은 따로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팬들을 향한 서비스치고는 너무 극과 극을 오간 김정은씨를 본 제가 느낀 비하인드 스토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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