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오후 '개인의 취향' 재방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심취되어 개인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방안에 단둘이 앉아 술을 마셔도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 그리고 버림받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해도 부끄럽지 않았던 친구입니다. 행여나 나중에 다른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어도 인희에게 뺏긴 것처럼 남자친구 뺏길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게이친구는, 생리통으로 고생할 때에 진통제도 구해주고 아픈 배도 쓰다듬어 주고... 같은 방에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편한 관계였으니, 각자 다른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떠난다고 해도 친구관계는 그대로일테니 버림받은 느낌은 들지 않을 것 같지만 떠나보내기는 싫습니다.
여자대 여자로써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친구의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주는 영선(조은지)과의 우정처럼, 남자지만 남자가 아닌 진호와의 우정도 싫지 않습니다. 비가 올때 우산이 되어 주고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때에 가까이서 들어주고, 함께 있어도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사이의 남자, 여자로써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매력을 가꾸도록 조언도 해주는 이런 친구를 인희에게 또 뺏길 수 없었던 개인의 마음에 인희가 자꾸 거슬렸지요.
개인은 진호를 게이로 알고 있지만, 인희는 진호가 게이가 아님을 알고서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은 진호가 게이라고 해도 엄마처럼 아빠처럼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는 이 친구가 만만한게 너무 좋습니다. 때론 진호가 남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게이라도 개인은 진호가 좋습니다.
진호엄마는 아들이 여자와 동거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놀랐다가, 진호가 게이라는 사실을 엄마한테 알려야하는 게 아니냐는 개인의 말을 문밖에서 듣고서 무척 놀라게 됩니다. 어떨결에 진호는 개인을 사랑하며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고 소개합니다. 엄마는 개인에게 진호를 사랑하냐고 묻는데... 동조해줄 것을 표정으로 나타내는 진호의 요청에 따라 그렇다고 대답한 개인... 게이임을 알면서도 우정인지 사랑인지 개인은 자꾸만 진호가 마음쓰입니다.
진호는 자신을 게이로 알고 있는 개인과 결혼하고 싶다고 엄마에게 통보함으로 개인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친구 영선에게 이 일을 알리면서 개인은, 진호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사회의 편견에 맞서야하는 진호처지가 너무나 가엾다면서 자신이 기꺼이 방패가 되어주고 싶다고 합니다. 영선은 개인에게 미쳤다고 화를 내지만 저는 이같은 개인의 마음이 이해되더군요.
오랫동안 함께 했던 친구 인희와, 사랑했던 연인 창렬에게서 동시에 배신감을 맛본 충격으로 무척 힘들어할 때에, 비록 게이친구지만 진호가 많이 위로해 주었고, 여자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도 하면서 심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진호를 진심으로 위하는 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개인은 친구에게서 그리고 남자에게서 배신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기에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 진호에게서 배신당할 염려는 없어 보이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의지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상적인 결혼생활은 불가능하지만 능력있고, 잘 생겼고, 개인의 성격과 완전 반대로 깔끔하고 섬세하며 듬직한 보호자같은 진호가 원하면 기꺼이 결혼도 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만약에 내가 개인의 입장이라면? 하고 상상해봐도 개인과 같은 마음으로 진호를 바라볼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인의 마음이 애틋하니까요.
진호가 남자랑 가까워지는 것은 괜찮은데 여자와 같이 있는 걸 보는 것은 왠지모르게 질투심이 생기는 개인의 마음이 아파오지만 서로의 감정을 털어놓지 못하는 가운데, 전진호(이민호)가 드디어! 제대로!! 솔직한!!! 고백을 확실하게!!!! 하는 뜻밖의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뮤지컬을 보다 뛰쳐나온 개인(손예진)이 더 이상 옛연인 한창렬(김지석)에게 복수하고픈 마음이 사라졌다고 고백하는 순간, 인희(왕지혜)가 던지는 묘한 뉘앙스에 이끌려 뮤지컬을 보러 왔던 진호가 성큼성큼 개인에게 다가와
"게임 오법니다."
말과 함께 한창렬(김지석)과 김인희(왕지혜)가 보는 앞에서 기습 키스를 개인에게 한 것입니다. 더구나 이 둘이 보는 앞에서 키스를 한 진호의 행동이 통쾌했던 이유는, 개인이가 창렬과 인희로부터 더 이상 심적인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걱정도 됩니다. 그동안 창렬과 인희에게 당한 배신감으로부터 해방될 무렵, 진호가 게이가 아니었다는 고백으로 인해 진호에게서도 속았다는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면 개인이 너무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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